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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지아 Oct 15. 2024

습관성 기침, 습관성 불안

마음의 병이 데려온 습관

세상에 초록색 여유가 생길 때쯤 잔기침이 시작되었다.

감기라고 하기엔 해열이나 두통 같은 대표적인 감기 증상이 없다. 오로지 기침만 한다.

밤부터 새벽 그리고 이른 아침까지만 기침을 한다. 낮 시간에는 멀쩡하다. 그래서 나은 건가 싶으면 밤부터 다시 잔기침이 시작된다.

목감기 약, 종합감기약, 진통제 그리고 내과와 이비인후과까지 기침을 떼어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봤다.


잔기침이 시작된 지 3개월이 지나고 어느덧 새로운 계절이 올 준비를 하고 있다. 

여름 내내 기침이라니 오뉴월 감기는 개도 아니 앓는다던데, 아니 난 감기가 아니지.

어찌 되었던 기침이 여름 내내 그림자처럼 꼭 붙어있는 것이 아닌가.

내과나 이비인후과에서는 먹는 약을 처방해 주고 약을 다 먹은 후에도 낫지 않는다면 다시 내원하라고 할 뿐이었다.


내가 다니는 정신의학과 선생님께도 잔기침에 대해 말씀드렸다.

"요새는 잔기침 때문에 통 잠을 잘 못 자요. 수면장애는 아닌 것 같고 단지 잔기침 때문에요."

선생님께선 한 가지 질문을 하셨다.

"병원도 찾고 약도 처방받았다고 하셨는데 혹시 잔기침이 언제부터, 어쩌다가 시작하게 되었는지 기억나시나요?"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언제부터 하게 된 건지 어쩌다 시작된 건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잔치침이 언제부터 시작된 거였지? 내가 큰기침과 잔기침을 어떻게 구별했지? 내가 잔기침만 하는 게 맞나 큰기침도 했었나 등 쓸데없는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을 때쯤 생각을 멈추고 간결하게 대답했다.

“아니요. 언제부터인지 기억나지 않아요.”


습관성 기침이 의심되는데, 이름 그대로 자신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하는 버릇이 생겨버린 것 같다고 했다.

심리적 요인으로는 과도한 긴장이나 스트레스로 인해서 발생할 수도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잔기침이 계속되면 멈추려고 노력해 보세요. 물을 한 모금 마신다거나, 자리에서 일어나 보거나 하는 등 멈추기 위한 노력을 해보세요. 그 외에는 잔기침을 인식하지 마세요.

계속 관심을 갖다 보면 어느새 일상에 들어와 있어요."


이어지는 선생님의 말을 들은 순간, 잔기침은 불안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안 증세가 심한 나는 틈만 나면 불안한 감정을 느끼다가, 불안이 불안을 심고 불안을 키우는 지경에 이르렀다. 

매번 이유 없이 가슴이 두근거린다. 가끔은 주체가 되지 않을 정도로 두근거려서 정신과에서 처방받은 약을 추가로 먹곤 한다. 그래야만 내 심장소리가 귓가에 맴돌지 않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난 항상 불안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어느새 내 일상에 스며든 것이다. 


잔기침이 계속되면 최악의 경우 폐렴까지 올 수 있다고 한다.

불안도 계속되면 더 큰 병을 만들어낼 것이다.

나는 이 불안을 키우고 싶은 마음이 없다. 당장 떼어낼 수 없다면 키우지라도 말아야지.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은 다 해보기로 했다. 계속되는 잔기침을 떼어내기 위한 노력도, 내 안의 불안을 떼어내기 위한 노력도 멈추지 말아야지.


이제부터 내 일상을 채울 것들은 내가 직접 선택하고 싶으니까

나의 오늘은 내가 선택한 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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