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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시러브 Mar 21. 2024

위시's 독서모임 성장기_(1)


당신은 책을 어떻게 읽는가?

혼자서? 아니면 함께?


갈수록 독서모임이 많아지고 있다. 코로나 이후로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온라인 독서모임이 활성화되면서 더욱더 많은 독서모임이 생겨나고 있다. 미국에서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소셜미디어를 통한 '독서모임'이 열풍이라고 한다.


혼자만의 고독한 독서도 좋지만 독서모임을 통해 다양한 생각을 나누고 공감하고 배우는 시간은 몇 배가 더 좋다. 현재 독서모임 3개를 하면서 함께 읽으면 책을 더 재밌게 읽을 수 있다는 걸 직접 경험하고 있다.


주저했던 독서모임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

2023년부터 온라인으로만 오랜 시간 소통해 왔던 많은 책친구들과 오프라인에서도 만나게 됐다고 했는데, 그중 처음에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던 두 사람이 있다. 혜진, 띵북. 독서력도 깊고 글도 잘 쓰고 독서모임도 오랫동안 유지해 온, 나에게는  '행운' 같은 사람들이다. 결이 잘 맞기도 하고 내가 너무 좋아해서일까. 그들과 함께할 때면 늘 행복에너지가 분출한다.


감사하고 귀한 이 두 사람과 각각 일대일로 만났던 날.

"나도 독서모임을 하고 싶어."

"언젠가는 독서모임을 운영해보고 싶어."

마음을 털어놓았다. 독서모임을 하고 싶은데, 어렵고 두려운 게 많다고. 그 벽을 뚫지 못해서 마음만 있고 여태 도전하지 못했다고. 그들은 너무나도 친절하게 용기를 줬다. 독서모임은 어렵지 않고 재밌다고, 자신들의 경험을 이야기해 주면서 말이다.


그때 더 깨달았던 것 같다.

그동안 '독서모임'에 대한 편협한 시각을 갖고 있었구나를. 덕분에 서서히 용기가 났다. 그리고 얼마 후. 혜진의 새로운 독서모임이 시작된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 타이밍을 놓치면 안 될 것 같아서 이번에는 전혀 머뭇거리지 않고 신청했다. 그렇게 설레는 나의 첫 독서모임이 시작되었다.


일산에서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는 독서모임. 이름은 '담뿍듬뿍'이다. 현재는 8명으로 고정이지만 처음에는 10명으로 시작됐다. 모두 현재 왕성하게 활동하는 북스타그래머들이다. 그래서 더 떨렸는지도 모른다. 독서모임뿐 아니라 토론이나 발표 경험도 거의 없던 나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걱정과 긴장이 첫 오프라인 독서모임이 진행되던 날까지 이어졌다. 하루 전날에는 노트에다 리더가 미리 건네준 질문들에 대한 생각들을 빼곡히 적었다. 다 말할 수 없더라도 이렇게 준비해 가면 조금이나마 안심이 될 것 같아서.


드디어 독서모임 첫날이다. 얼마나 긴장이 됐던가 새벽부터 눈이 번쩍 떠졌다. 게다가 비까지 퍼붓고 있어 마음이 더 요동치는 듯하다. 떨리는 마음으로 북카페에 도착. 한 명씩 자기소개를 했다. 우리는 리더의 제안으로 독서모임에서 '평어'를 사용하기로 했다. 첫 만남이지만 평어를 사용하니까 조금 더 친근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조성된다. 게다가 리더의 부드럽고 배려 있는 진행으로 10명 모두 자신의 생각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이야기했더니 감격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리더의 발제에는 이런 문장들이 적혀 있다.

1. 책을 읽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자리야.

2. 편하게 어떤 의견이든 나눠주면 좋아.

3. 비난 노노! 경청은 필수! 끝까지 들어주기!

4. 반론은 언제든 환영.

5. 발언은 최대 3분 정도 어떨까?


다른 사람의 말을 하나하나 귀 기울여 들으려고 노력했다. 다들 말에서 내공이 느껴진달까. 생각의 깊이마저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어느새 그 순간에 몰입하고부터는 모든 게 신기하게 다가왔다. 그렇게 첫날부터 애정이 듬뿍 생겼던 나의 소중한 첫 번째 독서모임이다. 바로 그다음 달에 다시 만났을 때는, 불과 두 번째 모인 날인데도 불구하고 북카페가 폭발할 지경으로 웃음이 폭발했다. 대화 코드나 웃음 코드가 서로 잘 맞았던 것 같다.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웃음이 폭발한다. 언제나 즐겁고 유쾌하다. 독서모임은 왠지 딱딱하고 어렵고 불편한 분위기일 거란 나의 편협했던 생각을 완벽하게 깨준 독서모임이다.


그들은 늘 다정한 눈빛으로 내 이야기를 들어준다. 존중받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이제는 어떤 이야기를 해도 즐겁게 혹은 따뜻하게 경청해 준다는 믿음이 있다 보니까 가끔 급발진한다. 큰 목소리로. 이를테면 어떤 매력적인 남자 주인공에 대해 말할 때라든지. 이해가 잘 되지 않는 어떤 인물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때마다 웃음과 존중으로 보답해 주는 그들이다. 우리는 모임 때마다 아무 데서나 쉽게 털어놓을 수 없는 자신의 이야기를 터놓게 된다. 그래서 우리 모임엔 눈물과 웃음이 공존한다. 그게 참 좋다. 여기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의 생각을 편하게 마음껏 꺼내도 된다는 게. 여러모로 고마운 마음이 든다.


한 달에 한 번 모일 때마다 느낀다.

오프라인 독서모임만의 매력이 어마어마하다는 걸.

좋은 사람들과 함께여서 기쁘고 소중하다는 걸.










첫 번째 독서모임이 생긴 바로 그 여름.

연이어 두 번째 독서모임이 만들어졌다. 이번에는 줌으로 진행되는 온라인 독서모임이다. 각자 준비한 술을 한 잔 하면서 책이야기를 나누는, 이색적인 독서모임. 멤버도 좋고 즐거웠다. 같은 책을 읽고 이렇게 다양한 생각들이 나온다는 점도 놀랍고 신기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벽이 있었다.

급하게 꾸려진 만큼, 줌이 처음이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나는 줌이 처음이었던 것이다. 노트북 앞에서 말하고 있는 내가 괜히 이상하게 느껴졌다. 다들 어디를 보는 걸까. 나는 말할 때 어딜 봐야 하지?

ㅋㅋㅋㅋㅋㅋㅋㅋ


대면 독서모임은 서로의 눈을 마주치고 어떤 리액션을 취하는지가 보이는데, 줌으로는 그게 잘 안 이루어지니까 난감했다. 아직 독서모임을 시작한 지 한 달도 안 된 초보자인데. 독서모임이 더 어렵게 느껴졌다. 그 낯섦이 주는 분위기에 자꾸만 얼음 상태가 되어버리고 만다. 말도 많고 텐션도 높은 나인데 왜 이러지. 스스로도 어이가 없고 아쉬웠다.


다행히도 그걸 이해하고 귀엽게 봐주며 웃어주던 사람들 덕분에 즐겁게 적응해 갔다. 그렇게 6개월이 흐르며 하나 더 깨달은 게 있다. 사람과도 잘 맞는 관계가 있는 것처럼 독서모임도 잘 맞는 독서모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 독서모임을 하는 동안, 어떤 부분들에서 나와 맞지 않는 점들이 발견됐다. 즐겁게 해야 하는 독서모임인데 굳이 스트레스를 받아가면서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되어 그만하게 됐다.


몇 개월 후 그곳에서 나온 멤버 몇 명과 6명이서 '도란도란'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책과 친목을 중심으로 편하게 이어가기로. 독서력이 높고 다정하며 배울 점이 많은 사람들이다. 그들과 함께 독서모임을 하다 보면, 같은 책을 읽고 이렇게나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신기하면서도 그 안에서 배우는 게 참 많다.


책과 독서모임은 나와 타인을 이해하고 세상을 이해하게 하는 힘이 있단 걸 배웠다. 책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며 발전하게 된다.


사람과 책. 나누는 이야기들.

그 힘이 더해지며 만들어내는 시너지들이 귀하고 엄청나다.






(세 번째 독서모임에 대한 이야기는,

독서모임 성장기 2탄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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