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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삐꼬 Feb 26. 2023

게으른 욕심쟁이가 농촌 유학 준비하는 법

P인 나에게 지금 필요한 건 마지막 1%까지의 J

퇴사를 하고 본격적으로 농촌 유학 준비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계획적인 사람으로 보지만,  전형적인 P(MBTI)입니다. 농촌 유학을 결심한 것도 P답게 결심했. 계획을 짜긴 하지만 통성 있으며, 계획이 있다는 것에 충분히 만족할 줄 아는, 정말 실천에 관해서는 관대하고 소박한 사람이 할 수 있어요. 유학을 위한 짐을 싸려고 보니 애들 방 정리를 우선 해야겠다는 즉흥적인 판단우선 정리를 시작했습니다.


... 20리터짜리 쓰레기봉투가 5개나 나왔고, 75리터짜리 재활용 봉투가 가득 찼어요. 쓰레기 더미에서 애들을 키웠던 걸까요. 구석구석 쓰지 않게 된 물건들이 방치되어 있었고, 이미 입지 못하게 된 옷들도 쌓여 있었습니다. 워킹맘이라는 이유로 맞춰 착착 정리하지 못한 티가 이렇게 나는구나 싶었죠. 그렇게 화요일부터 시작한 정리는 금요일이 되어서야 끝이 났어요.


하하하... 회사에 출근하고 싶어 집니다. 어깨가 빠질 것 같아 한의원에 가서 약침 맞고 찜질도 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나질 않았습니다. 짐 정리가 다가 아닌 방학 중의 전업맘의 세계는 나에게 하루에 한 번 머리 감을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을 정도로 가혹했죠. 존경심이 절로 피어오릅니다.

망태할매의 짐

회사에서 가지고 온 짐은 박스채 덩그러니 현관에 놓여 있습니다. 망태할매처럼 버리면 죄가 되는 냥 다 싸들고 온 과거의 나를 원망해 본 들 무엇하나요.


이제 나는 지금까지 한 일의 열 배 정도의 일을 해내야 이삿날에 제정신으로 이사를 갈 수 있습니다. 순간순간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왜 농촌 유학을... 왜 퇴사를..."이라는 생각 안 했다면 거짓말입니다. 그럴 때마다 농촌 유학을 결심한 이유를 떠올리며 무거운 몸뚱이를 일으켜 다시 할 일을 하고 있어요.


내일은 짐 싸기를 위한 상세 목록을 짜려합니다. 이제 일주일도 남지 않았어요. 저는 P이지만, 내면 저 끝까지 한 방울도 남지 않게 J의 능력을 끌어내야 해요. 그나마 일주일을 당겨 퇴사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에는 일하기 싫어 일주일 조기 퇴사를 명령한 과거의 나에게 칭찬해주고 싶네요. "시작은 시작일 뿐."과 "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너무 늦은 거다."라는 명수 옹의 명언을 떠올리며... 우선은 좀 자고 나서 내일 아침부터 달려 보려고 합니다.


(예고) 나는 끝까지 게을렀다. 미안해요, 명수 옹. 역시 이사는 야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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