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시선, 아빠의 시간
아빠라는 이름 아래 걸어온 시간과 사랑의 무게,
그의 삶에서 배운 가르침과 아이가 내딛는 발걸음.
작은 나무로 자란 딸이, 이제는 그의 그늘을 이어가고자 한다.
가장 위대한 이름 '아빠'에게 바치는 마지막 고백이다.
어느덧 나는, 아빠가 나를 낳으셨던 나이에 닿았다. 지금의 나와, 그때의 아빠. 우리를 나타내는 단어들은 닮은 듯 다르다.
아빠는 담윤(필명, 아빠 자신), 아들, 남편, 아빠, 가장, 쌀가게 사장이자 동네를 지키는 통장님.
나는 해담(필명, 나 자신), 딸, 연인, 마케팅팀 과장.
기간만 두고 보면 같은 시간을 살아왔지만, 아빠와 난 너무도 다른 무게를 짊어지고 있다. 물론, 우리를 둘러싼 환경과 상황은 다르다. 그때는 당연하다 여겼던 것들이 지금은 난제처럼 어렵고, 지금은 가능한 일들이 그때는 쉽게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모든 변수를 넘어, 계산되지 않는 하나가 있다.
바로, 아빠의 사랑.
어린 시절, 시장 한가운데의 아빠 모습은 나의 배경이었다. 묵묵히 쌀포대를 나르고, 먼지를 뒤집어쓰며, 비바람 속에서도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던 그의 모습. 어린 나에게 그것은 그저 일상이었다.
지금에서야 알게 됐다. 아빠의 하루는 가족을 위한 사랑으로 채워졌고, 그 무게는 단순한 생계를 넘어 우리를 지탱하는 기둥이었다는 것을. 그 풍경이 얼마나 묵직하고도 고단했는지, 그 안에 담긴 사랑이 얼마나 컸는지, 내 몫의 삶을 짊어질 나이가 되어서야 깨닫는 중이다.
난 여전히 나약한 아이다. 쉽게 부서질 듯 불안하고, 작은 상처에도 아파한다. 그럴 때마다 아빠를 떠올린다. 그는 늘 유연하면서도 단단했고, 그 단단함은 나에게 희망이 되었다. 내가 세상의 물살에 흔들리는 난파선처럼 위태로울 때, 그의 삶의 태도는 나를 붙잡아주는 닻이 된다.
그 때의 아빠에게 많은 걸 배웠지만 지금의 아빠도 여전히 내게 많은 가르침을 전하신다.
우선, 아빠가 쌀가게를 닫으신 지 10여년이 흘렀다. 부지런한 아빠는 여전히 쉼없이 움직이시며 계속 배우고, 성장 중이시다. 엄마와 함께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셨고, 작은 부동산을 열어 새로운 길을 걷고 계신다.
그는 매일 책을 읽고, 아침마다 운동하며, 하루하루 새로운 것들을 배우며 자신을 채워가고 있다. 그 모습은 나에게 감탄과 존경을 안긴다. 가끔은 그런 아빠가 귀엽고, 부모가 아이를 바라볼 때 느끼는 감정처럼 기특한 마음까지도 든다. 그의 열정과 꾸준함을 보며 또 하나의 깨달음을 얻는다. 청춘은 나이가 아니라 태도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또, 아빠는 자신의 삶을 위해서만 살지 않으셨다. 통장직을 내려놓고 쌀가게를 닫으신 지금도 그는 여전히 주변을 위해 선한 영향력을 나누고 계신다.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남몰래 선행을 이어가시고, 물품과 경제적 지원을 통해 따뜻한 손길을 전하고 계신다. 크고, 작은 마음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온기를 전하는 그 모습은 말보다 강한 메시지를 전한다.
나는 아직 부족하고 때로는 서툴지만, 아빠를 따라 나만의 방식으로 따뜻함을 나누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속에는 아빠가 가르쳐주신 삶의 지혜와 사랑이 담겨 있다. 그런 아빠의 딸이라는 사실, 그의 삶을 곁에서 배우고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아빠는 나에게 배우는 법을 가르쳐 주셨다. 묵묵히 살아가는 힘을 보여주셨고,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증명되는 것임을 알려주셨다. 그가 내게 남겨 준 이 가르침을 언젠가는 나도 내 아이에게 전하고 싶다. 아빠처럼, 사랑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부모가 되고 싶다.
아빠의 어깨는 점점 더 좁아지고, 손끝의 힘은 서서히 약해지고 있다. 하지만 작아진 그 어깨로, 아빠는 여전히 나를 감싸고 계신다. 가장 큰 사랑으로, 누구보다 깊은 마음으로 나를 지켜보신다.
어린 시절, 아빠는 내게 그늘 아래에서 쉬고 의지할 수 있는 커다란 나무였다. 이제는 나도 그 나무 아래에서 자라난 작은 나무가 되고 싶다. 뿌리는 다르지만, 같은 방향으로 그늘을 드리우며, 누군가를 지탱할 수 있는 그런 작은 쉼터같은 존재.
아빠는 나의 스승이자 동반자다. 그리고 내게 가장 중요한 이야기의 일부다. 내가 누구인지, 어떤 길을 걸어가야 하는지, 그 모든 답은 아빠라는 이름 속에 담겨 있다.
그가 보여준 인생의 고난을 견디는 방법, 사람을 대하는 따뜻한 태도, 그리고 사랑을 행동으로 증명하는 모습은 나에게 가장 빛나는 등불이 되어 내 길을 비추고 있다.
앞으로도 나는 그의 빛을 따라, 그가 걸어온 길의 연장선 위에서 함께 걸어갈 것이다. 때로는 그의 뒤를 따라 걷고, 때로는 그의 옆에서 발맞추며, 그리고 필요하다면 앞서 나아가며 그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고 싶다.
아빠가 늘 하셨던 말씀,
“우리 딸이 원하면 해줘야지”
이제는 내가 말할 차례다.
“우리 아빠가 원하시면, 다 해드려야죠!”
신체적으로 작아져 가는 아빠지만, 그의 그림자는 여전히 내게 가장 크고 넓다.
앞으로도 평생 그러할 것이고.
다음주, 아빠에게 전하고 싶은 편지로 [아이의 시선, 아빠의 시간]을 마무리하려 한다. 이 고백의 아름다운 마침표가 되기를 바라며.
이 세상에서 제일 묵직하고 위대한,
나의 아빠, 나의 영웅.
존경하는 담윤님께 이 글을 바칩니다.
아빠라는 이름은 늘 무거웠습니다.
그 무게를 가늠하지 못했던 어린 날부터, 조금씩 그를 이해하게 된 지금까지.
위로만 느껴지던 아빠의 존재는 어느새 곁으로 다가와 내 안에 스며들었습니다.
시장 한가운데 쌀가게에서 시작된 아빠의 삶.
딸의 시선으로 바라본 그의 시간 속에서 발견한 사랑과 희생, 그를 통해 배운 것들.
그리고 전하고 싶은 아이의 고백.
이 이야기는 아빠와 나, 그 사이의 시간과 사랑의 기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