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새벽. 출동 대기 중에 배고파서 컵라면에 물 붓고 기다리는 중이었다. 분명 창문을 전부 닫았는데 어디서 찬바람이 들이쳤다. 몸이 떨리며 갑자기 소변이 마려웠다. 화장실로 걸어갔다. 누가 변기와 칸막이 틈을 비집고 들어가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떡진 머리에서 지린내가 훅 풍겼다. 눈은 겁을 먹은 것 같기도 화가 난 것 같기도 했다. 누구세요. 물었다. 죄송합니다, 추워서요. 남자가 답했다. 여기 관공서라 이렇게 계시면 안 돼요. 죄송합니다, 추워서요.
휴대폰 앱으로 택시를 불렀다. 소방서에서 가까운 쉼터까지 예상금액은 만 원을 조금 넘겼다. 먹을 것 좀 없나요. 말하는 남자에게 아까 물 부어 놓은 컵라면을 가져다줬다. 조금 식었지만 아직 온기가 남아 있었다. 몇 젓가락 먹기도 전에 택시가 왔다. 남은 컵라면을 마시다시피 뱃속으로 밀어 넣고 바깥으로 나갔다. 택시에 오르기 직전, 남자가 공손하게 손을 내밀었다. 때가 끼고 피딱지가 들러붙은 손이었다. 남자가 황급히 손을 거뒀다. 내가 다시 손을 내밀었다. 남자가 그걸 양손으로 감싸 쥐었다. 빵! 경적이 울렸고 남자는 택시에 올라 쉼터로 향했다.
겨울은 시작도 않았는데 벌써 겨울이 길다. 문득 삶은 악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삶은 손 안의 뜨거움으로 손등의 차가움을 견디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