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13
# 제기 시장 닭발집3
//왜 그래?
//야, 야, 그러다 싸움 나겠다. 벌써들 취한 거야?
재석이가 준호를 한 데 쥐어박으려는 것을 정수가 말렸다.
//넌 너무 감정적이야.
소연이가 재석이를 흘겨보았다.
//어떻게 감정적이지 않게 되었어! 아니, 그깟 컴퓨터를 인간과 동등하게 대우를 해 줘야 한다는 말이 가당키나 해! 생명? 웃기고들 있네. 자, 너희 냉철한 지성의 소유자들이나 생명, 인격 운운하면서 잘들 놀아라. 이 감정적이고도 무례한 인격의 소유자께서는 이만 물러가신다. 빠빠이!
재석이는 자리를 박차고 한번 휘청거리더니 몇 개의 의자에 걸려 넘어질 뻔하다가 입구를 찾아 다시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 갔다.
//됐어. 녀석의 자취집은 이 근처야. 잘 찾아갈 거야. 신경 쓰지 마.
정수는 일어서려던 소연의 손목을 붙잡았다. 소연은 잠시 주춤하다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재석이의 말에도 일리가 있어. 인격을 지닌 컴퓨터 프로그램은 아마도 금세기가 만들어 낼 프랑켄슈타인일지도 몰라.
//얘기가 복잡하게 흘러왔어. 자, 이쯤에서 정리를 좀 해 보자. 완전한 기계번역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인공지능을 도입한다. 지능만을 모사하기는 힘들다는 판단 아래, 생명 자체를 프로그램으로 모사하여 궁극적으로 인공지능을 획득하고 그것을 통해 자연언어를 배우게 한다. 그 결과 완벽한 기계번역 시스템을 개발한다. 어때? 내 얘기가 맞나?
//그러고 보니까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생각이 든다. 안 그렇니?
정수의 설명에 소연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원래, 인공생명에 대한 연구는 기계번역과는 무관하게 이루어졌었지. 그런데 최근 들어 기계번역 쪽에서 우리에게 손을 내민 거야. 그래서...
준호는 피곤한 듯이 두 손으로 눈을 비볐다.
//인간끼리의 의사소통을 위해서라지만, 동시에 인간과 컴퓨터의 대화도 가능해지겠는 걸?
정수는 눈빛을 반짝였다.
//중간에서 컴퓨터가 농간이라도 치는 날엔...
준호는 오른손을 날카롭게 펴서 목을 치는 흉내를 내었다.
//완전히 SF 소설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