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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영 Dec 07. 2022

첫눈이 기쁨 되던 날

2022년 12월 6일

올해 첫 함박눈이 펑펑 내렸다.

첫눈은 여전히 나를 설레게 한다.


나중에 상윤이 센터에 데려다줘야 되는 걱정은 일단 접자.


내가 어른이 되었기 때문에 눈이 싫어진건 줄 알았는데

아이들 학교, 유치원 보내고

혼자 걷는 새하얀 눈길은 여전히 기분이 좋다.


걸을 때마다 나는 뽀도독뽀도독 소리가 좋다.


상윤이가 내게 오던 날,

세상은 눈을 내려줬다.

펑펑 하얀 눈이 쏟아져 내렸다.

순식간에 창문 밖 세상은 온통 하얗게 물들고...


눈처럼 뽀얀 얼굴에 복숭아빛 두 뺨.

가만히 이 '눈의 아이'를 바라보다

아이가 살짝 흘린 미소에

내 마음도 온통 하얗게 물들어 갔다.


나는 그 아이의 모습을 눈에 담고

울음소리를 귀에 담고

킁킁 아기 냄새를 코에 담고

너의 존재를 마음에 담았다.


너는 그렇게

가을의 끝에 눈과 함께 세상에 내려졌다.


너는 그렇게

겨울의 시작에 내게 축복처럼 내려졌다.


눈이 내린다.

첫눈이 함박눈이 되어 펑펑 내린다.

후드모자를 뒤집어써 따뜻한 뺨에 스치는 차가운 공기가 기분 좋다.

후... 한 번 내뱉어 보는 입김의 느낌도 좋다.

걸을 때마다 뽀도독뽀도독 새겨지는 내 발자국도 좋다.


그리고

네가

생각이 나서 좋다.








남편이 어느 날,

"자기 냄새가 없어졌어. 상윤이 냄새가 나."라고 했다.


가슴에 상윤이를 올려놓고 재우는데

이렇게 커다란 아이가 어떻게 내 배에서 나왔을까

신기하면서도,

세상의 전부가 엄마인 이 아이가 너무나 안쓰러운 맘에

'더 강한 엄마가 되자.'

다짐해 본다.


엄마가 너의 방패가 되어줄게.

아직은 너무 마음 여린 엄마지만

우리 같이 하루하루 강해지자.

오늘도 내일도 널 위해 한번 더 웃어주는 엄마가 될게.


아직은 가슴이 벅차올라 말할 때마다 눈물이 나는 말.

'엄마가 상윤이를 많이 사랑해요.'


2014년 12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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