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종료에서 마케터가 해야 할 일은 무사히 끝내기

20화 - 군고구마

by 해담
외부 평가 대신 나다움을 선택하기까지,
고민 많은 9년 차 마케터의 솔직한 회고.

여전히 일은 어렵고 매 순간 헷갈립니다.
정답은 없으니 그저 기록합니다.

고구마는 비교와 불안 속에서 자라나
나다움과 온기로 천천히 익어가는 중입니다.

오늘도 나답게 살고 싶은 당신에게 전합니다.
"그러니, 고구마 사세요"



서비스가 종료되었을 때,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었다.


서비스를 사용하던 유저들에게 안정적인 마무리와 인사를 건네는 일이다. 시작을 설계하는 일만큼 끝을 설계하는 일도 누군가는 해야 했다.



모수가 큰 서비스가 아니었기에 오히려 사용자들과의 거리가 가까웠다. 고객센터로 들어오는 문의의 말투도, 리뷰에서 느껴지는 감정도 선명했다. 애정이 있는 사용자들이었다. 나는 그들에게 조금 더 사람다운 인사를 하고 싶었다. 다만 이름이 알려진 기업에서 제공하던 서비스였다. 트러블 없이 최대한 안정적으로 종료하는 것. 그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종료 공지에서 한 문장만 잘못 쓰면 위로하려던 말이 책임 회피로 들릴 수 있다. 한 단어만 과하면 약속처럼 읽히고 문제로 돌아온다. 선택지는 명확했다. 최대한 담백하고 깔끔하게 마무리하기.


그럼에도 이 결정의 주체와 그 이후의 책임은 모회사에 있었다. 탑다운 방식의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나는 그 안에서 최소한의 역할을 맡았다. 그게 현실이었다. 위에서 전달받은 공지 문구를 팝업 메시지, 안내 페이지 형태에 맞춰 빠르게 기획했고, CTO, 개발자, 디자이너와 협업을 통해 세팅했다. 무엇이 언제까지 가능한지를 중심으로 기능과 일정, 문의 경로를 정리했다. 사용자 입장에서 필요한 정보만 남기고 애매한 표현은 최대한 덜어냈다. 그렇게 마무리 공지가 올라갔고,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끝이었다.


그 과정에서 아쉬움도 남는다. 내부 커뮤니케이션은 더 투명했어야 했다. 의사소통 경로는 더 일원화되어야 했다. 급해질수록 사람을 챙기는 데만 몰두하고, 기준을 함께 맞추는 데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무엇보다 종료라는 큰 결정을 앞에 두고도 각자 따로 움직이는 순간들이 있었다.


종료 이후에 또 다른 일을 했다. 내가 만든 캠페인, CRM 플로우, 대시보드, 실험 로그, 의사결정 기록을 정리했다. 숫자만 남기면 공허해진다. 대신 문장을 남긴다. 어떤 문제를 정의했고, 어떤 가설로 실험했고, 어떤 학습을 얻었는지. 정리하지 않은 학습은 내 커리어에서 희미해져 간다.



결국 종료·전환기 마케터의 역할은 단순하다.

사람들의 불안을 최소화하고, 조직의 소모를 줄이고, 배운 것을 남기는 것.

오히려 아무 일도 없었다는 사실이 성과가 된다.


만약 다시 비슷한 상황을 마주한다면, 그때는 내부적으로 더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을 만들고 싶다. 의사결정 과정과 공지 경로를 일찍부터 한 줄로 세워두고, 사람들에게도 기분 좋은 마무리를 남기고 싶다. 서비스가 사라져도 마지막 경험만큼은 남는다. 그 마지막 경험이 사용자들이 들고 나가는 서비스의 기억이 된다.


서비스를 사랑해준 유저들에게 내가 줄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는, 바로 그 기억을 조심스럽게 정리해주는 일일 테니까.


무사히 끝내는 것이
또 다른 시작일 것이다.

오늘의 데이터.
무언가를 마무리해야 할 상황에서 당신은 어떤 마음과 기준으로 정리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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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수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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