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우리 동네에 자살 명소로 유명한 다리가 있단 얘기를 했다. 수면까지 끽해야 15미터로 떨어져도 안 아플 듯한 높이에 웬만한 신장의 성인이면 한 발을 걸쳐 넘어갈 수 있는 나지막한 난간. 우습게 보여도 떨어지면 똑같이 죽는 건데, 여기서 죽으면 죽음이 다소 가벼워지리란 인상을 주는 듯한 다리다. 다리엔 생명의 전화가 설치되어 있고 CCTV를 통해 119 상황실에서 24시간 감시를 한다.
누가 다리에서 뛰어내릴 것 같다고 신고가 들어왔다. 현장에는 밤 산책을 나온 행인 몇과 경찰이 먼저 자리하고 있었다. 어깨까지 머릴 기른, 얼핏 존 레논을 닮은 남자가 다리 난간에 걸터앉아 모여든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너희들은, 사람을 낚는 어부가 돼라.‘” 남자가 말했다. 나는 곁에 있던 경찰에게 슬쩍 다가가 물었다. “무슨 상황이에요?”
”그, 일상적인 대화가 안 되네요. “
”아아. “
”정죄하지 말라! “ 남자가 외쳤다.
”보시다시피 이렇습니다. “
”어떻게 하죠? “
”잘 달래 봐야죠. “
”베드로야! 베드로가 어디 있느냐! “ 남자가 외쳤고, 나와 이야기를 나누던 경찰이 재빨리 남자 쪽으로 몸을 틀며 답했다. ”선생님! 베드로가 여깄습니다.“
”담배가 피우고 싶구나. “
”예. 담배는 준비되어 있습니다. 일단 우주선에 오르시지요. “ 경찰이 내게 눈짓했다.
”우주선을 준비하겠습니다. “ 내가 그 정도 눈치는 있었다.
선생님과 베드로, 나 세 사람이 함께 우주선(구급차)에 탔다. 선생님이 내 눈을 지그시 보며 말문을 열었다.
”당신은...... 신... 재... 석? “
”예, 신재석입니다(아님). “
”재석아. “
”예. “
”음행 하지 말라. “
”주의하겠습니다. “
”정죄하지 말라. “
”명심하겠습니다. “
”담배가 피고 싶구나. “
”병원, 아니 천국에 가면 드리겠습니다. 우주선은 금연입니다.”
남자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긴급입원이 예정된 병원으로 차를 몰았다. 병원 입구에는 남자의 부모님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부모님의 표정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슬픔이라기엔 초연하고 기쁨이라기엔 무거웠다. 그저 상황을 운명처럼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부모님 손에 이끌려 병실로 향하던 남자가 고개를 돌렸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했다.
”서로 사랑하라. “
그 말이 광인의 말처럼 들리지 않았다. 사랑을 외치는 사람들을 미치광이로 모는 세상이 더 미친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