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행사와 인하우스, 본질은 같고 룰만 다른 세계

9화 - 삶은 고구마

by 해담
외부 평가 대신 나다움을 선택하기까지
고민 많은 9년 차 마케터의 솔직한 회고.

여전히 일은 어렵고 매 순간 헷갈립니다.
정답은 없으니 그저 기록합니다.

고구마는 비교와 불안 속에서 자라나
나다움과 온기로 천천히 익어가는 중입니다.

오늘도 나답게 살고 싶은 당신에게 전합니다.
"그러니, 고구마 사세요"



마케터에겐 대행사와 인하우스는 다른 세계 같다.


하지만 직접 겪어보면 본질적으로 일은 비슷하다. 문제를 정의하고, 우선순위를 세우고, 리소스를 투입하여 결과를 만든다. 어떤 환경이든 결국 성과를 내야 한다. 방식이 다를 뿐이다.



대행사는 기본적으로 남의 문제를 빨리 풀어주는 곳이다.

일을 시작할 때부터 목적이 분명하다. 고객이 있고, 마감이 있고, 산출물이 있다. 기획서든 리포트든 크리에이티브든 데드라인이 자연스럽다. 변수가 많다. 오늘 합의한 것도 내일 뒤집힌다. 피드백 기간도 종잡을 수 없다. 일의 단위가 짧고, 결과물이 곧 평가가 되는 장면이 많다. 방향이 바뀌면 진행 상황이 어떠하든 다시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개인이 갖는 감정은 종종 뒷순위다. 실무자 입장에선 두 가지 말을 자주 삼킨다.

“그럴 수 있지, 어쩔 수 없지.”


인하우스는 다르다.

인하우스는 우리 문제를 우리가 안고 가는 곳이다. 산출물은 비슷해 보이지만, 의미가 바뀐다. 캠페인을 잘했다고 끝나지 않는다. 제품이 받쳐줘야 하고, 운영이 따라줘야 하고, CS가 감당해야 하고, 데이터가 남아야 한다. 지금 당장의 성과보다 지속 가능한 성장과 유지 여부가 더 중요하다. 그래서 속도보다 정합성이 더 자주 이긴다. 인하우스는 길이가 길고, 내부 조율이 크며, 결정의 무게가 무겁다.


결론은 단순하다. 어디가 더 낫냐가 아니라, 내가 어디에서 역량을 더 잘 발휘하느냐가 핵심이다. 이건 성향의 문제이기도, 업무 스콥의 문제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빠른 사이클에서 더 살아난다. 짧은 시간 안에 구조를 만들고 설득하고 결과물을 뽑아내는 과정에서 에너지가 난다. 반대로 누군가는 긴 호흡에서 빛난다. 제품과 고객을 오래 보고, 반복해서 개선하고, 성과를 시스템으로 남기는 방식이 더 맞는다. 둘 중 하나가 더 우월하다는 건 없다. 그저 맞는 판이 다르다.


그래서 시니어 레벨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가능하면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게 좋다. 경험이 많은 사람은 단순히 해본 것보다는 나를 해석할 데이터가 많은 사람이다. 어떤 환경에서 과열되는지, 어떤 상황에서 과몰입하는지, 어느 스콥에서 가장 생산적인지. 이걸 모르고 커리어를 밀어붙이면 커리어의 시간은 생각보다 훨씬 더 소모된다. 중요한 건 너무 늦지 않게 나를 해석하는 것이다.


그러면 선택은 쉬워진다. 내가 디벨롭될 수 있는 환경과 도메인, 회사를 고르는 일로 넘어간다. 연봉은 자연스레 따라온다. 환경을 선택하는 순간, 성장 방식도 달라진다. 스스로의 기준을 세운 사람은 어떤 조직에서도 흔들림이 줄고, 에너지를 덜 낭비하며, 본인의 한계점을 인지한 사람은 오히려 더 오래갈 수 있다.



사실 우리는 어디에 있든 다 힘들다.

그냥 힘든 이유가 다를 뿐이다. 대행사는 마감과 변경이 힘들고, 인하우스는 조율과 책임이 힘들다. 어떤 선택을 해도 완전히 편해지진 않는다. 다만 차이를 알면 덜 흔들린다. 내가 부족해서 힘든 것도 아니다. 이 환경의 룰이 원래 이런 거다. 이해하는 순간 자책은 줄어든다.


그러나 마지막에 남는 건 습관과 기준이다. 내 습관이 나를 소모시키는 방향으로 굳어 있으면 어디서든 힘들다. 반대로 내 기준이 나를 살리는 방향으로 세팅되어 있으면, 어디서든 단단해진다.


일을 대하는 태도는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태도를 지탱하는 루틴, 기준, 에너지 관리가 환경마다 다르게 시험될 뿐이다. 어느 세계가 맞는지 논쟁하는 건 내가 지금 해야 할 일이 아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빨리 파악하고,

그 사람을 더 잘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선택하고,

꾸준히 성장하는 것.


그게 결국 가장 현실적인 커리어 전략이다.


일을 할수록
나를 알 수 있다.

오늘의 데이터.
마케터용 MBTI_당신은 인하우스형인가요, 대행사형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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