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 5
좋아하던 계절로 겨울을 꼽던 시기가 있었다. 눈이 오는 겨울, 눈설매를 탈 수 있는 겨울, 군고구마가 있는 겨울, 따뜻한 이불 속 귤을 까먹으면서 만화책을 볼 수 있는 겨울. 집에 오래 있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겨울.
이번 겨울엔 몸과 마음이 많이 아프고 시렸다. 딱히 만나러 갈 사람도 없는 상태로 방학인 아이들과 우리 집에 고립되었다. 많은 것이 귀찮아지고 대부분의 것들에 의욕을 잃었다. 일상을 살아가는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새로울 것 없는 상태로 그냥 하루하루를 흘려보냈다. 혹 며느리가 부담될까 먼저 전화하시는 일이 거의 없으신 시어머니의 전화에, '너 혹시 우울증이니?'하는 물음에, 그냥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그런것 같아요...하면서 아이처럼 그냥 엉엉 울어버렸다. 딱히 힘든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그냥 툭하면 눈물이 났다. 여러 마음 쓰이는 문제들, 불안들이 차곡차곡 모였다가 가슴 속에서 뭉게뭉게 독소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봄이 왔다. 해가 났다. 꽃이 폈다. 아이들은 학교에 갔고, 나는 나의 시간이 생겼다. 밖으로 나가 사람들을 만나고, 운동을 할 시간들이 생겼다. 두껍고 무거운 옷으로 꽁꽁 싸매지 않아도 되었고, 반팔을 입어도, 긴팔을 입어도 되는 날씨가 되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이 되었고, 걷는 것이 즐거운 계절이 돌아왔다. 우리는 동물원에 갔고, 에버랜드에 갔고, 집근처 공원에 갔다. 어디를 가나 사람들이 많았다. 다들 어서와라 봄 하는 기세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동물원 들어가는 길이 2시간 넘게 걸렸지만 그 시간이 싫지 않았다. 피식피식 웃음이 났다. 기다리다 못한 남편이 아이들을 데리고 먼저 동물원에 걸어 들어가고 나 혼자 운전을 하며 주차를 하는데 사람들 구경하는 게 너무 재밌었다. 에버랜드에 갔을 땐 너무 더워서 기진맥진했지만 지칠 줄 모르고 돌아다니는 아이들을 보며 피식 웃음이 나왔다. 공원에서 운동하는 사람들,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을 보며 또 시간가는 줄 모르게 하루를 보냈다.
가끔은 가만히 있기 아까운 이 날씨가 부담스럽다. 집순이인 나에게 어디 좀 나가, 이렇게 찬란한 봄이잖아, 이 날씨에 가만히 있을거야, 라고 말하는 이 날씨가 부담스럽고 거추장스럽다. 그럼에도 고맙다.
긴 겨울을 헤쳐 봄이 왔고, 이 봄은 또 짧게 날아갈 것이다. 또 순식간에 더운 여름이 되고 선선한 가을이 되었다가 또 다시 겨울을 맞을 것이다. 이 즐거운 봄을 만끽하며, 기억하며 새로올 겨울엔 웅크리지 않길 바란다. 봄을 기다리며 다시 겨울도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