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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시러브 Apr 08. 2024

독서모임 성장기(2)


세 번째 독서모임은 '문학살롱'이다.

인원수가 많다. 북스타그램에서 유명한 온라인 독서모임이다. 3개월씩 1년에 총 4분기로 운영된다. 매 분기마다 참여 인원이 다르지만, 대체로 A반과 B반을 합쳐서 총 4-50명에 달한다.


나는 매월 넷째 주 토요일 밤 9시에 진행하는 A반에 참여한다. 이 독서모임에 들어가는 데에는 용기가 더 필요했다. 저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내 생각을 잘 이야기할 수 있을까. 잘 스며들 수 있을까. 걱정과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두 개의 독서모임 경험이 있다 보니 조금 용기가 생겼다.


문학살롱에 들어가고 첫 줌모임을 했던 날이 떠오른다.

줌을 켜고 들어갔다. 많은 얼굴이 보인다. 처음에는 긴장이 됐지만 아는 얼굴들 덕분에 조금 힘이 났다. 간단히 자기소개와 인사를 나누고 발제가 시작된다. 발제 수준이 높다 보니 좋은 강의를 들은 것처럼 감명 깊다. 이후 소모임 방으로 6-7명씩 나누어 들어간다. 매번 소모임 방 멤버가 조금씩 바뀌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책 어떻게 읽으셨는지 한 분씩 소감 나눠볼까요?"

소모임 방의 리더를 맡게 된 사람이 진행을 한다. 독서모임 리더는 그대로지만 매달 소모임 방 리더는 바뀌는 시스템이다. 리더가 선정해 주는 대로. '리더'의 역할을 경험해 볼 수 있다는 것도 이 독서모임의 장점이 아닐까 싶다.


사전에 회원들이 단톡방에 공유한 질문들을 가지고 진행을 하는데, 질문마다 다채로운 답변들이 터져 나온다. 생각지 못했던 부분을 발견할 때의 즐거움이란. 이래서 독서모임을 하나 보다. 다른 사람의 말을 더욱 경청하게 된다. 다양한 시각을 접하면서 사고가 더 확장되는 기분이다.


처음 3개월은 이언 매큐언을 읽었고, 그다음 3개월은 헤세를 읽었다. 곧 새로운 분기가 또 시작된다.

헤세의 작품은 이미 접했고 인생책 리스트에도 올라 있었다. 그런데 이언 매큐언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다. <칠드런 액트>, <속죄>, <나 같은 기계들>이다.


세 권의 책을 읽으면서 이언 매큐언은 정말 '천재 작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필력이나 상상력, 치밀한 구성도 뛰어나지만, 특히 좋았던 점은 '질문하게 하는 힘'이다. 다양한 질문을 이끌어 내고 생각해 보게 만든달까. 인간의 내면과 본성을 깊이 성찰하게 된다.


영화 <어톤먼트>로도 유명한 소설 <속죄>는 인생책 리스트에 새롭게 올렸다. 정말이지 강력한 충격과 울림을 준 작품이다. 더 많은 사람이 읽어보길 추천하고 싶다.


만약 브라이어니가 그 장면을 목격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만약 잭슨이 오줌을 싸지 않고 연극 연습을 제대로 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만약 편지가 바뀌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만약 브라이어니가 오해하지 않게 세실리아가 제대로 설명을 해줬더라면 어땠을까.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서일까. 자꾸만 '만약에... 했더라면' 이런 생각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런 생각이 들게 만드는 건 이언 매큐언의 특징이기도 한 것 같다. 다른 작품을 읽으면서도 그랬으니까. 책을 덮은 후에도 한동안 긴 여운이 따라다니며 새로운 질문들이 떠오를 정도였다.








독서모임을 하면 이렇게 평소에는 어렵게 느껴졌던 작품들을 더 즐겁게 만날 수 있다. 함께 읽고, 나누고, 토론하면서 작품을 이해하는 깊이와 밀도가 훨씬 더 짙어진다.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생각들을 나눈다는 점이 '문학살롱'의 큰 장점이다. 한 권의 책으로 어떻게 이토록 넓고 깊고 풍부한 독서가 가능할까. 매번 놀랍다. 이 많은 사람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자신의 생각을 발언한다는 점도 그렇고, 서로의 생각을 경청하고 존중해 준다는 점도 멋있게 느껴진다. 이것이 리더의 힘, 독서모임의 힘 아닐까?


이렇게 총 3개의 독서모임을 참여하고 있다.

배울 점이 많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매력과 분위기는 다르다. 독서모임 하는 날들이 매번 기다려진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한다.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들을 나누게 될까. 함께 읽고 나누고 토론하는, 그 시간들이 참 값지고 즐겁다. 말하기 능력도 자연스레 조금씩 발전하겠다는 기대감이 든다. 이토록 생산적으로 시간을 꽉꽉 채우는 시간이 또 어디 있을까. 될 수 있는 한, 오래오래 이어가고 싶다.


리더의 역할이 마냥 쉽진 않을 듯하다. 사람을 모으고, 책을 고르고, 질문을 준비하고, 모임을 진행하는 일이 매번 순탄하진 않을 테니까. 그 모임을 오래 유지하는 일 또한 어려운 일이고.


하지만 그만큼 기쁨도 클 거라 믿는다. 리더와 회원들,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와 성장을 가져다주니까.


이렇듯 독서모임은 책을 매개로 사람과 연결해 주고 세상과 연결해 준다. 갈수록 개인주의 성향이 짙어지는 사회에서 독서모임이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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