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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즈와케이크 Jun 09. 2022

후회하는 당신에게

성찰하되 자학하지 말기를

작년에 친구가 여자 친구와 헤어지고 힘든 시간을 겪으면서 내게 가장 많이 했던 말이 이것이었다.  

   

“너무 후회된다.”


 그 말은 있을 때 잘하지 못한 남자 친구의 변명이 아닌, 잘 맞고 잘 어울리는 커플이 말싸움 한 번으로 이별까지 가게 되었던 상황에서 했던 말이었기에, 듣는 내게 있어 친구의 저 말은 특히나 사무치는 후회로 다가왔다.     


 만약 타임머신이 존재한다면, 만약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이러한 가정문들이 사람들 사이에서 많이 통용되는 이유는 아마도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발자취에 의구심과 후회가 많다는 걸 의미하는 것 아닐까. 우리는 모두 초행인 길을 가고 있어서, 대부분의 선택에서 실수를 저지른다. 가르침을 받아봤자 모든 선택지에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 만큼 범용적이진 않고, 깨달은 어른들이라고 해봤자 나와는 다른 선택지에서 실패를 본 사람들일 뿐이다. 인생에서 재출제되는 선택지들은 거의 없고 대부분은 새로운 문제만이 출시되는 내일의 연속이라는 것을 감안 하면. 두 번째 기회가 없다는 것은 엄청 가혹한 것이고 우리는 생각보다 위험하고 아슬아슬한 도박의 순간을 살아오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은 꽤나 가혹해서 자신의 선택을 실패라고만 여긴다. 그게 최선이었다며, 초행부터 잘할 수는 없었다며 용서해주는 일이 없다. 그래서 그들은 후회하기만 한다. 내가 그때 알았더라면, 그때 좀 더 똑똑했더라면, 그저 자신의 과거를 '멍청함'으로 치부하기만 하면서 끝내는 ‘만약 타임머신이 존재한다면, 만약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을 되뇌며. 비현실을 꿈꾸기 시작하지만, 그것마저 이룰 수 없는 선택지를 상상하며 자신의 자책을 증폭하는 과정일 뿐이다.     


 성찰은 중요하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성찰이라는 과정은 앞으로의 선택에 필수적일 것이다. 하지만 성찰이 채찍질이 되서는 안되며, 성찰이 모든 상황에서 성공을 끌어내지도 않는다. 

 예컨대 부모님에게 효도하기를 결심한 사람도 아침부터 폭풍 잔소리를 쏟아내며, 학문에 정진하기를 강권하는 엄마 앞에서 효도의 결심을 떠올리기 힘든 것처럼, 친절에 마음 주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한순간만이라도 이기적 이리라 다짐해도, 막상 타인의 감사와 미소 한 번에 결심이 무너질 만큼 마음 약한 당신이 아니었던가? 하물며 사람만큼 알 수 없고 변수 가득한 존재 앞에서 무슨 계획을 세우고, 무슨 예측을 할 수 있겠는가? 공식을 알아도 막상 실전에서 응용하기 힘든 건 수학 문제뿐만이 아니다.     


 이에 후회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당신이 했던 선택은 실수가 아닌 다른 선택지로 향하는 길이였다고. 면접에서 떨어졌다면 실수로 당신을 거부한 불쌍한 기업이 아닌 수많은 다른 기업의 콜을 받을 기회가 온 것이고, 애인과 헤어졌다면 이 세상에 수많은 매력적인 이성들 중 한 명을 골라 사귈 기회가 다시 온 것이고, 결혼했다면 불확실과 불신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당신의 유일한 아군을 찾아 정착하게 되어 다행인 것이고. 인간관계에서 이른바 손절당하여 상처받았다면 그들과 오래 지내면서 문제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조기에 끝내서 다행인 것이라고. 당신의 선택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으로 향하는 길중 하나였을 뿐이라고.

 나는 당신이 성찰하되 스스로에게 채찍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학은 통증을 낳고 통증에 지치면 쓰라림과 의구심에 눈이 가려져, 실수를 연발하게 되기 때문이다. 


당연하게 주어지는 행복과 사랑받는 일조차 의심하는 실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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