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개운 칫솔 미세모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 1.

by 김삼일

화장실의 3분 모래시계를 돌려놓고 이를 닦다가 문득 생각했다. 나만의 옥수수 빵파랑 책을 쓸 때가 왔다.


옥수수 빵파랑은 이우일 작가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잔뜩 소개해 놓은, 2005년에 낸 책이다. 백수시절 심심할때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도 언젠가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모음집을 내고 싶다는 생각을 어렴풋이나마 했었다.


이닦기에 진심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하루 3번의 양치를 잊지 않고 하려고 나이가 들수록 더욱 노력중이다. 얼마전 이 사이에 검은 점이 보여 치과에 갔는데 충치가 있으나 치료할 정도는 아니라는 의사의 소견을 듣고는 더욱 이닦기에 열심이 되었다. 이 충치를 더 발전시키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이닦이에 열심이라고 해서 하루 종일 이닦기 생각만 할 정도로 이닦기 광인은 아니고 그저 대충 1,2분 가량을 닦던 것을 3분 모래시계를 사서 시간 맞춰하고, 치실을 조금 더 꼼꼼하게 하고, 간혹 음식물이 끼어있다는 오른쪽 윗 사랑니를 정성들여 닦고 하는 정도이다.


그동안은 유튜브에서 추천받은 왕타칫솔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 칫솔도 나름 추천) 어느 순간 그동안 사다놓은 왕타칫솔이 똑 떨어졌다. 갑자기 삘받아 쓰던 칫솔로 화장실 청소를 하고 새 칫솔을 찾는데 남은 칫솔이 없을 때의 그 당혹감이란. 급한대로 남편이 사다놓은 칫솔을 어느 구석에서 찾아서 이를 닦는데 칫솔모가 너무 억셌다. 가심비보다는 가성비를 중요시하는 남편이기에 가격이 싸다고 잔뜩 사다놓은게 분명한 칫솔이었다. 요즘 절약모드 이기에 며칠은 그냥 새로운 소비를 하지 않고 이 칫솔을 써야겠다 다짐했지만 이를 닦는 3번의 3분동안 잇몸이, 이와 이사이가 아프고 3분이 괴로웠다. 결국 새로운 소비를 하기로 결심했다.


기존의 왕타칫솔을 다시 살까 생각하던차 봄이고, 새로운 것을 탐험하고 싶었다. 믿고보는 민음사 유튜브에서 추천받은 아개운 칫솔이 생각나서 아개운 미세모 칫솔을 검색 후 구입했다. 4개 세트에 12,000원. 1개에 3,000원 꼴이었다. 더 싼 칫솔도 있겠지만 나의 즐거움과 호기심에 또 호기롭게 1,2000원 투자하기로 한다.


칫솔이 도착하자 일단 칫솔의 외관부터 맘에 들었다. 진한 청록생 손잡이에 노란색 미세모. 두근두근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마음은 사소한 것일지라도 설렌다. 칫솔은 다 같은 칫솔이지만 사소한 것이, 그 한끝차이가 품질을 가른다. 내가 생각하는 아개운 칫솔의 치트키는 부드러운 미세모 뒤의 작은 돌기들이다. 별거 아닌거 같지만 이 돌기가 이를 닦을 때 입 안의 피부들을, 잇몸들을 살살 마사지 해주고, 미세모는 아주 부드러워서 잇몸과 이가 패인 부분도 시리지 않게 닦아준다.


억센 칫솔로 이를 닦을 때 길게만 느껴졌던 3분이 아개운 칫솔 미세모를 쓰니 너무 빨리 가서 아쉬울 정도였다. 이 별것 아닌 3분이 나를 기쁘게 해주는구나, 행복하게 해주는구나.....(마음속 눈물).....좋아하는 것들에 관해 좀 써봐야겠다. 나만의 옥수수 빵파랑 책을 써봐야겠다. ....(다짐).....이렇게 연재를 시작한다.


이제 아개운 칫솔 미세모를 쓴지 이틀차. 시간이 지나면 이 기쁨이 무뎌질수도 있지만 이 소소한 행복을 기록하고 싶다. 나에게 소소한 행복을 주었던 물건을, 사건을, 사람들을 적어놓고, 저장하고 기억하고 싶다. 때로 이 글들을 읽어보고 피식 웃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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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