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에서 팀 리더로의 롤체인지, 질문과 구조 설계법

16화 - 군고구마

by 해담
외부 평가 대신 나다움을 선택하기까지,
고민 많은 9년 차 마케터의 솔직한 회고.

여전히 일은 어렵고 매 순간 헷갈립니다.
정답은 없으니 그저 기록합니다.

고구마는 비교와 불안 속에서 자라나
나다움과 온기로 천천히 익어가는 중입니다.

오늘도 나답게 살고 싶은 당신에게 전합니다.
"그러니, 고구마 사세요"



롤이 바뀌면 일을 잘하던 방식이 그대로 통하지 않는 순간이 온다.


플레이어로서의 강점이 리더로서 병목이 되기도 한다. 롤 체인지는 승진 이벤트보다는 스킬 리셋 작업에 가깝다. 이 전환기에 더 열심히 해서는 안된다. 내려놓을 것과 새로 세팅할 것을 점검하는 일이 필요하다.



먼저 성과의 정의를 다시 잡는다. 플레이어 시절 성과는 내 결과물이다. 리더의 성과는 팀이 계속 만들어내는 결과다. 그래서 첫 질문은 이번 분기의 KPI다. 퍼포먼스 팀이라면 ROAS만 말하지 않는다. 신규 유입 볼륨, 전환율, CAC, LTV, 리텐션 중 최우선 하나를 정하고, 나머지는 보조 지표로 둔다. 우선순위가 없으면 팀원은 각자 다른 방향으로 뛰고 결과는 분산된다. KPI는 숫자에서 끝나지 않는다. 실행 언어로 번역한다. “CAC 15% 개선”이라면 예산 이동 기준, 끊을 소재 기준, 랜딩 메시지 검증 주기 같은 행동으로 내려간다.


다음은 업무 분배를 바꾼다. 플레이어는 문제를 보면 손이 먼저 나간다. 리더는 기준과 형태를 먼저 만든다. 초반에 흔한 실수는 “내가 하면 빨라서”라는 이유로 핵심 일을 계속 가져오는 것이다. 팀은 조용해지고 리더는 과로한다. 이를 끊으려면 내가 하는 일 중 위임 가능한 항목을 먼저 뽑는다. 예를 들어 주간 리포트를 내가 만들고 있다면 템플릿부터 만든다. 숫자만 적는 문서가 아니라 해석 구조가 있는 문서로 만든다. “Top 3 성과 요인, Worst 3 원인, 다음 주 실험 2개, 필요한 지원 1개” 같은 칸이 있으면 담당이 바뀌어도 품질이 유지된다. 리더는 일을 대신하기보다 일이 나오는 형태를 설계한다.


커뮤니케이션도 리셋한다. 플레이어는 정답을 말하면 된다. 리더는 질문을 설계한다. 탓하는 방식은 방어를 만든다. 업무를 구체적으로 분석하여 탐색을 만든다. 실무에서 바로 쓰는 질문은 이런 것들이다. “기준을 숫자로 말해주세요.” “결정을 미루면 생기는 비용이 뭐죠.” “리소스가 반이라면 무엇을 가장 먼저 버려야 할까요.” 질문이 기준을 만들고 기준이 속도를 만든다.


의사결정 방식도 바꾼다. 리더는 무엇보다 “누가 결정하는지”를 먼저 정한다. 승인자, 실행 오너, 자문자, 공유 대상을 정리한다. 이 경계가 없으면 회의가 늘고 결론이 늦어지고 감정만 남는다. 예를 들어 온보딩 메시지 문구 수정은 오너가 실험 범위에서 빠르게 결정한다. 가격 정책 변경은 대표나 재무와 결이 맞아야 한다. 사안마다 결정권을 명확히 하면 자율이 생긴다.


피드백은 잘함/못함보다는 다음 행동에 맞춘다. 성과가 낮을 때 이미 나온 결과에 대해 책망하기보다는 타깃 가정이 뭐였고 다음엔 어떤 가설로 바꿀지에 대한 구체적인 피드백과 액션 플랜으로 간다. 판단과 정보, 우선순위 중 어디에서 막혔는지를 먼저 쪼갠다. 리더의 피드백은 말솜씨보다 문제를 분해하는 능력에서 나온다.


마지막으로 문서화를 최소한으로 고정한다. 매뉴얼은 만드는 것이다. 말은 빠르지만 휘발된다. 결정 로그와 실험 로그만 있어도 팀의 소모가 줄어든다. “이번 달 리텐션 개선을 위해 푸시 빈도를 늘린다”처럼 문장으로 남기고 근거 지표와 담당자, 기한을 붙인다. 나중에 결과가 흔들려도 왜 이 결정을 했는지 남아 있으면 불필요한 논쟁이 줄어든다.



롤 체인지는 스킬을 더 쌓는 일이 아니다. 스킬의 배치를 바꾸는 일이다. 리셋이 필요한 건 결국 내가 하던 일을 덜어내고, 기준과 질문과 구조를 올려놓는 일이다.


플레이어로서의 능력은 사라지지 않는다.
팀의 성과로 확장될 뿐.

오늘의 데이터.
당신은 팀을 위한 롤체인저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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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수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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