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북짱 Jan 03. 2025

깜박깜박 어떡하지?

일기편지 5



to. 너에게



안녕! 잘 지내고 있어? 오늘은 기억력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해. 

우리 모두 한 번쯤 이런 경험 있잖아.



“내 열쇠 어디 갔지?”

“어? 휴대폰? 분명 여기 뒀는데…”

“오늘 무슨 요일이었더라?”



이럴 때마다 웃프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하지.



내가 자주 하는 실수는 정수기에서 물 받아 놓는 거야. 물 틀어놓고 깜박해서 철철 넘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야.  점심에 뭐 먹었는지 생각이 안 날 때도 있고 반려견 밥을 줬는지 안 줬는지도 가끔 헷갈려. 변명해보자면 매일 반복되는 일들은 그게 어제 일 인지 오늘 일 인지 헷갈릴 때가 있어. 마켓이나 쇼핑몰을 갔다가 차를 어디에 주차했는지 몰라서 한참 헤맨 적도 있다니까?ㅋㅋ 너도 그런 적 있지?! 있다고 말해줘~~~




나 이제 40대인데, 나이 들어서 그렇다고 하기엔 아직 젊잖아. 사실 다들 이 정도는 깜빡깜빡하면서 살지 않나? 




우리 언니네서 일어난 일인데, 언니가 키우는 반려견을 잠깐 케이지에 넣어놨다가 깜빡하고 그냥 나간 거야. 

두 시간 뒤에 돌아와서 엄마한테 강아지 밥 줬냐고 물었더니 엄마는 줬다고 하시더래. 그런데 이상하게 너무 조용하고 강아지가 안 보여서 찾아봤더니, 글쎄 아직도 케이지에 갇혀 있던 거 있지! 언니는 빼주는 걸 깜박하고 엄마는 밥 주는 걸 깜박하고 이미 준 줄 알았는데 반려견을 밥도 못 먹고 케이지에 갇혀 있던 거지.ㅠㅠ

웃기기도 하고 짠하기도 한 이야기지.




우리 엄마는 나이가 벌써70대가 되셨는데 뭐 하나 깜빡하시면 꼭 “얼른 죽어야지~” 하시면서 자책을 하셔. 

그럴 때마다 그럴 수 있다고 괜찮다고 말씀드리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꼭 나이 문제만은 아니라는 거야.

20대 때도 깜빡할 때 많았고, 심지어 어린아이들도 깜빡깜빡하잖아.




물론 정신 바짝 차리려고 다짐하는 건 좋지만, 너무 자책하지 말자는 거지. 그럴 때도 있는 거고, 저럴 때도 

있는 거니까. 나한테 여유로운 마음을 가져야 다른 사람에게도 넉넉해질 수 있는 거 아니겠어?




신유진 작가님의

‘그렇게 우리의 이름이 되는 것이라고’ 

책에서 한 구절이 생각나.



—내가 늙어서 그래. 내가 늙어서 별거 아닌 일에

가슴이 철렁하고, 별거 아닌 것들을 끄집어내고,

그러면서 중요한 것들을 자꾸 잊어버린다…

그러라고 하지 뭐. 마음대로 하라고 해. 이렇게

오래 기억하고 살았으니 이제 좀 잃어버린다고

해도 괜찮지 않을까.—




나이 드신 분들의 마음을 너무 잘 헤아려 준 구절이지. 나도 정말 공감해. 




그래도 깜빡하는 걸 너무 나이 탓만 하지 말고, 조금 노력해 보는 건 어때? 중요한 건 메모해 놓고, 알람도 설정하고. 요즘 좋은 도구들이 많잖아. 그리고 견과류나 비타민도 챙겨 먹고, 심하다 싶으면 병원 가서 체크도 받아보고. 이렇게 깜빡깜빡하는 횟수를 조금씩 줄여보는 거야. 이 정도는 할 수 있잖아?




가끔은 나 자신을 잘 챙기는 게 답인 것 같아. 너무 자책하지 말고, 그럴 때일수록 나를 더 아끼고 돌봐주기!




오늘도 내 얘기 들어줘서 고마워. 남은 시간도 너에게 행복한 일들이 가득했으면 좋겠어. 나중에 또 편지할게. 그때까지 우리 조금 덜 깜빡하고 지내보자고!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