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편지 3
To. 너에게
안녕. 잘 지냈니?
나는 며칠 전에 남편이랑 아이들이랑 같이 Wicked
영화를 보러 갔었어.
영화를 보다가 주인공 엘파바가 따돌림당하는 장면이 나왔는데, 너무 불쌍하고 속상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어. 그리고 옆에 앉아있던 9살 아들을 슬쩍 봤는데, 걔도 울고 있는 거 있지?
근데 그게 너무 귀엽고,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게 참 뭉클하더라.
생각해 보면, 옛날 사람들은 특히 한국에서는 남자들이 우는 걸 정말 못마땅해했잖아.
“남자가 울면 어디다 쓰냐” 이런 말 하면서.
그 시절 어른들은 왜 그렇게 감정을 꼭꼭 숨기면서 살았을까 싶어.
좋아도 티 안 내고, 슬퍼도 안 슬픈 척, 속상해도 괜찮다고 하다가 결국 자기감정이 뭔지도 모르게 된 거야.
그렇게 마음속에서 계속 곪아버리는 거지. 그래서 속병 난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닌가 봐.
감정자체는 나쁜게 아닌데 말이야. 감정을 잘 다스릴 줄 아는것이 중요한것 같아. 감정을 제대로 표현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결국 엉뚱한 곳에서 폭발하더라고. 다른 데서 받은 스트레스를 엉뚱한 곳에 풀면서
주변 사람들까지 힘들게 만드는 거야.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다’는 말 있잖아? 딱 그거지.
나는 그런 걸 보면서, 감정은 바르게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해.
특히 어릴때 부터 감정을 자연스럽게 느끼고 표현하는 것들을 잘 가르쳐야 되는것 같아.
물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스스로 컨트롤하는 법도 함께 배우는 거지.
너는 눈물이 잘 나는 편이야?
나는 눈물이 좀 많은 편이라, 별거 아닌데도 잘 울어.
심지어 누군가 울고 있거나 속상한 얘기를 하면 나도 같이 눈물이나버려.
이게 바로 공감 능력 만렙인 F의 삶 아니겠어?
화날 때도 울고, 서러울 때도 울고, 감동받아서도 울고,
드라마 보다가도 울고, 너무 기뻐서도 울고!
그런데 남편은 그런 내가 이상하다는 듯이 “여기서 왜 우냐?” 하고 물어보는데,
아니, 그게 눈물 포인트 거든요!
눈물에는 치유의 힘이 있다는 거, 너도 알지?
울고 나면 눈이 퉁퉁 붓는 건 덤이지만, 마음이 좀 후련해지잖아.
눈물이 내 안에 쌓인 찌꺼기를 씻어내주는 거 같아.
그리고 누군가 힘들 때 옆에서 같이 울어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지.
그게 바로 “너의 아픔을 내가 안다”는 마음이니까. 그거 하나만으로도 덜 외로워지더라.
그러니까 너도 속상한 일 있으면 참지 말고 울어.
펑펑 울어서 네 안에 곪아 있던 감정들을 한 번에 싹 터트려봐.
그렇게 너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게 진짜 중요한 일이거든. 알겠지?
오늘도 내 얘기 들어줘서 고마워.
다음에 또 편지할게!
p.s 아참! 내가 눈물에 대한 시 같은 거를 써놨던 게 있어 ㅋㅋ
부끄럽지만 봐줄래??^^ 그때 당시의 내 마음 이었던 거 같아.
눈물
“미안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그렇게 대답했지만,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왜 눈물이 나는지 알 수 없었지만,
뭐가 그리 서러웠는지
그냥, 흐르기 시작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괜찮지 않았나 보다.
내가 내 마음을 몰랐던 거다.
눈물은 그렇게
내 마음을 쓰다듬고, 쓸어내렸다.
한결 편안해지고,
마음이 후련해졌다.
눈물이라는 건 그런 거다.
한 번 터지면 주체하기 힘들지만
다 쏟고 나면,
이상하리만큼 괜찮아진다.
그냥, 모든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