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 군고구마
외부 평가 대신 나다움을 선택하기까지,
고민 많은 9년 차 마케터의 솔직한 회고.
여전히 일은 어렵고 매 순간 헷갈립니다.
정답은 없으니 그저 기록합니다.
고구마는 비교와 불안 속에서 자라나
나다움과 온기로 천천히 익어가는 중입니다.
오늘도 나답게 살고 싶은 당신에게 전합니다.
"그러니, 고구마 사세요"
협업 미팅은 유독 지칠 때가 많다.
피로감을 느끼는 원인은 대개 비슷하다. 끝나고 나면 남는 게 없을 때, 겉핥기식의 대화만 옮겨다닐 때, 각자 바쁘니까 흐지부지 흩어질 때. 그럴 때 사람은 회의 자체를 싫어하게 된다. “또 회의야?”라는 말이 습관이 되고, 일의 일부라고 생각한 회의는 에너지를 갉아먹는 이벤트가 된다.
회의가 지치는 이유는 대부분 대화 내용이 많기 보단 결정이 나지 않는 구조 때문이다. 이건 충분히 바꿀 수 있다.
회의를 덜 지치게 만드는 첫 번째 방법은 오늘 회의가 어떤 타입인지를 제목에서부터 고정하는 것이다. 그냥 ‘주간 회의’라고 쓰면 회의는 늘 공유로 흘러간다. 공유는 편하다. 하지만 공유로 끝나는 회의는 길어진다. 그래서 회의 시작부터 목적을 박아둔다. “(결정) 이번 달 캠페인 타깃 확정”이나 “(정렬) Q1 KPI 정의 얼라인” 같은 식이다. 이 회의가 끝나면 참가자들은 반드시 뭔가를 끝내거나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
그 다음은 아젠다와 함께 산출물 한 줄을 적는 일이다. 회의가 소모적인 이유는 다들 열심히 말하는데도 ‘그래서?’가 없기 때문이다. 회의 말미에는 ‘누가, 언제까지, 어떻게 할 건데?’ 같은 액션 아이템이 남아야 한다. 이 문장이 있으면 회의는 실행 가능한 결론으로 수렴한다.
또 중요한 규칙 하나. 의사결정 포인트는 최대 2~3개로 정한다. 결정할 게 많은 회의는 대부분 하나도 못 한다. 논의가 자꾸 옆길로 새는 이유는 미팅이 모든 것을 한 번에 해결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파킹랏 한 줄만 있어도 회의가 탄다. “그건 중요한데 오늘 목표 밖이니 논외로 합시다.” 이 말을 할 수 있게 되면 회의의 피로도가 확 줄어든다.
회의에서 시간을 갉아먹는 순간도 있다. 화면 공유로 다 같이 자료를 처음 읽는 시간이다. 다 같이 읽고, 다 같이 이해하고, 그제서야 질문을 시작하면 30분짜리 회의가 60분이 된다. 가급적 회의 전, 회의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프리리드를 공유한다. 거창할 필요 없다. 배경과 목적 및 목표, 핵심 데이터와 주요 액션에 대한 선택지 2~3안 정도면 충분하다. 이 정도만 있어도 회의는 이해가 아닌 선택으로 간다.
나는 회의를 진행할 때 흐름도 고정해두는 편이다. 짧고 날카롭게. 시작 2분은 목적과 산출물을 다시 읽는다. “오늘 회의 끝나면 이게 남아야 합니다.” 그 다음 5분은 컨텍스트를 최소만 공유한다. 지표 3개 정도, 왜 지금 이 얘기를 해야 하는지. 그리고 10~13분 정도는 옵션을 비교한다. A안, B안, C안. 옵션은 많아질수록 피곤하다. 사람은 선택지가 많으면 결정을 미룬다. 마지막 5분은 결정 선언이다. “우리는 A안으로 간다.” 결정을 문장으로 말하면 깔끔하다. 그 다음 5분은 액션을 정한다. 담당자, 기한, 산출물. 여기까지 해놓으면 회의는 끝나고도 계속 일한다.
협업을 덜 지치게 만드는 핵심은 한 가지다. 회의는 이야기를 하는 자리가 아니라 조직이 움직이게 하는 장치다. 그러려면 질문도 바뀌어야 한다. “의견 주세요” 대신 “A/B 중 뭐가 더 맞나요? 그렇게 생각하는 핵심 근거는 무엇인가요?”
질문이 좁아지면 답이 날카로워지고, 답이 날카로워지면 결론이 빨라진다. 결론이 빨라지면 사람은 덜 지친다. 회의가 길어서 피곤한 게 아니라, 끝이 안 보일 때 피곤한 거니까.
협업 미팅이 덜 지친다는 건, 일이 쉬워진다는 뜻이 아니다. 같은 난이도의 일을, 덜 닳는 방식으로 해내게 된다는 뜻이다.
우리는 같은 시간으로
더 많은 결론을 만들 수 있다.
회의가 덜 지치는 운영 팁 6개
- 회의 끝 3분은 무조건 ‘정리 타임’: 결정/액션만 다시 읽고 종료하기
- 주관식 대신 '선택+근거 구조'로 답변이 나올 수 있는 질문하기
- 논쟁이 길어지면 결정 기준(예: 일정/리스크/임팩트)부터 합의하기
- 사람을 설득하려 하지 말고 기준에 얼라인시키기
- 오늘 못 정하면 → 다음 액션을 정하고 종료(결정 미루더라도 회의는 성공)
- 반복 회의는 고정 템플릿으로 루틴화(매번 새로 설계하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