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11
# 제기 시장 닭발집2
//야, 이거 진짜 맵다. 한두 번 먹은 것도 아닌데. 와아. 정말 매워.
//자, 안주는 그만 먹고 한 잔 하자구. 근데 진짜 맵다.
쨍 하고 잔들이 힘 있게 부딪혔다. 그 통에 재석이의 잔에 금이 갔다.
//뭐야, 다들 힘이 넘치는군. 아주머니! 여기 잔 좀 새로 하나 갖다 주세요!
//저어, 잔 하나 여기 있습니다. 계속 기다렸는데 친구가 오지 않네요.
중절모를 깊숙이 눌러쓴 한 중년 신사가 소주잔을 내밀었다. 잠시 주춤하다가 재석이는 연신 고개를 숙여가며 두 손으로 잔을 받아들었다.
//예, 감사합니다. 그런데 혼자 드시는군요. 괜찮으시다면 합석하시지요. 심심하실 텐데.
소연이가 얼굴을 찡그리며 재석이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아, 예. 괜찮습니다. 워낙 혼자 술 마시는 것에 익숙해서요. 드세요. 보아하니 학생들인 것 같은데. 안주가 더 필요하면 얘기하세요. 닭발 몇 접시 더 시켜 드릴 게요.
//아, 아닙니다. 닭발은 이젠 많이 먹었구요. 뼈 없는 닭갈비나 한 접시...
//주책이야. 얼른 앉아.
소연이가 재석이를 끌어 앉혔다.
//하하. 재미있는 친구로군요. 그럼 괘념치 말고 드세요. 나는 이만 일어서야겠군요. 그럼 인연이 있으면 또 봅시다. 그럼 이만...
//예, 안녕히 가세요.
중년 신사가 주인 할머니에게 가서 이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뭐라고 말하고는 돈을 지불하고 이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이상한 사람이야. 혼자 술 먹는 데 익숙하다고? 난 정말 그렇게 못하겠던데.
//옜다! 닭갈비다. 그런데 저이 아는 사람이냐? 니들에게 안주 좀 더 주라고 하더라.
주인 할머니가 안주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순간, 정수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처음 보는 낯선 사람. 왜 우리에게 호의를 베풀었을까? 무언가 엿듣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뭘 그리 생각해! 선배 좋은 거 몰라? 아마 저 중년 신사도 우리 선배일 거야. 후배들 술 마시는 것 보고 그냥 옛날 생각나서 그랬겠지. 다 내 덕인 줄 알아라. 쭉 마셔!
정수는 그래도 찜찜한 기분이 가시지 않았다.
/정말 그 사람이 엿듣고 있었던 것일까, 우리의 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