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페인 회고를 위한 질문과 실무 자산으로 만드는 방법

8화 - 군고구마

by 해담
외부 평가 대신 나다움을 선택하기까지,
고민 많은 9년 차 마케터의 솔직한 회고.

여전히 일은 어렵고 매 순간 헷갈립니다.
정답은 없으니 그저 기록합입니다.

고구마는 비교와 불안 속에서 자라나
나다움과 온기로 천천히 익어가는 중입니다.

오늘도 나답게 살고 싶은 당신에게 전합니다.
"그러니, 고구마 사세요"



일을 오래 할수록 잘한 일보다 아쉬웠던 일들이 더 또렷하게 남는다.


리포트를 열어보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도 생각보다 수치가 안 나온 프로젝트다. 그때마다 느끼는 건 회고의 중요성이다. 똑같이 실패를 겪어도 어떤 사람은 그냥 아쉬움으로 남기고, 또 어떤 사람은 다음 실험의 설계도로 바꾼다. 이 둘의 차이는 복잡한 이론을 떠나 회고를 통해 스스로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다.


캠페인이 종료된 뒤에는 늘 몇 가지 질문을 기준으로 복기한다. 결과 그 자체보다는 무엇이 아쉬웠는지를 찾는 작업이다. 이 질문들로 과정과 결과들을 여과시키는 작업을 거치고 나면, 추후 같은 실패를 반복할 가능성이 확실히 줄어든다.



가장 먼저 던지는 질문은 문제 정의다. 우리가 실행을 통해 풀려고 했던 문제는 정확히 무엇이었는가 다. ‘신규 회원 증대’가 메인 목표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매출을 기대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브랜드 인지도를 올리려던 건지, 특정 카테고리의 구매를 끌어올리고 싶었던 것인지 하나씩 다시 적어본다. 생각보다 캠페인을 진행 전후로 이 목표에 대한 멤버들 인식이 동기화되어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기획안을 작성할 때 목표 섹션을 가장 최상단에 하나의 목표점을 한 줄로 요약해 두는 편이 좋다.

“이번 캠페인의 목표는 ㅇㅇ이다”


회고 시점에 이 문장이 흐릿하게 느껴지거나, 각자가 다르게 기억하고 있다면 이미 그 지점에서 실패의 씨앗이 있었다는 뜻이다. 무엇을 위해 달렸는지 모호하면, 무엇이 실패했는지도 정확히 말할 수 없다. 회고 단계에서라도 이 문장을 다시 또렷하게 정의하는 것이 다음 캠페인의 출발점이 된다.



그다음에 보는 건 타겟이다. 이번 실행이 목표 지점에 도달하기 위해 실제로 누구에게 워킹되었는지 돌아본다. 기획 단계에서 머릿속에 그렸던 타겟과, 실제 데이터에 찍힌 타겟이 얼마나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매체 세팅 화면에서 설정한 연령, 성별, 관심사보다 중요한 것은 리포트에 남아 있는 실제 반응한 사람들이다.


예를 들어 20–30대 여성을 상정하고 캠페인을 설계했는데, 결과를 보면 40대 이상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높거나, 신규 유저보다는 기존 충성 고객만 클릭하고 있었다면 애초에 크리에이티브, 채널, 세그먼트 설정 중 어딘가는 타겟과 어긋나 있었다는 뜻이다. 설정한 타겟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노출되기도 하고,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그룹에서 반응이 터지기도 한다. 실제로 돌려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면들이 많다. 그 차이를 기록해 두는 경험들이 쌓이면, 나중에는 나만의 감각과 근거가 생긴다. 그 자체가 자산이다.



세부 액션들을 되짚다 보면 회고 자리에서는 외부 요인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시장 상황, 경쟁사 프로모션, 갑작스러운 정책 변경, 내부 리소스 부족 같은 이야기들이다. 실제로 중요한 변수들이다. 다만 이 이야기만 하다가 끝나면 다음 캠페인에서 똑같은 패턴이 반복된다. 그래서 한 번은 냉정하게 나눠 볼 필요가 있다. 외부 요인과 내부 요인을 구분하고, 그중에서 우리가 컨트롤 할 수 있었지만 하지 못했던 것은 무엇인지 짚는 것이다.


좀 더 빠른 의사 결정을 할 수 있었는지, 배포 전에 한 버전이라도 더 검증할 수 있었는지, 캠페인 중간에 대시보드 이상 징후를 보고도 그냥 넘긴 부분은 없었는지 돌아본다. 이 과정은 스스로에게 불편한 질문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기서 구체적인 문장이 나오지 않으면, 다음 프로젝트에서도 비슷한 후회가 반복된다. 회고 문서에 외부 요인만 가득 적혀 있지 않은지 한 번쯤 솔직하게 점검해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남는 것은 앞으로의 행동이다. KPT(Keep, Problem, Try)처럼 구조화된 포맷을 활용해도 좋다. 회고를 길게 했는데도 실제로 바뀐 세팅이나 새로 설계된 실험, 달라진 KPI가 하나도 없다면, 그 회의는 사실상 감상문에 가깝다.


예를 들어 “신규 유저에게는 단순한 상품 추천보다 구매 허들을 낮춰주는 가격 조건이 더 큰 영향을 준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래서 다음 캠페인에서는 첫 주문 가이드형 AB 테스트보다 할인율과 혜택 구조를 먼저 설계하고 검증한다” 같은 식이다. 이 한 줄만 또렷하게 정리되어 있어도 회고 문서는 그 자체로 다음 캠페인의 브리프가 된다. 시간이 지나 팀이 바뀌더라도 왜 이 실험을 먼저 했는지를 설명해 줄 근거가 된다. 실패가 스토리로만 남지 않고 시스템에 저장되는 것이다.



실패한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모두에게 같은 의미는 아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후회와 아쉬움으로만 남고, 다른 사람에게는 실험 설계 능력을 키워준 자산이 된다. 이번에 성과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았다면 회고를 해보자.


풀고자 했던 문제는 무엇이었는지, 바꿀 수 있었던 부분은 무엇이었는지, 어떤 걸 배웠고 다음에는 무엇을 다르게 할 것인지. 그리고 적용하고 액션하는 것이다. 그렇게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실패조차도 커리어 안에서 꽤 괜찮은 자산으로 쌓이기 시작한다.


회고의 깊이가 쌓이는 만큼
나도 단단해질 테니까.


오늘의 데이터.
2025년에 당신은 무엇을 위해 달려왔고, 26년은 무엇을 지속하고, 개선하며, 시도할 것인가요?
keyword
월, 수 연재
이전 09화후회와 망한 선택들을 돌아보고 인정하며 벗어나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