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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티지 그라시아 Oct 13. 2023

고통이 따르는 결핍에서 사명이  되기까지...

다꾸를 접한 이후에 나는  살아가면서 상상하지 못했던 과분한 선물들받았다.



인생이 이렇게 흘러갈 수도 있구나 싶었다.  현실이 될 수 있다  생각하고 소망하는 시간이 생길수록  꿈을 꾸는 시간도 길어졌다. 꿈이  이루어질 확률 역시  높아만 갔다.




 다꾸에 몰입하면 할수록  내면아이를 만나는 횟수가 잦았다. 내 마음 깊은 곳에서 그토록 울고 있던 어린아이를 만나 다독거려 줄 수 있었다. 함께 울고 웃다 보면 어느새 콜라주 작품이 나오는 건 덤이었다. 몸이 아파 우울한 감정을 없애려고 했던 것인데 어느새 나는 내면까지 치유받았다.



내가 알지 못했던 나도 만났다. 한 번도 미술을 배워본 적 없었기에 나 역시도 신기했다. 콩 하나도 반쪽씩 나눠먹고 싶은 심정이었다. 다꾸를 통한 내면 치유를 사람들에게 전파하고 싶었다. 다꾸라는 장르를 자세히 알리고 싶었다. 수렁에서 건진 나의 취미생활. 내면 자아를 보듬어주고 나를 성숙하게 해 준 다꾸. 모두가 다꾸로 행복해지는 삶을 살길 원했다. 다꾸 전도사가 되어야지 생각했다. 최소한 다꾸라는 게 무엇인지 알게 해주고 싶었다. 소수만 즐길 수 있다는 게 아니라는 걸 일깨워주고 싶었다. 어렵지 않고 거창한 게 아니라 일상에서도 쓰일 수 있다는 걸 경험시켜주고 싶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거라고... 경험하는 걸 돕고 싶었다. 내 말에 호응을 한다 해도 여전히 실천하려 들진 않았다. 안타까웠다. 그러나 난 조급해하지 않았다. 내가 그랬듯 모든 일에는 타이밍이라는 게 있다는 걸 알기에...








    초등학교 4학년 때  자서전을 쓰는 시간이 있었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내 인생에 대해 글을 써야지 다짐했다. 그때부터  꿈꾸기 시작했다. 죽기 전에  반드시 내 이름 석자 새겨진 책을 출판하겠노라. 그러나 책은 무슨 업적이 있고 유명한 사람만이 쓸 수 있다는 편견에 사로 잡혀 있었다. 나처럼 평범한 사람이 책은 아직이야 하며... 그건 언제나 미래의 어느 날 일 뿐이라고만 치부했다.







    작품을 sns 게시물로 올릴 때마다 글을 썼다. 작품의 개수가 늘어날수록 글을  쓰는 횟수도 늘었다. 그렇게 작업했던 작품들과 글은 소중한 초고가 되어주었다. 책을 쓴다는 건 글만 쓰는 게 아니었다.  관점이 달라지면서 세상과 맞서는 것이었다. 쉽지 않은 도전은 눈물과 좌절, 활력과 희망을 번갈아 주었다.  극복하고 싶고 성취해내고 싶었다.  쟁취하고 싶은 마음이 커질수록 갈피를 못 잡았다.  나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생각한 만큼만 적었다.  신기하게 부정적인 잡념은 사라졌다. 해내기 위해 머리를 굴리고 생각을 정리했다. 어느새  그 여정을 즐기는 나를 발견했다. 내 삶의 흩어진 조각들을 모으고 결합하는 과정에서 내가 몰랐던 또 다른 나를 만났다. 흩어져 있던 점들은 어느새 선이 되고 면이 되어 갔다. 나는 결국 다꾸 책을 출판했다. 나의 작품과 그에 관한 에세이 그리고 다꾸를 하기 위한 방법과 재료들로 구성된 책. 온라인 저자 출판회까지 모든 것이 성공적이었다.






   그 해 여름 급작스럽게 아버지를 하늘나라로 보내드렸다. 엄마가 돌아가신 지 딱 삼십 년 만의 일이다. 그런데 우연히 잡은 전시회 날짜는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이었다. 엄마가 돌아가셔도 아버지와 함께 챙기고 했던 우리들만의 특별한 그날. 내 전시회는 나 혼자 하는 게 아니었다. 하늘나라에서 막내딸을 흐뭇하게 보고 계실 부모님과 내가 콜라보하는 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이미 출판되었고 작품도 있지만 전시회를 기획하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전시회를 하기까지도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하루도 그냥 지나가는 날은 결코 없었다.   전시회를 하겠다고 올 초에 공표를 하고 여름에 장소 섭외를 했지만  그저 꿈만 같았다.
그러나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연했다. 사실 미술전공이 아니었고 또 이런 걸 기획해 본 경험이 없는 내게 개인전은 사실 가당치도 않는 현실이었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실마리를  찾기 위해 골머리를 앓았다. 굴에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했다.  도망가고 싶었다.  



 




살아왔던 모든 순간들을 회상했다. 늘 궁금했었다. 내가 갖게 된 이런  능력이  어디서 올 수 있었던 것일까? 엄마는 어린 우리들을 위해 달력 뒷면에  학습지를 만들어 주셨다. 늘 무언가 꼼지락 거리는 시간을 제공했다. 집에는 늘 음악소리가 흘렀고 밤이 되면 함께 가곡을 불렀던 저녁  시간. 자연과 하나 되어 오감을 충분히 활용했던 유년시절은 엄마 학교의 놀이시간이었다.  지속적으로 감정을 뱉어내며 기록했던 나의 보물 다이어리와 일기장도 한몫했다. 사물을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해 줬던 딸들의 홈스쿨링 그리고 내 안의 찌꺼기를 쏟아내며 내면 치유를 받았던 낭독과 필사. 그 모든 것들이 빈티지와 미술과의 새로운 만남으로 승화되어 빈티지 다꾸라는 장르로 내게 왔던 것이다.  



나는 실마리를 찾았다.  부모님께서 만들어주신 환경이 없었다면 지금의 재능도 없었으리라. 결국 스토리가 있는 다꾸 전시회가 되었다.  빈티지 다꾸라는 꼴라쥬 아트를 할 수 있게 되었던 배경들을 하나하나씩  풀어냈다. 관람객들에게 쉽게 이해될 수 있도록 내가 작업했던 작품들 뿐만 아니라 빈티지 그라시아가 탄생하게 된 나의 삶 자체를 공개했다.






작품을 벽에만 걸어야 한다는 오랜 고정관념을 깨고 나니 그저 막막하기만 했던 어둠이 걷히는 듯했다. 고민하는 시간들이 길어질수록 아이디어들은 하나둘씩 생겨났다. 조금씩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하니  한 스텝씩 나아갈 수 있었다. 혼자 취미로 다꾸를 할 때보다 대중에게 선보인다니 작품을 대할 때도 좀 더 책임감 있게 임하게 되었다. 평소보다 더 다양하게 시도해 보는 실험정신이 강해져 이것저것 많은 재료들을 융합하기도 했다.



거의 모든 것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막바지엔 시애틀에 내린 눈으로 날짜를 옮겨야 할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며 노심초사했다. 그러나 나는 그저 기도만 할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다행히 전시회 날에는 해가 떠주었고  감사히도 서서히 녹아주었다.





처음 계획과는 많이 달라진 전시였다. 엄마가 돌아가신 지 30년, 아빠가 돌아가신 첫 해, 부모님의 결혼기념일 그리고 평범했던 주부에서 자아를 찾는 개체가 되었다. 이제는 아티스트이고 작가가 되어 전시까지도 하는 사람이 된 것이다. 하늘에 계신 두 분을 추모하면서 나에게 다꾸가 생겨나기까지의  긴 여정들을 스토리로 풀어낼 수 있어서 참 뜻깊었다. 이런 전시회를 통해 다꾸를 알릴 수 있어 너무 감사했다. 내년엔 다꾸가 또 어떻게 변하게 될지 사뭇 기대도 된다.






굿즈와 책에서 수익금이 나왔다.  미약하긴 했지만  그 수입을 한국학교와 종교단체에 기부하며 사회에 환원했다. 감회가 새로웠다. 내 아픔이 취미가 되고 특기가 되어 나를 브랜딩 해 주었다.  감사한 재능의 발견이었다.



시애틀에서 하는 첫 다꾸 전시회 아직은 소소하고 미약하지만 꿈으로 향해 나아가고 있는 이 현실이 마냥 신기하고 즐겁다. 나 혼자 기획하고 홍보하고 전시해 보고 나니 일인기업의 어려움과 그래서 전문가가 필요하구나를 절실히 느끼게 된 계기도 되었다. 이를 통해 어떻게 보완할지 고민해 봐야겠다.



 



  전시회 이후 생각지도 못한 클래스가 개설되었다. 혼자만 작업했지 누굴 가르치는 건 처음이라 교안을 짜고 재료를 준비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이것 또한 새로운 지평을 넓히는 거라 생각하니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불과 얼마 전까지 아픈 눈으로 인해 시간 때우기처럼 시작한  다꾸였는데 이젠 감사하게도 내게 수입까지  안겨준다. 수강생들은 보기엔 별것 아닌 것처럼 쉬워 보였는데 해보니 만만치 않다면서 그 노고를 인정해 주었다. 오래간만에 손과 머리를 많이 사용했다며 즐거워하기도 다. 즐기는 그 시간이 힐링이라며 기뻐했다. 내가 어른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의도를 이미  느끼고 계셨다. 뿌듯했다. 다꾸는 모든 재료들의 조화와 융합의 합이다. 내가 그러했듯 다꾸를 통해 도전과 융합이 전달되길 바랄 뿐이다.



   꿈꾸었기에 받을 수 있었던 선물. 이제 그것을 나누고 싶고 함께하고 싶다. 다꾸 커뮤니티가 꿈꿀 수 있고 쉼이 되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어른들이 맘 편히 놀다가 수 있는 놀이터가 되었으면 좋겠다. 어른들의 치유공간이 되는 그날까지 작업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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