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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만석 Nov 19. 2021

‘킹 핀’을 찾아서



볼링게임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멀리 10개의 핀을 삼각 형태로 세워놓고 공을 굴려서 넘어뜨리면 된다. 10개 모두를 한꺼번에 넘어뜨리면 최고 점수를 얻는다. 그러려면 방법은 단 하나다. 중간에 있는 5번째 핀을 정확히 맞추면 된다. 그래서 이 핀을 ‘킹핀(king pin)’이라 한다.


세상일의 대변혁은 대부분 결정적인 한방, 신의 한 수라 고도하는, 킹핀을 치는 데서 일어난다. 오늘의 세계를 들썩이고 있는 원자력도 따지고 보면 아인슈타인의 공식 E=mC² (에너지 질량 등가 공식)이 바로 킹핀이다.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 수많은 비범한 선각자들 모두는 시대를 앞서는 킹핀을 때린 자들이다.


그럼 국가 지도자(킹(?))는 어떤 자여야 할까? 벌써 2천5백 년 전에 공자께서 자격을 말씀하셨다. “격물·치지···수신·제가·치국·평천하((格物·致知···修身·齊家·治國·平天下)!” 약간 현대적으로 각색해보면,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자신에게 엄격’하며, 소통에도 능하여 ‘가정을 화목’하게 하는 것이 먼저다. 이런 것을 이룬 자라야 나라 또한 잘 다스릴 수 있고, 천하의 민심을 얻을 수 있다.” 뭐 이런 것 아니겠는가. 천하의 민심을 얻기(평천하, 平天下) 위한 상향식 접근법이다. 단순히 ‘말 잘하는 입’과 ‘잘 돌아가는 잔머리’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반대로 하향식으로 접근해 보자. 천하의 민심을 얻으려면(평천하, 平天下) 어떤 정책구상이 있어야 되는가. 순서대로 보면 모든 ‘가정을 화목’하게(제가, 齊家) 만들어 주고, 개개인으로 하여금 ‘세상의 이치’를 잘 알게(격물·치지, 格物·致知) 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니 당연히 천하 민심을 얻으려는 훌륭한 지도자라면 이 둘을 정치의 ‘킹핀(King pin)’으로 삼아야 할 것 같다.


우선 ‘격물·치지(格物·致知)’부터 보자. 현실은 어떤가? 유아원에서 대학에 이르기까지 거의 20년 동안 엄청난 시간·세금·가계비용을 투입한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남과 경쟁하여 이기는’ 것이 목표다. 국· 영·수·사회·과학 등 무엇이든지 이겨야 한다. 승자가 될 것 같으면 패자와 확실히 구분되게 난이도를 높이라고 난리다. 그 결과 ‘소수의 승자와 다수의 패자’만 남고, ‘대포로 새를 쏘는 꼴’로 변했다. 그런데도 사회로 하산하면 태반이 ‘실무와 문제 해결 능력을 새로이 배우는 햇병아리’에 불과하다.


이미 전 인류가 동시에 소통 가능한 인터넷 시대에 접어들어, 문제의 답을 ‘집단지성’에서 찾아내고, 먹거리인 ‘창의’를 ‘융합’에서 찾아내는 시대로 가고 있다. 그러니 이제는 더 이상 ‘이기는 것’이 경쟁력이 아니다. 그러니 ‘격물·치지(格物·致知)’ 정책의 킹핀도 ‘이기는 경쟁’이 아닌 ‘함께 상생’는 그런 것이 되면 좋겠다. 이스라엘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많은 곳에서 이런 환경이 창의성과 동시에 행복지수도 높인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으니 더욱 그렇다.  


다음으로 제가(齊家)다. 기본은 ‘가정의 화목’이다. 이것은 경제적 기반 위에서 달성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당연히 출발점은 ‘일자리’가 되어야 한다. 아래에서 위로 더듬어 보자. 대부분의 자영업자는 중소기업자들에 의지하여 생존하고, 대부분의 중소기업자들은 큰손인 대기업과 국가나 공기업에 의지하여 생존한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여기서도 배운 데로 ‘이기는 것’만이 경쟁력이라 한다. 대한민국 경제의 소위 큰 손들도 ‘이기는 자 만이 경쟁력 있다.’고 부추긴다. 국제적인 경쟁기업이야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절대 독점기업이자 가장 큰 손이며, 부의 재분배를 담당해야 할 정부나 공기업들조차도 ‘치열한 경쟁이 선(善)’이다. 그래서 ‘저비용’이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경제이념’이 되었다. 이러니 중소기업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결국 ‘생존을 위해서’는 ‘저가’도 불사해야 한다. 그러니 ‘경쟁력 있는 알찬 중소기업이 많아야 된다는 것,’ ‘좋은 일자리를 중소기업이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은 구두선(口頭禪)에 가깝다.


그러니 독점적 큰손인 정부와 공기업만이라도 ‘저비용’이 아닌 ‘제값주기’을 ‘킹핀’으로 삼으면 어떨지.  


그러면 여력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쌓아서, 전체 기업의 99%인 ‘중소기업’에서 ‘알찬 기업’이 많아지고, 전체 기업 종사의 88%인 중소기업 종사자 중에서  ‘고액 연봉자’가 많이 탄생하고, 외국 기업들처럼 상당수가 당대에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다면,


젊은이들의 선호도도 크게 달라지고, 그러면 소비여력도 늘어나고, 다시 생산이 늘어나고, 다시 좋은 일자리도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리고 덩달아 주변의 자영업자들도 좋아지고 건전한 중산층이 두터워지는 그런 살맛 나는 세상이 될 수도 있을 것 아닌가.


미래를 책임질 청년들에게 제대로 된 행복한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함께 상생하는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줄, 대한민국의 건전한 중산층을 두껍게 할,  그 ‘킹 핀’을 다시 한번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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