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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 1.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 자기 이해

연애와 커리어 개발에서의 지피지기 전략- ①

by Helping Hands

연애할 때나 진로를 찾을 때 우리가 가장 빠지기 쉬운 함정은 바로 자신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무조건 좋은 상대방을 찾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는 어떤 것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연인이 되기를 바라는 사람에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지 충분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막연하게 ‘연애’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흔히 솔로 탈출이라는 역사적 사명을 완수하고 나면 그 후에는 “다 이루었도다”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장밋빛 미래가 펼쳐지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직접 경험을 통해서 건, 주변 사람들을 통한 간접경험에 의해서든 이미 알고 있다. 연애와 결혼 후에도 모든 것이 마냥 행복하기만 한 시기는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그에 앞서, 나와 잘 맞는 상대를 만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걸까? 길에 나가 이 사람 저 사람 되는대로 붙잡고 “저 혹시... 저 어떠세요? 괜찮으시면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 잔 하실까요?”라고 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간혹 운이 좋아 정말 운명 같은 상대를 만날지도 모르지만, 그런 일들은 대개 드라마 작가들이 열심히 오랜 시간 공들여 주인공들을 위해 써놓은 각본에 의한 것일 뿐, 나는 드라마의 주인공이 아니다.


답은 의외로 멀리 있지 않다. 바로 나를 돌아보는 데서부터 시작이다. 연애든 진로 탐색이든, 그 본격적인 길에 나서기까지 우리는 최소한 십수 년 혹은 수십 년을 ‘나 자신’으로서 살아왔다. 그렇기에 세상 누구보다 가장 가깝고 잘 아는 존재가 나 자신인 것 같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자신에 대해서 잘 모른 채 살아간다.


특히 진로 탐색과 선택의 과정에서는 ‘자기 이해’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내가 흥미 있고 관심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나의 성격이나 선호, 적성, 실제 내가 가지고 있는 기술(skill)과 능력, 가치관 등에 대해 잘 알고 있을 때 나와 맞는 길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심리검사를 활용한 자기 이해>


자기 이해를 위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으로는 학교, 공립기관의 직업능력센터, 경력개발센터, 상담센터 등에서 제공하는 심리검사가 있다. 대표적으로는 6가지의 흥미 코드(RIASEC)를 통해 직업 흥미를 파악할 수 있는 STRONG, Holland 검사, 16가지 성격유형 분류를 통하여 개인의 성격적 특성과 함께 직업군, 리더십 스타일 등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제공하는 MBTI, 강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Strenthsfinder, 행동양식과 욕구, 흥미, 업무 스타일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버크만 진단 등이 있다. 이러한 심리검사를 활용할 시에는 단순히 검사 실시 후 검사결과지만을 제공받는 것만으로는 많은 정보를 얻거나 정확한 자기 이해를 얻기 어렵다. 모든 심리검사는 해당 검사를 사용하고 해석할 권한이 있는 교육받은 전문가에 의해 실시되고, 적절한 해석상담을 제공받을 때 보다 유의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심리검사를 진행한 후 결과에 관한 해석을 제공할 때 많은 사람들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는다.


“선생님, 제 검사 결과를 보면 저는 연구를 하거나 이론적인 것에 흥미를 많이 가진다고 하는데, 제 전공은 미술이에요. 그럼 전 어떡하죠? 전공을 바꿔야 하나요?”

“저는 업무 성향이 사람들하고 함께하는 것보다는 사무실에서 독립적으로 혼자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걸로 나왔어요. 그런데 저는 업무 특성상 계속 회의도 많고, 외부로 출장을 나가야 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래서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근데 당장 업무를 바꾸기는 어려운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같은 것들이다.



<검사 결과와 진로/커리어 사이에 간극이 있다면?>


검사 결과와 실제 자신이 선택한 진로 사이에 차이가 있을 경우, 혹은 자신이 원하는 환경과 지금 처한 업무 환경이 다른 경우 많은 사람이 겪게 되는 혼란과 당황스러움이 잘 드러나는 질문들이다. 하지만 너무 당황하거나 “이번 생엔 난 틀렸어!”라고 지금의 진로, 직업을 선택한 과거의 자신을 너무 탓할 필요는 없다. 심리검사 결과는 자기 이해와 앞으로의 진로 발견에 있어서 도움을 제공하는 많은 방법 중 하나이지, 그것이 절대적인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검사 결과가 생각과 다르게 나왔다고 해서 지금 서 있는 길에서 무리하게 급선회할 필요는 없다.


대신 지금 선택한 또는 고려하고 있는 진로가 있다면 그 영역에서 자신의 흥미를 잘 살리는 방향으로 앞으로의 진로를 설계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고 도움이 되는 방법일 것이다. 어느 분야든지 다양한 세부 영역(전문 하위분야)이 있게 마련이므로, 이 세부 영역에서 자신의 흥미를 살리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연구와 이론을 좋아하는 미술 전공생의 경우에는 미술 전공을 유지하면서 향후 미술사 연구, 미학과 같이 미술과 연구, 이론을 병행할 수 있는 진로를 계획할 수 있다. 같은 패션 디자인 업계에서 종사하는 사람이라도 개인의 흥미나 적성에 따라 규칙적이고 세부적인 것에 집중할 수 있는 꼼꼼함이 요구되는 패턴 뜨는 일에 더 잘 맞는 사람이 있고, 전체적인 큰 그림을 그리며 창의적인 사고 능력이 요구되는 디자인에 더 적합한 사람이 있다.


동일 분야 안에서도 하위영역과 개인의 흥미, 적성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다양하다. 그리고 직업/직무 특성과 개인 특성(Job-Person Fit: J-P Fit)이 잘 맞아떨어질수록 보다 성공적인 커리어 개발이 가능하다. 그러나 만약 현실적인 제약으로 자신의 상황에서 직업적 흥미를 반영하거나 만족시키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직업이 아닌 취미생활을 통해 이런 간극을 메워갈 수도 있다.


현재 업무 환경과 자신이 좋아하는 업무 환경 사이에 차이가 있었던 두 번째 경우에는 업무를 바꾸거나 부서를 옮기는 것과 같은 즉각적인 변화가 어렵다면 주어진 환경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조건들을 조금씩 만드는 노력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집중 업무 시간’을 설정하여 특정 시간대에는 회의하거나 말을 시키는 것을 지양해달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것이다. 이때 ‘집중 업무 시간’ 임을 알릴 수 있는 사인(팻말 부착, 이어폰 착용 등)을 활용하면 보다 효과적이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미팅이나 외근과 관련된 업무보다는 본인이 선호하는 업무를 많이 배정받을 수 있는 직위 또는 부서로의 이동을 시도해볼 수 있다.


그 외에 일상적인 방법으로는 본인의 강점이나 보완점, 자신의 이미지에 관한 리스트를 스스로 작성해보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작성해달라고 요청하여 비교해보는 것이다. 이는 자신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가능하게 하며, 내가 가진 강점과 개선이 필요한 영역에 대한 정보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내가 작성한 내용과 남이 작성한 내용에 차이가 클수록 내가 생각하는 자아 이미지와 타인이 바라보는 나 사이에 차이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강점을 타인이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진짜 나의 강점인지 생각해보거나 그러한 특성을 조금 더 드러나게 표현하도록 노력할 수 있다. 반대로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강점이 있었다면, 그 부분에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개발해나갈 수 있다. 보완점과 관련해서는 강점과 같이 적극적인 무기로 활용될 수 있을 정도로 개발하는 것은 어렵더라도, 그것이 앞으로의 진로 선택이나 직업적 영역에서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조절해나가는 노력이 요구된다.


연애에 빗대어 이야기해보면 상대방에게 매력으로 어필할 수 있는 영역에 대한 탐구를 통해 매력은 더 큰 매력으로 발전시키고, 자칫 비호감으로 여겨질 수 있는 부분, 혹은 마이너스 요인이 될만한 부분은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과정을 많이 거칠수록 우리는 성숙하고 매력적인 연애 상대로 거듭난다.


연애나 결혼이 ‘나도 몰랐던 나의 새로운 면을 발견해나가는 과정’이라고 많은 사람이 이야기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상대방과 부딪치고 맞춰가는 과정을 통해 혼자 있을 때는 보이지 않던 나의 강점과 부족한 부분들이 여실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으로부터 무언가를 배우는 사람들은 다음 연애에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이 현저히 줄어든다. 물론 모든 관계는 ‘고유성’을 지니며, 내가 만나게 될 다음 연인은 지난 연인들과는 분명 다른 사람이다.


하지만 나를 잘 알고, 자기 조절(self-regulation) 능력이 성장하면 나에게 잘 맞는 상대방을 선택하고 건강한 관계를 맺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마찬가지로 진로 영역에서도 지금까지의 크고 작은 시도와 경험을 통해 드러난 자신의 특성을 객관적으로 분석해보고, 나와 잘 맞는 영역, 환경을 탐색하고 조율해나가는 과정을 거친다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 혹은 난관을 최소화하고, 잘 해결해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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