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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딘 Feb 19. 2024

나를 챙기는 방식

균형 잡힌 삶을 위한 다짐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오전 집안일을 마무리한 뒤 잠깐 일을 한다. 점심이 되어 무얼 먹을지 고민하지만 이미 물과 함께 라면을 끓이고 있다. 주로 월요일, 화요일에는 라면을 끓여 먹는다. 수요일이 되면 그래도 뭔가 해 먹을까 하지만, 웬만하면 라면을 끓여 먹는다. 목요일이 되어 다른 걸 먹어볼까 하지만 그냥 라면을 끓여 먹는다. 금요일이 되면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만들어서 쌓인 아이 반찬을 한대 모아 일명 짬처리를 한다. 비벼먹거나, 그냥 다 펼쳐놓고 먹는다. 왜 매번 라면만 먹냐고 한다면, 이유는 크게 2가지가 있다.

일명 짬처리할 때 먹는 반찬이다.

 첫 번째로 간단하기 때문이다. 나를 위해서 뭔가를 해 먹는 에너지가 부족하고, 나만의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한다. 분명 먹고 싶은 것을 고르고, 만들고, 먹고, 치우고 하면 오후 2시가 다 되어 있을 것이다. 사 먹으면 되지 않느냐고 한다면, 개인적으로 혼자 있으면서 고물가 시대에 돈도 벌지도 않는 사람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것이다. 이런 시대에 한 끼 대략 1,000원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훌륭하다. 물론 나도 사 먹으면 다양하게 먹을 수 있고 편하기 때문에 좋아한다. 지금 나에겐 음식을 선택하는 시간도 아깝다 생각할 수도 있다. 할당된 소중한 개인 시간은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일이 더 중요해졌다.

 

 두 번째로는 그냥 라면을 좋아한다. 그렇다고 라면봉지 뒷면에 적힌 대로 끓이지도 않는다. 예전에 '나 혼자 산다'라는 TV프로그램에서 '기안 84'가 물이 끓지도 않는데 전부 털어 넣고 끓이는 것을 보고 해 봤다. 생각보다 잘 끓여져서 나도 그냥 한 번에 다 넣고 그냥 끓인다. 물이 끓으면 계란 넣고, 대파 넣고 한소끔 끓으면 불을 끈다. 떡라면이 먹고 싶다면, 물이 끓을 때 면을 넣긴 한다. 떡은 처음 가져온 다음날 빼고는 얼어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냥 라면은 맛있다. 매운맛, 짠맛, 단맛, 감칠맛이 다 느껴진달까. 딱히 가리는 라면은 없지만 주로 진라면을 먹는다. 


 그래도 먹고 싶은 것이 생기면 대부분 만들어 먹는다. 이런 행위는 결국 나를 챙기는 일이 된다. 냉면을 좋아하는 나는 최근 엄마집에 소고기맛 MSG 한 봉지가 있어 가져와 물에 섞어 냉면육수로 쓰고 있다. 냉면사리만 사면 꽤 저렴하기 때문에 가성비가 좋아 일주일에 한 번씩 먹고 있다. 고기 육수를 만들어서 먹을 수는 있지만, 큰 마음을 먹어야 할 수 있는 일이 되었다. 어느새 나를 위해 만들어 먹는 것조차 가성비를 따지게 되어버렸고, 이런 경제적인 상황에 의해 내가 주로 라면을 먹는 세 번째 이유가 되어버렸다.  


 사람들이 본인을 챙기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사람들이 비혼을 하거나 결혼은 하면서도 딩크로 사는 이유 중 하나는 나 자신이 너무 중요해졌기 때문이라 생각이 든다. 나도 나만의 시간이 중요하며, 소중하다. 나와 아내도 그렇게 생각했다. 아니, 아마 나 혼자서만 딩크를 꿈꿨을지도 모르겠다. 아내는 아이를 원했을지 모르지만, 나는 아직 준비가 안되었, 앞으로도 준비가 안될 것이라 생각했었다. 왜냐하면, 결혼 후 시간이 지나면서 좋아지기는커녕 상황이 불안해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2018년도에 결혼했다. 약 2년 후에 아내가 삶이 무료하다고 해서 강아지를 원했고, 나는 아내가 원하는 대로 해주었다. 그리고, 약 1년이 또 지난 후에 아내가 아이를 잉태하고, 그렇게 2022년에 출산을 하게 되었다. 우리의 삶이 아이 중심으로 바뀌면서, 어린이집에 보내기 전 10개월 동안 돌보던 아내도 책으로 자신을 챙기곤 했다. 지금은 내가 주양육자가 되면서 책과 글쓰기, 아이를 위한 요리를 통해서 나를 챙기고 있다.


 자신을 챙기는 것이 중요하며, 각자의 삶 속에서 자신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양육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만약 본인의 삶이 아이에게만 치우쳐 있다면, 결국 자신을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균형 잡힌 삶이 중요하고, 그 안에 충분히 자신을 챙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글을 쓰고 보니 나는 나를 챙기는 데에 있어 부족함을 느꼈다. 나름 정신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대부분의 개인시간을 채우고 있다. 몸의 건강도 함께 채운다면 균형이 잡힌 삶을 통해 행복한 삶이 펼쳐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번 한 해는 좀 더 균형 잡힌 삶으로 성장하는 나이길 바란다.

내가 먹고싶어 만든 좌측 사골곰탕과 겉절이, 우측 통갈비바베큐에서 남은 살점으로 만든 라자냐와 피클이다. 바베큐 소스랑 라자냐면 빼고 내가 다 만들었다.
역시 내가 먹고싶어 만든 좌측 버섯 국수와 채소김밥과 우측 소고기맛다시다로 만든 냉면과 우삼겹볶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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