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를 위한 번아웃 방지 업무 설계 및 에너지 관리법

14화 - 군고구마

by 해담
외부 평가 대신 나다움을 선택하기까지,
고민 많은 9년 차 마케터의 솔직한 회고.

여전히 일은 어렵고 매 순간 헷갈립니다.
정답은 없으니 그저 기록합니다.

고구마는 비교와 불안 속에서 자라나
나다움과 온기로 천천히 익어가는 중입니다.

오늘도 나답게 살고 싶은 당신에게 전합니다.
"그러니, 고구마 사세요"



마케터로 일하다 보면 내 에너지까지 포함해서 일 구조를 다시 설계하고 싶어진다.


캠페인과 마감 사이에서 뛰고, 슬랙과 카톡, 메일 등의 채널이 동시에 울린다. 숫자와 사람 사이에서 머리가 하얘지는 날이 반복되면 체력이나 멘탈 문제가 아니다.



번아웃은 보통 구조가 엉켰다는 신호다. 우선순위가 계속 뒤섞이고, 회의와 급한 요청이 하루를 다 잠식하고, 내가 컨트롤하는 일보다 끌려 다니는 일이 많아질수록 에너지는 빠르게 고갈된다. 이때 필요한 건 일과 에너지, 사람을 다시 설계하는 것이다.


내 에너지가 어디서 새는지 보는 것부터 시작이다. 일주일 정도 캘린더를 보면서 각 일을 에너지 플러스, 제로, 마이너스로 태깅해 보는 방식이다. 끝나고 나면 뿌듯하고 머리가 맑아지는 일은 플러스, 그냥 해야 하는 운영성 업무는 제로, 하고 나면 이유 없이 짜증 나고 탈진하는 일은 마이너스로 구분해 본다. 이렇게만 정리해도 ‘나는 오전 회의가 많으면 하루가 무너지는구나’, ‘갑툭튀 요청이 많을수록 번아웃 감정이 올라오는구나’ 같은 패턴이 드러난다. 이게 나만의 에너지 재무제표다.


에너지의 흐름이 보이기 시작하면, 그다음은 업무 구조를 바꾸는 일이다. 주 단위, 하루 단위, 세션 단위로 나눠서 설계하면 조금 덜 휘둘린다. 일주일의 시작에는 이번 주 꼭 개선하고 싶은 지표 한두 개만 정한다. 신규 첫 구매 전환율이든, 온보딩 완료율이든, 그 목표에 직접 연결된 일을 핵심 생산 업무로 묶는다. 나머지는 조율/커뮤니케이션, 유지/운영으로 라벨링 하는 것이다.


하루 단위로는 “오늘 반드시 끝낼 세 가지”를 정리하는 게 도움이 된다. 슬랙 답변이나 자잘한 업무는 포함되지 않는다. 주간 지표와 연결된 진짜 일을 적어야 한다. 예를 들면 ‘신규 온보딩 푸시 메시지 플로우 1차안 완성’ 같은 것들이다. 여기에 하나 더. 내 에너지를 지키는 작은 루틴을 적어본다. 이 때는 점심 먹고 10분 산책, 오후에 5분 스트레칭 정도면 충분하다.



마케터 특성상 실험과 아이디어가 많다 보니 과부하가 오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실험도 그릇 수를 제한하는 게 필요하다. 머릿속에 이것저것 를 그대로 담고 있으면 실제로는 아무것도 끝까지 못 가져가고, 체력과 집중력만 새나간다. 실험에도 수용량이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게 번아웃을 늦추는 데 꽤 큰 역할을 한다.


캠페인 회고를 할 때 숫자만 보는 습관도 조금 바꿔볼 수 있다. ROAS, CTR, CVR, 리텐션을 보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여기에 두 줄을 더 넣는 거다. 이번 캠페인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순간은 언제였는지, 다시 한다면 어디까지는 꼭 지키고 싶은 나의 기준은 무엇인지. 감정도 하나의 데이터로 취급하면 번아웃이 조금 덜 낯설어진다.


마지막으로 회복도 설계가 필요하다. 보통은 일이 쌓여서 힘들어질 때만 휴가를 생각하지만, 사실은 일상 속에 작은 회복 루틴을 깔아 두는 게 더 효과적이다. 점심 이후 10분 산책, 오후 네 시에 따뜻한 차 한잔과 간단한 간식, 퇴근 전 5분짜리 오늘의 기록 같은 것들이다. 오늘 잘한 한 가지와 내일로 넘길 한 가지만 적고 하루를 닫는 습관이 생기면 머릿속이 조금 덜 어수선하다. 주중에 미리미리 회복해 두어야 주말에 완전히 쓰러지는 패턴에서 조금씩 빠져나올 수 있다.



결국 마케터에게 번아웃 방지 업무 설계가 필요한 이유는 단순하다. 이 일은 끝이 명확하지 않고, 해야 할 일은 계속 늘어나고, 결과는 늘 조금 더 잘할 수 있었을 것 같은 아쉬움을 남긴다. 그래서 더더욱 일과 에너지에 적당한 벽을 세우는 설계가 필요하다.


내 에너지 패턴을 알고, 일의 층위를 나누고, 실험의 개수를 제한하고, 회의와 알림에 기준을 만들고, 회복까지 포함해서 구조화하는 것.


번아웃은 언제 가야 할지 알 수 없는 고장 난 노란색 신호등이 아닌 지금 구조를 다시 짤 타이밍을 알려주는 빨간불과 초록불 사이에 잠깐 켜진 노란불에 조금 가까워진다.


번아웃을 막으려면 멘탈을 다그치는 대신 일과 에너지를 같이 설계하는 업무 구조가 필요하다.


마케터로 오래, 꾸준히,
나답게 일하기 위해서

오늘의 데이터.
당신이라는 브랜드와 클라이언트를 위한 맞춤 전략안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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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수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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