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아찔했다. 이제 어지간 한 냄새에는 무덤한데 아직 내 발걸음을 주저하게 만드는 냄새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현관문은 열려 있었고, 자식들은 밖에 나와 있었다. 구역질이 치미는 걸 참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 비쩍 마른 노인이 초점 없는 눈으로 천정을 보고 있었다. 노인은 똥을 누고 이불 위에 굴러서 온몸이 똥범벅이었다.
라텍스 장갑을 끼고 물티슈로 노인의 온몸을 꼼꼼히 닦아냈다. 그냥 모셔가면 병원서 한 소리 들을 게 뻔하기도 하고, 종일 손댈 엄두를 못 내 똥이 눌어붙은 몸이 슬펐다. 자식들 탓하기도 뭐 했다. 이 노인이 정신이 말짱할 적에 어떤 부모였는지 나는 알 길이 없으니까. 혹 좋은 사람이었다 하더라도 비위가 안 좋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상황이었다. 물티슈 한 통을 다 써서 몸을 다 닦아낸 뒤, 기저귀를 갈고, 들것 위에 패드를 깔고 노인을 옮겼다. 병원에 도착하자 환자 분류 간호사가 물었다. “119 선생님, 혹시 똥이에요?”
“네, 닦는다고 닦았는데.”
”고생하셨네요.”
“고생은 선생님들이 하시죠.”
이날 있었던 일을 아버지께 말씀드렸더니 아니나 다를까 너가 그걸 왜 치우고 있냐는 말이 돌아왔다. 그래서 잠시 고민하다가, 아버지한테 말씀드렸다.
“아버지, 그게 제 일이에요.”
“너가 요새 술 안 먹더니 정신이 났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