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편지 18
안녕! 오늘도 별일 없이 잘 지내고 있니? 나도 잘 지냈어.
나는 며칠 전에 ‘혼자만의 시간에서 찾는 행복’에 대한 글을 적어둔 게 있었는데 오늘 아침, 집에서 일하는 남편이 갑자기 이렇게 말하는 거야.
“오늘 혼자 밖에 나가서 시간 보내고 싶으면 다녀와.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해.”
내가 특별히 말한 적도 없는데, 내가 쓴 글을 읽고 나를 생각해서 해준 말이었어. 그 말은 듣는데 마음만으로도 너무 고마운 거 있지. 나를 이해해 주는 그 마음이 참 좋았어. 누군가를 이해해 준다는 것은 그런 것 같아. 있는 그대로를 받아주는 것. 그게 어떻게 보면 쉬운데 또 어떨 때는 참 힘들어.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편안해지는데 반대로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라고 하면 마음이 닫히고 답답해지는 것 같아. 하지만 감정이라는 게 참 간사해서, 좋은 마음으로 이해하려고 하다가도 어느 순간 작은 서운함이 커져 버릴 때가 있잖아. 좋은 마음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거지..
나도 신혼 때는 남편이 나를 서운하게 하면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지?” 하면서 속상해하고, 그런 감정이 쌓이다 보니 더 자주 다투기도 했어. 그런데 세월을 함께 보내면서 서로를 점점 더 알게 되고, 그러다 보니 이해하는 마음도 커지더라고.

물론 여전히 완벽하게 이해하는 건 어려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된 건 이해는 노력하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마음이라는 거야. 시간이 지나고 서로를 더 알아갈수록,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려는 노력도 점점 커지는 것 같아. 이제는 예전처럼 작은 일로 싸우기보다는, 남편이 나를 배려해 주는 만큼 나도 더 조심하게 되고, 감정을 쉽게 드러내기보다는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돼.
너는 어때? 요즘 자주 다투니?
나는 순간의 감정을 믿지 않아. 수시로 변하고 왔다 갔다 하는 게 사람 마음이고 감정이거든. 그래서 내가 화가 나서 욱 하다가도 다시 금세 돌이키곤 해. 그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으려고 말이야. 그런데 말이야, 미운 마음은 참 이상해. 한 번 들기 시작하면 점점 커지는 것 같아. 그냥 작은 불씨였던 감정이 점점 커져서 걷잡을 수 없게 될 때가 많아.
처음에는 그냥 “좀 서운하네.” 정도였던 감정이, 시간이 지나면서 “그때도 이랬잖아. 그리고 저번에도 그랬지.” 하면서 점점 커져가는 거야. 그렇게 쌓이다 보면 나중에는 작은 일도 크게 느껴지고,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감정이 상해 버리는 순간이 오더라고.
그래서 나는 그런 마음이 들기 시작하면, 일부러라도 빨리 돌이키고 끊어내려고 해. 괜히 키워 봐야 나만 더 힘들어질 뿐이니까. 화를 내고 감정을 쏟아내는 순간은 속이 시원할지 몰라도, 그 감정이 남긴 상처는 결국 나와 내 주변 사람들에게 오래 남으니까 말이야.
그런데 또 한 가지 우리는 오히려 남들은 더 쉽게 이해해 주고 화도 잘 안 내면서 정작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더 쉽게 화내고 서운해하고 안좋은 감정을 쏟아내는 것 같아. 아마도 편하다고 생각해서 감정을 더 많이드러내게 되는거겠지. 하지만 그 반대로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니까 더 따뜻한 마음으로 대해 줘야 하는데, 우리는 그걸 자꾸 잊어버리는 것 같아.
결국 서로를 이해하려고 하면 싸울 일도 미워할 일도 점점 줄어들더라고. 우리는 완벽한 사람들이 아니니까 실수도 하고 서운하게 할 때도 있겠지만 그때마다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마음으로 바라보면 훨씬 더 편안해지지 않을까?
이해해 주는 마음. 그 마음은 참 큰 마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감싸주고 받아주는 넉넉한 마음 말이야.
너도 큰 마음 한번 먹어봐. 아마 네 주위가 따뜻해질 거야. 이미 충분히 따뜻하다고~그런 줄 알았어~!
오늘도 그렇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가 보자. 다음에 편지할 때까지 잘 지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