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암투병 이후 나는 내가 느끼는 감정들, 예를 들어 불안함, 두려움, 애잔함, 그리고 그 너머의 희망과 설렘을 어디엔가 공유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 감정의 소용돌이를 어디에 표현해야 할지 알 길이 없었다. 가장 가까운 가족과 공유하는 것이 베스트이겠지만, 가족들도 다 자신만의 애환과 삶이 있기에 나의 감정을 100% 이해해 달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게다가 가족들에게도 말하기 힘든데 주변 지인들에게는 당연히 말할 수가 없었다.
암환자들에게는 ‘암밍아웃’이라는 말이 존재한다. 암밍아웃이란, 암(cancer)과 커밍아웃(coming out)을 결합한 말로,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고백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는 암 투병 중인 사람들이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과 관련된 표현이다.
”커밍아웃“이라는 용어는 원래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을 공개하는 것을 의미하지만, ”암밍아웃 “은 암 투병과 관련된 경험을 공유하는 방식에서 비롯된 새로운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자신이 암 환자였다는 것을 공개하는 것이 암환자 본인에게는 힘든 일이다. 암환자라는 것이 어찌 보면 자랑도 아니고,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내 약점과 치부를 공개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SNS 활동은 암환자들에게 커다란 소통의 창구이자 감정의 통로이다. 나는 암 투병 이후부터 깨작깨작 SNS들을 운영하고 있다. 많은 활동을 하지는 않아서 구독자가 많지 않지만, 앞으로 암세포와 싸워나가며 내 인생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자 조그맣게 시작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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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말할 수 없는 나의 감정과 경험을 SNS에 남기며 많은 이들의 응원과 위로를 받고 있는데, 나와 비슷한 상황인 사람들이 세상에 이렇게나 많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그리고 나뿐만 아니라 많은 암 생존자들도 글로써 세상에 아픔을 드러내고 공감과 위로를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실 주변에서 진심 어린 위로를 얻기란 정말 힘든 일이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나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암 생존자들과 소통하고 공감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삶을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
다만 꼭 지켜야 하는 점은, 상처받을 수 있는 말들이나 주변 상황과의 비교는 절대 금물이라는 것이다. 나도 종종 말도 안 되는 비난, 또는 공격적인 댓글을 받고는 한다. 그럴 때는 가차 없이 차단 또는 삭제를 해야 한다! 앞으로 나의 남은 삶이 얼마나 될지 알 수는 없지만, 암투병 이후 느낀 점은 인생은 좋은 글만 보고 살기에도 아깝다는 것이다. 나의 마음을 이해해 주고 따뜻한 마음을 전달해 주는 이들의 글만 보기에도 바쁘다. 긍정적인 소통을 하는 사람들과 함께 의견을 나누고 함께 발전해 나가자. 아직 세상을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