다섯 번째 만남 강미카엘라
앞서 인터뷰를 진행한 성은님께(한국과 프랑스를 잇는 문화 기획자 편) 다양한 분야의 인터뷰이를 모시고 싶은데 프랑스 특성상 예술과 패션 쪽에 집중되어 있어 찾기 힘들다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 말을 들으신 성은님이 미카엘라 님을 추천해주셨다. 한국에서 학부를 졸업하고 프랑스 명문 공대로 유학을 온 미카엘라 님은 현재 파리에 위치한 한 IT 기업에서 재직 중이다. 한국에서 프랑스로 유학을 온 것과(심지어 입학 전에는 불어를 배운 적이 없으셨다) 현지에서 공대를 졸업하고 취업을 한 것까지 모든 조건이 내가 찾던 인터뷰이와 알맞았다. 미카엘라 님과의 인터뷰는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재밌고 흥미진진했다. 특히 졸업 후 진로를 고민하는 나에게 응원과 조언도 아끼지 않으셨다. 그 어느 때보다 에너지 넘쳤던 미카엘라 님과의 인터뷰를 만나보자.
한국에서 휴가를 보내고 프랑스로 돌아가신 지 얼마 안 되셨는데요. 다시 돌아가시니까 어떠세요?
제가 한국에 있을 때 계속 비가 왔었거든요. 프랑스는 요즘 햇빛 쨍쨍해서 너무 좋아요.
한국에 얼마나 계시다가 가신 거예요?
한 2주 반 정도 있었어요.
짧게 계셨네요.
사실 4월에도 한국에 한 번 갔었거든요.
그땐 자가격리 면제가 안 됐던 시기 아닌가요? 직장인 분들은 자가격리 때문에 한국에 가도 집에만 있다 와야 된다는 이야기를 왕왕 들었거든요.
그때 자가격리를 하긴 했었어요. 다니는 회사가 컨설팅 회사라 일반 회사보다 일하는 시간이 좀 더 긴 편이거든요. 그래서 일반적인 휴가 일수에 더해 추가적으로 보장되는 휴가가 있어서 여유가 있었어요.
그럼 보통 프랑스 직장인과 비교해서 휴가가 얼마나 더 기신 거예요?
한 7일에서 9일 정도 더 많지 않을까 싶어요. 클라이언트 요구 사항에 따라서 가끔 주말에 일을 해야 되는 경우도 있거든요.
취미가 운동이라 하셨는데 어떤 운동을 즐겨하세요?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많이 했었어요. 헬스도 좋아하고 농구도 좋아해요. 또 원래는 달리는 걸 안 좋아하다가 락다운을 이후로 조깅을 시작했는데 굉장히 좋더라고요.
고려대를 졸업하시고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셨는데 원래 외국에 계시다가 한국으로 대학을 오셨던 건가요?
어렸을 적에 잠시 있었던 적은 있었는데 고등학교는 한국에서 다녔어요. 한국 이름도 물론 있고요.
그렇군요. 저는 영어 이름 역사가 되게 길어요(웃음). 조지나라고 했다가 엘리라고도 했다가...(웃음) 그런데 결국 입에 안 붙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본명을 쓰고 있어요.
본명도 예뻐요.
저도 제 이름이 좋은데 프랑스 사람들이 발음을 절대 못 해가지고... 스타벅스에선 항상 Kim이라고 하고 있어요. 그런데 한 번은 직원이 한국 사람들은 왜 이름이 다 Kim이냐고 묻더라고요(웃음). 그럼 한국에서는 어떤 전공을 공부하셨던 거예요?
저는 어렸을 때 수학이나 과학을 크게 잘한 편도 아니고 좋아하는 편도 아니었어요. 근데 어쩌다 보니까 제 꿈이 우주 비행사가 돼버린 거예요. 그래서 대학에서는 물리학을 전공을 했어요. 그런데 물리학을 공부하다 보니깐 사물의 움직임을 수학적으로 계산한다거나 이런 것들이 재밌더라고요.
한국에서의 학교 생활은 어떠셨어요?
정말 다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공부도 열심히 하고 아르바이트도 많이 했거든요. 또 놀기도 열심히 놀고.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다 보니까 공부를 그렇게 엄청 잘했던 것도 아니고 돈을 많이 벌었던 것도 아니고 정말 정신 줄 놓고 놀아본 적은 없지만 아쉬움 없이 보냈던 것 같아요.
어떤 아르바이트를 하셨나요?
과외도 하긴 했지만 아르바이트도 많이 했어요. 카페 알바를 하기도 했고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에서 일하기도 했어요. 또 잘리긴 했지만 바텐더 알바도 해보고 싶어 가지고 했었어요(웃음).
그럼 칵테일에 대해서 잘 아시겠네요?
힘이 세니까 컵을 다 깨트려가지고(웃음) 2주 만에 잘려서 그렇게 많이 배우지는 못했어요. 사장님이 ‘미안해’ 이러면서 잘랐어요.
저도 아르바이트하면서 컵 많이 깼어요(웃음). 그러면 프랑스가 장기 체류하신 첫 번째 나라인 건가요?
그렇지는 않아요. 학교 다닐 때 캐나다 한 번 중국 두 번 교환학생을 다녀왔거든요.
캐나다는 어떠셨어요?
너무 좋았어요. 캘거리에서 지냈는데 로키산맥 근처에 위치해서 주말마다 스키 타러 다니고 또 제가 또 우주를 좋아해서 한 번은 오로라를 보러 북극점 가까이까지 가기도 했어요.
오로라라니 정말 멋있었을 것 같아요. 중국은 어떻게 두 번이나 가시게 된 거예요?
중국어를 배우고 싶어서 여름학기로 두 번이나 갔는데 결국에는 너무 힘들어서(웃음) 문화 체험을 한 거에 의의를 뒀어요.
인터뷰를 진행하다 보니 생각 외로 중국에 다녀오신 분들이 많으신 거 같아요.
아무래도 가깝고 또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잘 되어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중국 시장이 중요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중국 학생들이 영어를 잘해서 중국어를 배울 필요는 없겠구나 생각했어요(농담).
고려대 졸업 후 프랑스 Arts et Métiers ParisTech에서 엔지니어 과정을 시작하셨는데요. 프랑스에서는 그랑제꼴에 입학하기 전에 2년 동안 프레빠 과정을 거치잖아요. 프레빠를 거치지 않고 입학하셔서 다른 동기들보다 힘드셨던 점도 있으셨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그렇죠. 동기들이 가끔 이미 프레빠에서 배운 내용이라고 한 적도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저는 이과 대학 출신인데 공대랑은 또 다르니깐 처음에는 따라가기가 힘들었어요. 또 수업이 모두 프랑스어로 진행되었거든요.
입학 당시 불어 실력은 어느 정도 되셨나요?
지원 당시에는 프랑스어를 전혀 못했어요. 저는 석사니까 어느 정도 영어로 진행되겠지 생각을 했었어요. 또 지원 당시에 사용 언어가 영어, 프랑스어 공용이라고 표시되어 있었거든요. 합격 메일을 받고 떠날 준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학교에서 DELF B1 성적표를 요구해서 3개월 동안 벼락 치기를 해서 땄죠.
3개월 만에 DELF B1이라니 대단하신데요. 사실 그보다 더 높은 단계인 DELF B2나 DALF C1을 따도 대학 수업을 따라가기는 힘들잖아요. 첫 학기 때는 많이 힘드셨을 것 같아요.
그렇죠. 학교에서 개강 전에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랭귀지 스쿨에서 두 달 동안 인텐시브 프랑스어 수업을 들으라 해서 그걸 듣기도 했지만 충분하진 않았죠. 그래도 한 학기 고생하니깐 다음 학기부터는 수월했어요. 학교에 외국인 학생들이 적고 기숙사 생활을 했기 때문에 하루 종일 프랑스어에 노출될 수 있었던 것도 많은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불어를 못하던 당시에는 학교를 찾는 것도 힘이 드셨을 것 같아요.
외국인들을 위해 간편하게 공대에 입학 원서 넣을 수 있는 플랫폼이 있어서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어요.
어떤 플랫폼인가요?
Nplusi라는 플랫폼입니다.
공대 유학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아주 유용한 정보일 것 같아요.
이 플랫폼의 장점이 지원서 한 장으로 여러 가지 학교를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사실 이과 친구들이 되게 게으르거든요(웃음).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면 유학 결심을 안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준비하기 귀찮아서예요. 플랫폼에서 영어와 수학 시험을 한 번 치러야 하긴 하는데 그 후로는 간편하죠.
굉장히 편리하네요. 보통 석사를 찾을 때 Trouvermonmaster라는 플랫폼을 이용하잖아요. 원하는 전공과 지역 등을 입력하면 그에 맞는 학교들을 알려주는 사이트인데 학교에 지원할 때는 일일이 따로 지원을 해야 하는 한계가 있거든요. 공대는 공대답게 정말 효율적이네요(웃음). 그럼 혹시 프랑스로 유학을 가게 된 특별한 이유나 계기가 있으신가요?
딱히 특별한 이유나 계기는 없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이과는 어디서 공부하던 똑같거든요. 그중에서도 프랑스로 결정한 건 여러 이유가 있는데 일단 제가 마련한 돈으로 유학할 수 있는 나라를 찾다 보니 학비가 저렴한 유럽을 생각하게 됐어요. 그리고 졸업 후 진로와 취업, 초봉 등을 테이블을 만들어서 비교를 해봤거든요. 영국 같은 경우에는 물가가 비싼데 졸업하고 나서의 초봉이 그에 비해 너무 낮은 거예요. 그래서 언어적 메리트가 있음에도 제외를 했고 스웨덴, 독일, 프랑스를 생각하다가 가장 먼저 결과가 나온 게 프랑스였어요. 또 보통 어느 나라든 석사를 하려면 연구 주제가 있어야 하고 그 주제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데 저 같은 경우에는 일단 제가 공대 출신도 아니었고 공대에 가고 싶긴 했는데 전공은 뭐로 해야 할지 잘 모르는 상황이었거든요. 근데 제가 합격한 엔지니어 그랑제꼴 프로그램은 디플롬이 엔지니어는 제네럴 리스트로 나오는 학교였어요. 전반적인 공학 분야를 다 배우기 때문에 그렇게 나올 수 있는 건데, 그래서 그게 가장 큰 이유가 되었던 것 같아요. 제가 석사를 하고 싶었던 이유가 연구원이 되고 싶어서 했던 건 아니고 테크놀로지랑 비즈니스 사이에서 일을 하고 싶었거든요. 링크드인에서 졸업한 선배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많이 검색했는데 기업에서 매니징을 많이 하더라고요. 그래서 나한테 제일 잘 맞겠다. 이거다 생각한 거죠(웃음). 그리고 기타로는 이 학교 교우회가 고대 교우회처럼 끈끈하기도 하고 파워도 있어서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생각하기도 했고요.
학교 수업 중 기억에 남는 수업이 있으신가요?
비행기 엔진 조립하는 수업이 있었어요. 정말 재밌었는데, 엔진이 정말 크거든요. 그 엔진을 동기들이랑 같이 조립을 했던 수업이 가장 기억에 남고 재미있었어요.
정말 재밌을 것 같아요.
그리고 저희가 한 디자인을 플라스틱 제품으로 만들어내는 수업도 있었어요. 기계로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공정 전체를 참여해보는 수업이었죠. 또 3D 프린팅을 직접 해보기도 했고요.
영화 학교보다 더 흥미로운 수업이 많은 것 같아요(웃음). 앞서서 전반적인 공학 분야에 대해 배웠다고 말씀하셨는데 조금 더 구체적으로 소개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기본적으로 선형대수 같은 수학도 배우고 컴퓨터 공학, 전자 공학, 기계 공학 등 공학이 붙는 분야는 거의 다 배운다고 보시면 됩니다. 한국이랑 다른 점은 한국은 단과대로 운영되잖아요. 그래서 다른 전공 분야 분들과 교류도 할 수 있는데, 저희 학교는 경영되면은 경영대면 공대면은 공대. 이렇게 완전히 분리가 되어서 다른 분야에 계신 분들과 접점도 없고 다른 교양 과목도 없는 것이 좀 아쉬웠어요. 다른 국립대학은 아닐 수도 있는데 저희 학교는 그랬어요. 대신 정말 공학 분야에 대해서는 스페셜라이징 하게 배울 수 있었습니다.
다음 편에 계속...
인터뷰어 조소희
파리 8 대학 영화과를 졸업한 후 단편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인터뷰이 강미카엘라
고려대학교 학부 졸업
Arts et Métiers ParisTech 그랑제꼴 엔지니어 디플롬 과정 수료
현) 프랑스 IT 컨설팅 회사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