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의 하루 루틴 – 습관화된 대시보드와 회고 기록

6화 - 군고구마

by 해담
외부 평가 대신 나다움을 선택하기까지,
고민 많은 9년 차 마케터의 솔직한 회고.

여전히 일은 어렵고 매 순간 헷갈립니다.
정답은 없으니 그저 기록합니다.

고구마는 비교와 불안 속에서 자라나
나다움과 온기로 천천히 익어가는 중입니다.

오늘도 나답게 살고 싶은 당신에게 전합니다.
"그러니, 고구마 사세요"



나에게 루틴은 크게 두 가지다. 아침에 숫자로 하루의 방향을 잡는 시간, 그리고 저녁에 오늘의 나를 짧게 정리하는 시간.


일을 할수록 하루를 어떻게 쓰느냐가 점점 더 중요해진다. 같은 8시간을 보내도 어떤 사람은 계속 쫓기는 느낌으로 끝나고, 어떤 사람은 조금씩이라도 축적되는 무언가를 남긴다. 그 차이는 작게 반복하는 루틴에서 온다고 느낀다.



아침.

출근해서 자리에 앉으면 서비스 지표를 가장 먼저 확인한다. 이때 거창한 분석을 하는 것은 아니다. 어제 하루 동안 서비스가 어디까지 갔는지 감을 잡는 정도면 충분하다.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지금 진행 중인 KPI이다. 커머스 서비스라면 매출이나 구매 수일 수도 있고, 특정 캠페인을 운영 중이라면 신규 구매자나 특정 액션을 기준으로 볼 수도 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이 궁극적으로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 데이터를 매일 눈에 익힌다. 전날과 비교해서 이상이 없는지, 지난주 같은 요일과 비교했을 때 흐름이 꺾이진 않았는지 정도만 빠르게 체크한다. 전일과 전주 대비, 이 두 축으로만 봐도 어느 정도 방향은 보인다.


이후 유저들의 퍼널을 훑어본다. 랜딩에서 설치로, 설치 이후 첫 실행과 가입, 장바구니와 구매까지 이어지는 과정 중 어디가 병목 구간인지 확인한다. 이 역시도 모든 숫자를 다 보려고 하지 않는다. 어제와 비교했을 때 눈에 띄게 비율이 떨어진 구간이 있는지만 찾는다. 예를 들어 설치율은 괜찮은데 첫 실행까지 이어지는 비율이 뚝 떨어져 있다면 온보딩 화면이나 버그 가능성을 떠올린다. 가입까지는 잘 가는데 결제가 잘 안 된다면 가격, 혜택, 재고, 쿠폰 구조 쪽에서 막히는 부분이 없는지 의심해 본다.


이렇게 흐름을 보고 나면 마지막으로 이상한 패턴이 없는지만 훑는다. 특정 채널에서만 수치가 급등하거나 급락했는지, 특정 캠페인에서 클릭은 터지는데 서비스 쪽 전환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지, 새로운 상점이나 메뉴에서 비정상적인 움직임이 있는지 보는 정도다. 초반에는 이 모든 것을 로우 데이터로 뜯어봤지만, 어느 정도 패턴이 잡힌 뒤로는 꼭 보고 싶은 항목만 묶어 대시보드로 확인한다. 중요한 건 평소의 상태를 머릿속에 그려둘 수 있을 정도로 반복해서 보는 것이다. 그래야 문제가 생겼을 때 감지 속도가 빨라진다.


숫자를 이렇게 한 번 훑고 난 뒤에 메신저와 메일을 연다. 데이터를 확인한 뒤, 업무를 시작하면 같은 메시지를 읽어도 우선순위가 조금 더 분명해진다. 이슈가 있다면 문제 원인과 당장 해결할 수 있는 액션 아이템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 순서가 바뀌면 하루의 중심이 외부 요청으로 흘러간다.



오전과 오후 사이.

하루 중 한 타임은 가급적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으로 남겨두려 한다. 아침에 본 숫자를 바탕으로 오늘 손댈 범위를 정리하는 시간이다. 1. 지금 가장 급한 것은 무엇인지 2. 오늘 안에 끝낼 수 있는 가장 작은 실험은 무엇인지 3. 그 실험이 잘 되었는지 확인할 기준은 무엇인지, 이 세 가지를 중심으로 가볍게 적어둔다.


예를 들어 신규 유입은 잘 들어오는데 첫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이라면, 오늘 할 일은 ‘가입 직후 24시간 동안 나가는 메시지와 혜택 구조를 손보는 것’이 될 수 있다. 이때 확인해야 할 기준은 ‘해당 시간 안에 첫 구매를 하는 비율이 얼마나 바뀌는지’ 정도로 잡는다. 이렇게 정의해 두면 중간에 다른 요청이 끼어들어도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오기 쉽다.


눈앞에 있는 업무만 처리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지금 뭘 위해 움직이고 있는지를 놓치기 쉽다. 하루에 한 번은 이렇게 질문과 기준을 정리해 두는 과정이 필요하다. 직급이 바뀔수록 일을 많이 하는 것보다, 어디까지 할지 선을 그어주는 역할이 중요해지는 듯 하다.



퇴근 전.

저녁이 가까워지는 시간에는 다시 한번 대시보드와 개인 업무 화면을 띄운다. 아침처럼 서비스 전체를 훑기보다는 오늘 하루 동안 내가 무엇을 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데이터도 훨씬 작은 단위로 본다. 오늘 손댄 캠페인의 변화, 오늘 수정한 세팅 이후 초반 반응, 오늘 새로 만든 테스트의 상태 같은 것들이다. 그리고 그 옆에 아주 짧게 텍스트를 남긴다.


형식은 단순하다. ‘기존 소재 대비 단순화한 카피 버전의 클릭률 1.2배’, ‘내일 아침 리마케팅 캠페인 전환 비율 확인하기’ 같은 메모들이다. 오늘 손댄 일 중 기억해야 할 포인트 하나, 오늘 새로 알게 된 사실이나 개선 지점 하나, 내일 아침에 가장 먼저 확인하고 싶은 지표 하나. 이 정도를 매일 쌓아두면 나중에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든다. 별 것 아닌 메모처럼 보이지만, 몇 달이 지나고 나면 이 기록들이 그대로 나만의 실무 노트가 된다. 어느 상황에서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그 결과가 어땠는지, 어떤 부분에서 자주 막히는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일의 감각이 쌓여 간다.


이렇게 하루를 정리하고 나면, 연봉이나 직함처럼 눈에 잘 보이는 것 말고도, 내가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 사람인지 조금 더 선명해지는 느낌이 든다. 이 시간은 누군가 요청한 업무보단 나를 위한 기록에 가깝다. 오래 일하려면 서비스의 성장만이 아니라 나 자신도 계속 업데이트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개인적인 회고는 생각보다 중요하다. 덕분에 다음날 업무를 진행할 기준도 생긴다.



현업에서 오래 버티고 싶은 마케터에게 필요한 하루 루틴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아침에 서비스의 상태를 간단히 읽어내고, 낮에 오늘 손댈 문제와 작은 실험을 정해두며, 저녁에 나 자신의 일을 짧게 돌아보는 습관. 이 세 가지가 반복되면 어느 순간 나를 둘러싼 데이터들로부터 안정감을 느낀다.


그리고 그 시간들이 쌓일수록
나라는 기준과 자신감을 만들 테니까.

오늘의 데이터.
당신을 위한 하루 루틴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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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수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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