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정성껏 한 메이크업이 번들거리다 지워지고, 입술은 컬러를 잃은 채 라인만 남고, 뽀송뽀송한 앞머리가 쩔고 쩔 때까지 앞만 보고 달렸던 기억들. 제주바다물처럼 짭조름한 자영업의 맛이었다.
주변인들은 제주바이브가, 자영업을 처음 해보는 내가 결국은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친구가 조심스럽게 “혜미야 진짜 대단해. 사실 네가 가게를 한다 했을 때 이렇게 오래 할 거라 생각 못했어. 코로나도 있었고, 영업 환경도 열악하고, 너도 혼자 일해본 적 없으니까 버틸 수 있을까 걱정도 했거든.”
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나도 스스로에게 무리하지 말 것, 과한 기대를 하지 말 것, 매 순간 집중하고 최선을 다할 것, 갑자기 그만두게 되더라도 너무 슬퍼하지 말 것 등등의 주문을 3년 내내 걸었다. 그래서인지 친한 친구가 저런 이야기를 했을 때에도 서운하거나 실망하기보다는 나 자신이 기특하고 자랑스러웠다.
혼자서 씩씩하게 해냈구나 하는 마음에.
‘망할 줄’ 알았던 애가 ‘할 줄’ 아는 애로 남게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뿌듯한가. 혹자는 지금 영업을 종료한 상태를 두고 망한 것 아니냐는 반문을 할 수도 있지만 이에 대한 답은 앞으로의 내 선택과 활동에 달려있기에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망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아래와 같다.
1. 개인, 가정, 단체 따위가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끝장이 나다.
2. 못마땅한 사람이나 대상에 대하여 저주의 뜻으로 이르는 말.
적어도 제주바이브는 나에게 제 구실을 했다. 소중한 추억과 사람들이 곁에 남았고, 앞으로 살아가는데 큰 원동력이자 본보기가 되어 주었다.
제주바이브 시즌2를 하루빨리 가시화 해야겠구나.
나는 내가 할 줄 알았어. 그리고 해냈다! 다시 또 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