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니가 망할 줄 알았어
소품샵 사장의 만 3년이 넘는 경험치로 살펴보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편협한 징크스들. 자영업 하는 사장뿐만 아니라 가끔 손님도 궁금해했던 나와 제주바이브만의 확률 데이터를 공개해 본다.
1. 부모가 인사를 하지 않으면 아이들도 인사를 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인사를 하면 뒤따라 들어오는 부모도 인사를 한다.
진짜 90% 이상의 확률이다. 소품샵 사장으로서 불특정 다수의 방문을 응대하며 모든 교육은 가정에서 시작된다는 말을 체감할 수 있었다. 아이들의 말투, 행동, 타인을 배려하는 사소한 행동들은 나이와 성별을 불문하고 늘 부모의 영향이 묻어났다. 애들 앞에서는 찬물도 마시지 말라던 옛말이 이런 걸 두고 하는 것이었을까? 콩 심은 데 콩 나고 파티 심은 데 팥 난다.
2. 입장부터 리액션이 크고 감탄사가 많은 손님은 결국 빈손으로 나가며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안녕히 계세요”를 말한다.
소품샵, 기념품샵은 누구나 와서 편하게 즐기고 갈 수 있는 여행 코스 중 하나이다. 그래서 모든 손님이 구매한다는 보장도 없고, 사장인 나도 기대하거나 부담을 주지 않는다. 서로가 각자의 역할에 걸맞은 기본 에티켓과 서비스를 주고받으면 된다. 그런데 재밌는 사실은 제주바이브 꺅!!! 하면서 입장한 손님들의 대부분은 빈손으로 나간다는 것. 정말 재밌다. 그런 반응에는 어떤 사람의 심리가 내재하여 있는 건지 이론이나 학문적으로 연구 결과가 있을까?호응 잔뜩 해주고 그냥 나갈 땐 머쓱한지 개미만 한 목소리로 인사를 할 때면 괜스레 내가 더 미안해진다.
3. 비 내린 다음 날 날씨가 화창하면 손님이 없다.
당연하다. 모두 바다, 오름, 들판으로 뛰쳐나갔을 테니!
4. 출근길 스타벅스 드라이브 스루를 들리면
어김없이 오픈런 손님이 나를 기다린다
대게 오픈 후에는 손님을 한참 기다려야 개시를 하는 편이다. 여행 중 숙소를 나오자마자 소품샵을 찾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전날 밤 과음을 해장하거나 브런치, 감성 카페에 들렀다 관광을 하고 마지막으로 방문하는 곳이 소품샵이니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가 출근길에 스타벅스에 잠깐 들르는 날이면 “사장님 오늘 오픈하시죠?” 하는 전화를 받는다. 불과 몇 분의 지각일 뿐인데... 어쨌든 죄송한 일.
5. 오픈 후 진열대 정리, 재고 파악을 하며 특정 상품을
만지거나 옮기면 그날은 유독 그 상품만 판매된다.
밑도 끝도 없는 통계이지만 신기하게도 나에게 일어난 일.
6. 배고픔에 시달리다 컵라면에 물을 부으면 저 멀리 걸어오는 손님이 보인다.
불어 터진 라면을 먹거나 도저히 감당 안 되어 버린 적도 수두룩. 1인 영업장은 식사, 화장실 등 인간의 기본 욕구를 충족하기에도 애로사항이 많다. 그래도 찾아주는 이가 있다는 건 정말 감사하고 행복한 일! 그런데 왜 몇 시간 동안 혼자 있다가 컵라면에 물을 부으면 손님이 오시는 걸까?이런 말을 하면 매일 컵라면 한두 개 먹으라던 친구가 있었는데… “친구야 그렇게 인위적인 행동은 예외란다”
7. 사진촬영 횟수와 SNS 업로드 횟수는 비례하지 않는다
나는 손님들의 사진 촬영을 굳이 막진 않는다. 근데 가끔은 촬영음 소리가 너무 거슬리거나 다른 손님께 방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타 매장에서는 상업 용도의 촬영, 아이디어 카피 등을 이유로 촬영을 금지하는 경우도 보았다.
그리고 “사진을 그렇게 많이 찍어도 블로그나 SNS에 한 장도 안 올라와. 그렇다면 굳이 이런저런 불편을 감수하고 촬영을 허락할 필요가 있을까?나에겐 홍보 효과조차도 없는데?”라는 의견도 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수긍이 간다. 사진을 많이 찍어간 손님이 온라인 후기를 작성해 주신 기억이 그다지 없다. 누군가의 사진첩에서 잠자고 있을 제주바이브의 예쁜 순간들아, 잘 지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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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빼뚤한 손글씨도 감성이 되는 제주도
조개껍질 주워다가 거울에 붙여 완성한 셀카포토존
하나부터 열까지 나의 마음과 정성이 가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