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5
# 국문과 사무실 3
//그 녀석, 어떻게 됐니?
//죽었다. 그래서 내 자취방에 묻어 주고 왔다.
//짜식, 어지간히 취해 있던 모양이군. 해장술이나 사 주지 그랬어!
//지겨운 술꾼들 같으니라구. 술 얘기는 그만하구. 포스터 다 붙였냐?
//그럼! 후배들 시켜서 다 붙여놨지! 그럼!
//확인했냐?
//난 후배들을 믿는다.
//내 그럴 줄 알았지.
따르릉
//예, 국문과 사무실입니다. 예?, 예? 선생님. 예. 알겠습니다. 예, 지금 가겠습니다.
//누구야?
//누군 누구!
//미스터 강?
//그렇지, 뭐.
//왜?
//뭔가 하실 말씀이 있으신 것 같아.
//지겹지도 않니?
//뭐가?
//거의 매일 보다시피 하면서도 뭐 그리 할 말이 많아!
//어디, 너랑 나누는 짤막한 대화만 하겠니...
정수는 귀엽다는 듯이 재석이를 바라보았다.
//언제 와?
//아이 돈 노우!
//갔다 와.
정수는 걸음을 재촉했다. 항상 바삐 걸을 때마다 뒤쳐지는 한 쪽 다리를 느끼며, 생각 같아서는 다른 다리로 바꿔 달고 싶다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하곤 한다. 그러나 오늘은 왠지 그런 생각이 섬뜩하게 느껴졌다.
//똑똑
//예.
//선생님.
//그래, 문 닫고 들어와.
//예.
강 선생님은 여전히 싸구려 안경테를 끼고 할아버지처럼 정수를 안경 너머로 쳐다보며 웃고 있었다.
//무슨 좋은 일이 있으세요?
//응?
강윤명 교수는 이내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니, 그런 게 아니고. 말이 재밌어서. 문을 먼저 닫는다면 자네가 들어올 수가 없겠지. 헛헛.
//예, ‘문 닫고 들어와’란 표현을 두고 어떤 사람들은 한국어가 비논리적인 언어라고 비웃기도 했었죠.
//그래.
잠시, 살펴보던 논문을 훑다가 이내 강 교수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그래서, 자네도 같은 생각인가?
//예?
//한국어가 비논리적이라고?
//예? 아니요, 전혀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요.
//그렇다면 방금 내가 한 표현은 어떻게 설명할 텐가? 응?
//예, 그건 그러니까, 음.... 뭐냐면 음...
//됐어. 거기 앉아.
가끔의 돌발적인 질문에 정수는 늘 무방비 상태에서 당하기 일쑤다. 이 판에도 마찬가지이지만, 도무지 그 해답을 찾기가 어렵다. 정수는 소파에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