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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비아 조 Oct 07. 2021

프랑스에서 교수되기 5

네 번째 만남 홍소라

교수 생활은 어떠신가요?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으로만 수업이 이뤄져서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다만 제 전공인 수업을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어떤 과목을 가르치시나요? 


한국어도 계속 가르치고 있고요. 전공 수업 경우에는 제가 논문으로 썼던 한국사와 한국 대중문화에 대해 가르쳐요. 저번 학기에는 한국 역사 수업을 했는데 수강생들이 한국어를 전공하는 학생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어떻게 다가갈까 고민하다가 영화를 쭉 훑었어요. 시대극에 자주 나오는 역사적인 사건들을 카테고리별로 묶어서 오늘날 한국 사람들의 역사 인식에 관한 수업을 했죠. 그런데 영화를 보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거예요(웃음). 흥미도는 높았지만 다음에는 다른 방식을 접근해보려 합니다. 


(사진 출처 : Xavier Leoty)



한국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대게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나요? 


보통 한국의 대중문화와 한국어에 흥미가 있어서 들어온 경우가 대다수예요. 또 프랑스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나 한국에 진출한 프랑스 기업 사이에서 무언가를 할 수 있겠다 생각하고 들어온 학생들도 많아요. 저희가 대학에 입학할 당시를 생각해보면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입학하잖아요. 이 친구들도 마찬가지죠. 


프랑스에 계시는 동안 한국인 유학생을 많이 만나보셨을 것 같은데 결국 어떤 분들이 목표한 학업을 잘 마치는 것 같나요? 


돈 많고 무던한 사람들이죠(웃음). 아니면 갈 곳이 없는 상황이 거나요. 니하오를 안녕하세요로 맞받아 칠 수 있는 사람들이 잘 살아남죠. 


프랑스에서 유학을 생각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으신가요? 


유학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프랑스에서 공부한 후 한국 학계에 들어가려고 하는 생각이라면 정말로 좋은 선택인지 생각을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프랑스에 대한 환상을 가지지 말라고도 말하고 싶어요. 한국에서 오랫동안 불어를 배우고, 환상에 빠져있었던 입장으로서 환상이 깨지는 그런 과정들이 유쾌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뭐,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겠지만요. 일례로 한국 드라마를 통해 한국을 알게 된 친구들이 정말로 한국에 갔다가 깜짝 놀라는 것처럼요. 그리고 아무리 준비를 많이 하고 들어온다고 해도 결국 현지에서 겪게 되는 일은 아무도 모르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가능성에 대해서 어느 정도 수용하는 마음을 가지시고 들어오시면 좋을 것 같아요. 


소라 교수님처럼 프랑스에서 교수가 되는 것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한국학 교수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꼭 그렇지는 않고 프랑스에서 교수가 되고 싶은 모든 분들에 게요. 사실 제가 프랑스에서 계속 살고 싶은데 그러려면 일을 찾아야 하잖아요. 그런데 또 내 전공은 또 영화고(웃음). 그래서 한국 영화가 부상하고 있기도 하고 학교 수업 중에서 중국, 홍콩, 일본 영화에 대한 수업은 있어도 한국 영화에 대한 수업이 없는 것이 아쉬웠거든요. 그래서 제가 이런 쪽으로 한 번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곤 했거든요. 


프랑스에서 교수가 돈을 잘 못 벌어요(웃음). 경제적인 면만 봤을 때는 투자 대비 아웃풋이 좋지 않다고 우선 말씀드리고 싶고요. 대신 프랑스에서 연구자가 되면 좋은 것은 어떠한 한국 학계의 고정된 시각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확실히 프랑스는 본인의 연구를 자유롭게 펼쳐나갈 수 있도록 보장이 되는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연구를 하고 싶다면 프랑스가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일단 페이가 적고 조교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일이 굉장히 많다는 점을 알고 계셨으면 좋겠어요. 대게 수업이 없을 때 교수들은 일을 안 한다고 생각하잖아요. 근데 방학 때도 시험 채점하고 다음 연도에 들어오려는 학생들을 심사하고 다음 학년 준비를 위한 회의 등 여러 가지 일들이 많아요. 학회 준비나 수업 준비는 당연히 계속해야 하는 일이고요. 학생 때 지도 교수님에게 메일을 보내서 답장을 안 해주면 왜 대답을 이렇게 늦게 할까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그 상황을 백번 이해하죠(웃음). 


또 프랑스의 일처리 방식을 생각해보면... 느리고 말 많고... 


모든 게 설득 과정이죠. 방학 때 그걸 하다 하다가 한 달 정도 남은 시점에서 다들 놔버려요(웃음). 이제 난 그만 내 수업 준비하고 연구를 해야겠어 이런 시점이 오는 것 같아요. 또 MCF(부교수)의 경우 계약상 1년에 192시간을 수업을 하기로 되어있는데 그 시간만 채우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국립대는 항상 인력 부족에 시달리거든요. 추가적으로 고용하기 위해 학교 쪽에서 돈을 끌어와야 되고, 학교는 돈이 없으니깐 정부에서 돈을 끌어와야 하고 그런 과정이 다 교수의 몫이에요. 또 한국학 같은 경우에는 한국 정부에서 지원을 받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려면 또 서류 작업이 필요하잖아요 그것도 교수의 몫인 거죠. 


저 같은 경우에 계속 학생이었으니깐 교수님들이 그런 노력을 하시는지 몰랐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좀 죄송한 마음이 들기도 하네요(웃음). 마지막으로 이제 앞으로 더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으신가요? 


집을 사고 싶어요(웃음). 삶의 여유를 느끼면서 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제는 나도 좀 그래도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하고 있어요. 아직 교수가 된 지 일 년도 안됐긴 하지만 나중에 은퇴를 하면 시골집에 가서 그림 그리면서 편안한 여생을 보내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인터뷰어 조소희 

파리 8 대학 영화과를 졸업한 후 단편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인터뷰이 홍소라 

현) Université de La Rochelle Associate Profess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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