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잘한다는 것_일상/직장에서 부드럽고 선명하게.

17화 - 삶은고구마

by 해담
외부 평가 대신 나다움을 선택하기까지,
고민 많은 9년 차 마케터의 솔직한 회고.

여전히 일은 어렵고 매 순간 헷갈립니다.
정답은 없으니 그저 기록합니다.

고구마는 비교와 불안 속에서 자라나
나다움과 온기로 천천히 익어가는 중입니다.

오늘도 나답게 살고 싶은 당신에게 전합니다.
"그러니, 고구마 사세요"



직장이나 일상에서 '말을 잘한다'는 건 뭘까?


대체로 말을 멋지게 하는 사람도 그렇지만, 나에겐 사람들이 불편해지지 않게, 일이 꼬이지 않게, 내 마음이 덜 소모되게 말하는 사람에 가깝다.


처음엔 말투와 태도는 타고나는 성격처럼 보였다. 누구는 부드럽고, 누구는 날카롭고, 누구는 애초에 말을 잘한다. 나도 그렇게 믿었다. 실제로는 반복해서 훈련할 수 있는 기술에 가깝지만, 이 기술을 연마하기란 참 쉽지 않다. 말은 순간에 튀어나오고, 순간은 대개 내가 피곤하거나 급할 때 찾아오니까.


나는 말보단 글이 편하고, 단순하기보단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말을 꺼낼 때 종종 머릿속이 먼저 복잡해진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그 말을 어떻게 꺼내야 덜 다치고 덜 꼬일지 동시에 고민하게 된다.


다행히도 말을 잘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 중 내가 원래 가지고 있던 기술이 하나 있었다. 말의 ‘온도’다. 나는 누군가의 표정이 굳는 순간을 비교적 빨리 알아차리는 편이다. 대화의 공기가 바뀌는 타이밍도, 상대가 방어적으로 변하는 지점도. 그러다 보니 말 자체보다 온도를 먼저 보게 됐다.


오늘은 말투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말투는 내 의도를 더 정확히 전달하는 도구다. 말투가 좋으면 오해가 줄고, 불필요한 감정 소모가 줄고, 내가 말 한마디를 곱씹는 시간이 줄어든다.


결국 말투는 상대를 위한 배려처럼 보이지만, 실은 내 삶을 덜 닳게 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우선 같은 문장도 온도가 다르면 다르게 들린다.

“확인해 주세요”는 지시처럼 들릴 수 있고, “확인 부탁드려요”는 협업처럼 들린다. 둘 다 같은 요청인데도 사람의 몸이 반응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말을 할 때 내용보다 온도를 먼저 점검하려 한다. 급하더라도 차갑게 내뱉지 않기, 친절하더라도 흐리게 말하지 않기. 이 두 가지가 기본값이 되면 웬만한 갈등은 커지지 않는다.


말투를 안정적으로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은 문장을 세 부분으로 나누는 것이다.

상황 → 요청 → 기한


이 세 가지가 있으면 상대도 덜 지치고 나도 덜 불안하다. 예를 들어 “이거 언제까지 돼요?”보다 “지금 OO 일정 때문에 확인이 필요해요. 오늘 4시까지 가능할까요?”가 훨씬 부드럽고 선명하다. 사람은 모호한 요청에서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모호하면 서로 추측해야 하고, 추측은 오해로 이어진다. 말이 친절한데도 일이 꼬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하나는 실수나 잘못한 상황에서의 순서다. 실수했을 때 대부분은 먼저 설명을 한다. “제가 그게 아니라…” 같은 말로 시작한다. 그런데 상대가 듣고 싶은 건 설명보다는 안정감일 때가 많다. 다음과 같이 순서를 바꿔보자.

사과 → 현상 → 다음 행동


예를 들면 “늦어서 죄송합니다. 지금 수정본 반영 중이고, 3시까지 최종본 공유드릴게요.” 이런 문장은 감정을 진정시키고, 대화를 다음으로 보낸다. 반대로 “제가 어제 일이 있어서…”로 시작하면 말이 길어지고, 길어진 말은 변명처럼 들린다. 의도와 무관하게.



일상에서도 마찬가지다. 내 상황과 컨디션에 따라 말투가 부딪히는 순간이 잦다. 피곤할 때, 배고플 때, 시간에 쫓길 때, 우리는 말로 속도를 낸다. 그 속도는 곧 날이 된다. 일상에서는 상대에게서 나로, 긴 문장에서 짧은 호흡으로 만드는 게 도움이 된다.

“왜 이렇게 했어?” 대신 “이 부분이 좀 어려웠어.”

“너는 항상 그래” 대신 “오늘은 내가 조금 예민해.”


이렇게 말하면 책임이 상대에게 덜 쏠린다. 누가 옳은가로 접근하면 대개 양쪽 모두 상처받기 쉽다. 누가 덜 다치게 말하는가에서 관계의 틈은 부서지느냐, 붙느냐로 갈린다.



내 말이 상대를 움직이게 하는가, 상처 주게 하는가.


기준을 세워보자.

직장에서는 일이 움직이는 쪽으로,

일상에서는 마음이 닳지 않는 쪽으로.


내가 덜 지치고, 상대도 덜 지치게 말하는 방식이 오래 간다.


직장과 일상, 두 세계는
달라 보여도 결국 같다


오늘의 데이터.
내가 하는 말의 온도는 몇 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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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수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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