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스포츠 일대기... 그리고 앞으로?

by 송현모

여자 축구와 여자 풋살. 어쩌다 보니 올해 이 주제에 관한 책 두 권을 읽었다. 올해 김혼비 작가님의 강연을 전후하여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를 읽었고, 최근 김재연 선생님이 쓰신 《어쩌다 보니 풋살》을 읽었다.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는 순전히 '김혼비 작가님의 글을 최대한 찾아 읽어 보겠다'는 마음에서 읽은 것이었고, 이 책을 읽고 나니 여자 축구라는 주제가 내게 인식이 되어 도서관에서 발견한 《어쩌다 보니 풋살》을 기꺼이 집어들게 되었다. 심지어 도서관에 가서 신착 서가 코너를 둘러보다 또 다른 여자 축구 관련 책을 발견하기도 했다. 제목은 기억이 나지 않는데, 내친김에 그 책까지 빌려 읽을까 하다가 말았다.


두 권이면 그리 많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올해 읽은 책들의 주제 중엔 여자 축구/풋살이 있다고 말할 정도는 된다. 그러면서 나의 스포츠, 나의 운동에 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먼저 학창 시절을 떠올려 본다.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시절에 가장 많이 했던 건 아무래도 피구다. 두 책에서도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이야기다. 어쩜 그렇게나 남자애들은 축구, 여자애들은 피구를 하는 게 불문율이었는지. 나는 축구에 매력을 느끼진 못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피구가 좋지도 않았다. 우선 피구의 '죽인다'는 개념이 너무 싫었고, 공을 잘 던지지 못하는 편이라 재미가 없었고, 피하는 건 공을 던지는 것보다는 수월했지만 그래도 너무 무서웠다. 영화의 서스펜스를 못 견디는 내가 피구라고 오죽했을까. 특히 나의 경우 일찌감치 집중 공격을 당하는 유형에 속하지도 않고, 나름 피하는 걸 못하지도 않아서 후반까지 살아남기는 하는데 막상 내가 살아남은 '소수'에 속하면 금세 공에 맞아버리던 타입이라 더욱 즐겁기 어려웠다.


그래도 중고등학생 때 나름 사격이며 양궁이며 플라잉 디스크며, 전형적인 피구 외의 스포츠도 경험해볼 기회는 있었다. 특히 중학생 때 주말이면 친구와 함께 토요 스포츠 클럽이라는 이름 하에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체육 활동에 참여하곤 했던 게 기억이 난다. 사실 그때도 남녀가 구분되어 활동하긴 했다. 남학생들은 항상 운동장에서 티볼이나 축구를 했던 것 같고(사실 그들이 무슨 종목을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여학생들은 강당에서 주로 배드민턴을 쳤다. 내가 그나마 좋아한다고 할 만한 스포츠가 배드민턴과 탁구였기에 나는 거기에 큰 불만은 없었다. 아, 그러고 보니 탁구도 점심시간을 활용해 종종 쳤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쓰고 보니 스포츠를 나름 즐긴 학생 같기도 하다. 게다가 배드민턴 시간을 전후하여 S보드라는, 꽤 흥미롭고 강당에서 타기 딱 좋고 흔하진 않은 보드도 탈 수 있어 재미있었다.


그러다 대학에 오면서 스포츠 활동량 자체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물론 단순 활동량으로 치면 걷기와 등산(?)이 늘긴 했지만, '스포츠'나 '운동'을 한다고 표현할 만한 상황은 거의 없어졌다. 심지어 우리 학과의 경우 졸업을 위해 필수적으로 체육 교양을 한 과목 수강해야 했는데, 나는 우연히 한 과목을 '날로 먹을' 수 있었고, 그게 전혀 싫지 않았다. 대학에서의 매 학기마다 체육 교양을 하나씩 수강한다는 친구들을 두엇 본 적 있는데, 나로서는 신기하고 멋져 보일 따름이었다. 그 이후로 내가 그나마 지금까지 해오는 거라곤 홈트가 전부인데, 그것도 운동이라 하기 민망할 정도로 깨작깨작 하는 수준이다.


이런 형편이다 보니 무언가 시작해봐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문제의식이 든다. 기본적으로 즐거움을 좇는다면 그래도 좀 익숙하게 즐길 수 있는 배드민턴이나 탁구가 우선적으로 떠오른다. 나는 예민하게 신경 쓰는 구석이 많아서 달리기나 수영 같은 흔한 종목은 쉽게 시도하기가 어렵다. 아, 물론 어릴 때 해본 수영이 썩 나쁘진 않았는데 신경 쓰이는 것 또한 많은 게 사실이라 지금으로선 패스다. 기본적으로 나는 큰 공에 두려움이 있기 때문에 웬만한 구기 종목은 무리고... 가볍게 자전거 타기? 요가도 나랑 상성이 아예 안 맞는 건 아닌데, 좀 더 동적인 걸 해보고 싶긴 하다. 필라테스도 한 번쯤 배워 보고 싶은 로망은 있으나 아직은 시기가 아닌 것 같고. 아이스 스케이팅...은 여가 수준으로 가끔 하고 싶은 정도다.


뜬금없는 얘기지만, 세븐틴을 좋아하면서 이런 사실을 알게 됐다. 맏형이자 리더인 쿱스(인프피라고 여겨지나 나는 잇프피라는 설에 동의한다)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싫어하고 타인과의 경쟁을 더 좋아한다. 반면 막내인 디노(전형적인 엔프제다)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좋아하며, 그래서인지 크로스핏을 즐겨 한다고 한다. 이걸 처음 알았을 때, 같은 엔프제라서인지는 몰라도 나는 딱 디노 같은 타입이라는 생각을 했다. 타인과 협력해서 하는 스포츠는 나쁘지 않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나 혼자 고생하고 나 혼자 발전하며 하는 운동을 더 선호한다. 이런 내 성향을 고려해서 해볼 만한 운동을 고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이렇게 쓴다고 해서 당장 어떤 동호회나 소모임에 들어가 특정 액티비티를 시작하지는 않을 거다. 실행력이 나쁘지 않은 나지만, 지금 여기에 실행력을 발휘할 마음은 그다지 없다. 하지만 일상에서 몸을 쓰는 활동의 비중을 늘려야겠다는 생각은 꽤 강해졌다. 우선은 한동안 잠정적으로 중단해 버렸던 깨작깨작 수준의 홈트라도 다시 시작해야겠다. 죄책감을 덜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으로 플랭크만 거의 매일 반복하곤 했는데, 이건 운동이라기엔 너무나도 사소하기 때문에... 이렇게 써 놓으면 미래의 내가 뭐라도 하겠지. 연말에 한 해를 회고할 때쯤이면 홈트라도 꾸준히 한 상태이길, 그리고 내년쯤엔 뭐라도 운동을 하고 있길 바란다.

keyword
이전 08화내가 동물을 어려워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