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성과와 직장 관계, 숫자와 사람 사이 균형 찾기

11화 - 군고구마

by 해담
외부 평가 대신 나다움을 선택하기까지,
고민 많은 9년 차 마케터의 솔직한 회고.

여전히 일은 어렵고 매 순간 헷갈립니다.
정답은 없으니 그저 기록합니다.

고구마는 비교와 불안 속에서 자라나
나다움과 온기로 천천히 익어가는 중입니다.

오늘도 나답게 살고 싶은 당신에게 전합니다.
"그러니, 고구마 사세요"



숫자는 변명하지 않는다.

성과를 말할 때도, 실패를 복기할 때도, 숫자는 제일 먼저 나를 현실로 끌어내린다.



나는 마케팅을 하며 '성과'를 중심에 두고 살아왔다. 퍼널과 KPI, CAC, ROAS, 리텐션 곡선을 들여다보며 ‘why’를 찾는 일이 익숙했다. 성과라는 단어를 꽤 단단하게 믿어 왔다. 성과는 공정하다고 생각했다. 감정이 없기에 문제가 생기면 더욱 숫자로 해결하려 했다. 대시보드를 새로 만들고, 리포트를 더 자주 돌리고, 컨버전 경로를 더 촘촘히 뜯었다. 더 빠르게, 더 정확하게. 그렇게 하면 뭐든 좀 더 가벼워질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이런 숫자가 사람을 만나면, 정확히는 팀에 귀속되는 순간 무슨 숫자든지 간에 그 무게는 무거워진다.


조직 내에 있다 보면 일만큼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관계'이다. 조직은 숫자로만 굴러가지 않는다. 성과는 좋아졌는데 팀의 공기가 무거워진다거나, 목표는 맞췄는데 회의실이 조용해진다거나, 일은 빨라졌는데 사람들의 표정이 느려지는 등 양쪽의 방향은 시소처럼 정반대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다.


성과 vs 관계.

둘 중 하나를 고르기가 쉽지 않다. 하나만 선택할 경우, 다른 하나는 무너지며 결국 둘 다 잃기 쉽다. 그리고 중간 직급 이상이 되면 생각보다 훨씬 더 성과와 관계의 균형이 중요해진다.


조직 내에서는 좋은 말만 해서는 운영이 안 되고, 숫자만으로도 사람이 움직이지 않는다. 결국 중간에 서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게 리더든, 시니어든, 프로젝트 오너든.



커리어를 돌아보면 대개 성과를 말하면서 사람을 놓쳤고, 사람을 놓치면서도 그게 성과를 위한 희생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반대로 사람을 지키겠다고 마음먹은 시기도 있었다. 그때는 숫자를 억지로 누르려했다. 지금만 보려 했다. 하지만 숫자는 현실이고, 현실을 외면하면 더 큰 스트레스가 돌아왔다. 목표가 멀어질수록 팀은 더 불안해졌다.


성과는 숫자로 측정되지만, 성과를 만드는 건 사람의 상태다. 팀의 에너지가 낮으면 실행력이 떨어지고, 실행력이 떨어지면 개선 속도가 느려지고, 개선 속도가 느려지면 지표가 내려간다. 반대로 팀이 안정적이면 실험이 늘고, 실험이 늘면 학습이 쌓이고, 학습이 쌓이면 재현 가능한 성과가 생긴다.


결국 숫자와 사람은 서로를 밀어내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설명하는 관계였다. 하나를 잘 관리하려면 다른 하나를 무시하면 안 된다.



숫자만 올리면 사람은 내려가고, 사람만 붙잡으면 목표가 처진다. 결국 어느 한쪽에 치우치기보단 흔들리더라도 다시 균형으로 돌아오는 힘이 필요하다. 시소는 멈추면 재미가 없다. 흔들림이 있다는 건 아직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다. 중요한 건 떨어지지 않게, 서로를 놓치지 않게, 기울어질 때마다 한 번 더 조정하는 것이다.


나는 시소의 양끝 중 하나가 아닌 가운데에서 균형을 배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숫자를 직면하면서도 사람을 놓치지 않는 말, 사람을 챙기면서도 목표를 흐리지 않는 결정.


오늘도 무게를 조금씩 옮겨가며
여전히 중간을 연습하는 중이다

오늘의 데이터.
당신이 올라 탄 시소에서 당신은 어디쯤에 있나요?
keyword
월, 수 연재
이전 12화대행사vs인하우스. 실무 스킬, 장단점, 차이점 비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