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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리 Oct 19. 2022

책을 잘 고르는 방법?

Writer's block Diary: 18일째

Photo by Guzel Maksutova on Unsplash


책에 본래 취미가 없다면, 특정한 분야에 관심이 가서 그 분야를 알아보고자 해당 장르의 유명한 책 몇 권을 읽어보는 게 일반적인 사람들의 독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대상은 주로 문학이 아닌 실용 서적이 될 텐데, 가령 수험생 및 취준생인 경우에는 해당 자격증이나 기업에 관한 책, 면접과 직장 생활에 대한 책을 보고 싶어할 것이고 예비 엄마라면 개월수와 연령대별 육아 서적, 이유식과 아기옷 만들기에 관한 취미 서적 따위를 수시로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낚시광이라면 낚시에 관한 잡지나 낚시 전문가가 쓴 에세이에 관심이 갈 것이고, 곧 필리핀 여행을 떠날 사람은 아무리 인터넷이 최고라지만 론리플래닛 같은 여행 전문 서적을 한번쯤 훑어보려 하겠지.


그 과정에서, 뉴비인 우리들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 또는 전문가처럼 보이는 사람들에게 책을 좀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하게 되기도 한다.


추천은 물론 힌트가 되기도 하지만 반드시 나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래서 나는 아래 영상을 보면서 무릎을 여러 번 쳐야 했다. 이 영상의 제목은 <부동산 초보자에요. 책 좀 추천해주세요~!>지만 실용 서적을 고르는 데도 통용되는 방법이다.

 

https://youtu.be/WR0t_40vWsc

 부읽남TV - 부동산 읽어주는 남자


시행착오는 책을 고르는 과정에서도 발생할 수밖에는 없다. 그리고 에이, 무슨 책이 이래! 하는 시행착오마저 독서의 한 부분이다.


미리보기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목차를 아무리 뜯어봐도, 쪽수가 얼마나 되고 저자가 얼마나 믿을만 하며 내용은 얼마나 충실한지 가늠해봐도 직접 그 책을 이리 저리 들춰보기 전까지 알 수 없는 영역이 있다. 심지어 고르고 골라서 빌리거나 샀는데도 뚜껑을 열어보면 내 예상과는 전혀 동떨어진 소리가 연속되거나, 분명히 한국어인데 하나도 못 알아듣겠는 기분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시행착오를 아예 없애겠다는 건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니다. 가능하지도 않을 뿐더러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역시 나쁜 책을 함께 경험해보는 다고 본다. 왜냐하면 실용 서적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정제되고 완전하고 뚜렷한 정보 한 덩어리를 얻기 위함이 아니라, 여러가지 다른 시각으로 써진 불완전한 정보를 얻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우리는 읽은 책 한 권당 퍼즐조각 몇 개씩을 얻게 되는 셈인데, 이렇게 획득한 퍼즐조각은 어떻게 조립하느냐에 따라서 무척 다른 그림을 만들어낼 수 있다. 어차피 한 인간이 세상 일을 모조리 알 수는 없으며, 편향된 시각은 존재할 수 밖에 없으므로, 이를 인정하고 그나마 통용되는 것 같은 조각들을 그러모아 나름대로 그림을 만들어보는 것이 책을 읽는 진정한 이유는 아닐까 생각한다.


즉, 책을 잘 고르는 방법은 없다.


그냥 관심 분야와 연관 분야의 책을 닥치는대로 보다보면 어느샌가 부읽남 정태익의 지적처럼 "뭔가가 스멀스멀 뭉치면서 희미하게 보이는 것 같은" 지점에 다다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때부터는 진짜로 방향을 잡아서 좀 더 가열찬 독서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책을 벗어나 현장을 직접 겪으면서 나름대로의 식견을 쌓아가기도 하며.


시간도 걸리고 머리도 지끈거리겠지만 어쩌랴. 모든 탐험은 언제나 크거나 자잘한 위험을 동반하는 법. 그 여정을 거듭하다보면 어느날, 당신도 그 분야의 책을 좀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받게 될런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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