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세 안 봐도 되는 날

by 송현모

요즘 운세를 잘 안 찾아본다. 사실 이것도 남들에 비하면 드문 건 아니고, 그냥 과거의 나에 비해서 조금 덜 찾아보는 정도이긴 하다. 하지만 이 사소한 변화도 나에겐 의미가 있다. 원래 나는 매일 밤 자기 전에 운세를 찾아보곤 했다. 내가 사주를 볼 줄 안다면 셀프로 그날그날의 흐름을 살펴보면 되겠지만, 그런 내공이 없기 때문에 아주 간편한 네이버 운세를 활용하는 편이고, W Korea에 주와 월 단위로 올라오는 별자리 운세도 틈틈이 보곤 했다.


이 모든 게 정말 근거 없는 뜬소리라는 걸 안다. 별자리 운세는 세상 모든 이들을 12가지 유형(MBTI보다 적다)으로 나누어, 특정 유형에 속하는 모든 이들에게 '5일에 재물이 들어올 것'이고 '20일쯤 사랑이 찾아올 수 있다'며 단정지어 버리곤 한다. 그에 비하면 네이버에서 알려주는 일일, 그리고 주간 운세는 조금 더 개인화된 것 같긴 하지만 아무튼 모든 게 미신이고 근거 없는 믿음이라는 건 매한가지다.


그럼에도 운세를 찾아보는 건 재미, 그러니까 즐거움을 위해서다. 그건 현생이 힘들어서일 수도 있고, 무료해서일 수도 있다. 현생이 힘들면 운세에서나마 희망과 위안을 찾고 싶어진다. 내일은 컨디션이 좋을 거라는 말에 괜히 마음이 편해지고, 이번 주에 인연을 만날 수도 있다는 말에 내심 설레는 한 주를 보내게 된다. 특별한 일정이 있는 날에는 그날의 운세를 읽어보며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짐작해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한편 매일의 일상이 너무나 비슷하고 따분할 때에도 운세를 찾게 되는 면이 있다. 찍어내는 듯 똑같은 것 같은 일상 속에서 작게나마 기대해 볼 만한 무언가가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면 조금은 버틸 만해지니까 말이다.


그런데 요즘 내가 운세를 안 본다는 건 지나치게 힘들지도, 지나치게 따분하지도 않다는 거다. 굳이 운세 같은 걸로 (적중률도 높은 편은 아니다) 일상 속 즐거움을 찾아낼 필요가 없을 정도로 적당한 다채로움이 삶에 깃들어 있고, 외부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나 자신을 버팀목 삼아 잘 지낼 수 있을 만큼의 인생 난이도를 경험하는 중이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꽤 바쁘다 보니 운세를 챙겨볼 틈이 별로 없기도 하다. 하지만 아무리 바빠도 무언가에 간절한 마음이 있다면 - 그것이 기대든, 위안을 향한 갈구든, 희망이든 간에 - 짬을 내어 찾아보긴 할 텐데, 요즘의 나는 그리 절실하지가 않은 거다.


냉정하게 말해서 운세의 적중률이 좀 더 높았다면 이런저런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운세를 매일같이 확인했을 것 같긴 하다. 하지만 맞지 않는 예언에 굳이 성실하게 귀를 기울일 이유는 없어 보인다. (그런데 이 문장을 쓰고 나니 번번이 맞아떨어지던 카산드라 공주의 두려운 예언들을 믿지 않던 트로이 사람들이 떠오른다...) 아무튼 이렇게 지내다 보면 또 매일 밤 잠들기 전에 희망과 설렘을 스스로에게 불어넣어야 하는 시절도 올 거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데 의의를 두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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