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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영 Dec 09. 2022

애착 인형이 사라졌다.

2022년 12월 8일 목요일

상윤이의 살은 토실토실했다.

겉보기엔 작고 말라 보이는 아이지만,

만지면 말캉말캉한 느낌이 가볍지 않고

너무 물렁물렁 흐물거리지도 않았으며,

그렇다고 딱딱하지도 않은 탄탄함이

만지고 있으면 기분이 좋았다.


슬라임이나 액체 괴물 같이 흐르는 느낌도 아니고

클레이같이 탄탄하면서 주욱 늘어나는 느낌도 아니고

스퀴시같이 꾸욱 눌리는 느낌도 아니고

어느 쪽이냐면 말랑이 같은 느낌에 가까운 것 같다.


이 아이의 체온은 왜인지 늘 따뜻한 게

꼭 껴안고 있으면 스르르 잠이 오곤 했다.


그렇게 이 아이를 껴안고 잠을 잔 지 8년이 넘었다.


느 집 막내들 다 마찬가지겠지만

상우는 엄마를 독차지하고 싶어 했다.

잠이 들 때면 항상 엄마를 안고 잠이 들었다.

상우를 재울 때까지 다가오지도 잠들지도 못하고

상윤이는 내 곁다리에서 맴돌고 있었다.


그렇게 상우를 재우고 나면 상윤이를 안고 함께 잠이 들었다.


그러다가

"아빠방에서 잘래."


상윤이가 갑자기 아빠랑 자겠다고

우리가 함께 자던 침실에서 독립선언을 했다.


처음에 나는 신이 났다.

'아싸! 이제 좀 편하게 잘 수 있겠어!'


그렇게 하루, 이틀... 상윤이는 계속 아빠방에서 잠을 잤다.

잠이 잘 오지 않았다.


허전했다.

폭신한 그 느낌도

따뜻한 그 온기도 없다.


상우를 안고 자보았다.

상우는 딱딱하고,

상우는 발이 차갑다.

느낌이 내가 찾는 그 느낌이 아니다.


그동안 껴안고 자던 나의 애착 인형이 사라졌다.

금방 돌아올 줄 알았던 나의 애착 인형은

그렇게 내 곁을 떠났다.


이 날만 기다렸는데,

편히 잘 수 있는 날이 언제 오려나 기다렸는데,

사실 너를 내 품에서 놓지 못했던 건

내 쪽이었던 것 같다.


이럴 줄 알았으면

더 많이 안아볼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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