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니가 망할 줄 알았어
오늘 가봐야지 했던 제주바이브를 다음으로 미루면 못 올 수도 있다는 농담을 종종 했는데요. 곧 현실이 됩니다. 제주바이브는 6월 9일 금요일, 성산읍 환해장성로 950에서의 영업을 종료합니다. 감히 시즌1 종료라고 말해 둘게요.
2020년 개업 후 만 3년이 지났습니다. 시간 참 빠르죠? 첫해에 무시무시한 태풍으로 가게 지붕 날아가 구멍이 뻥 뚫린 에피소드도 있었어요. 119 출동하고 뉴스에도 나오고, 감사하게도 주변의 도움으로 빠른 수습을 할 수 있었습니다. 끔찍했던 2년간의 코로나도 씩씩하게 잘 버텼어요. 이 작고 허름한 돌창고, 소품샵 제주바이브를 아끼고 사랑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대체 갑자기 왜 닫고 쉬는지 궁금한 분들 많으실 텐데요. 저와 주변의 흐름이 ‘때가 왔다 그때다!’라고 말하는 것 같아요. 인생은 타이밍이라더니… 신변의 큰 변화나 영업상 위기가 온 것은 아니니 저는 괜찮아요. 아무 일 없습니다.
아쉽고 슬프지 않아요. 아깝긴 합니다. 그동안 혼자 흘린 피. 땀. 눈물.
그래도 끝이 있어야 새로운 시작도 있는 거잖아요? 언제 어디서 또 뿅! 하고 나타날지 몰라요.
인스타 언팔로우는 참아 주세요ㅎㅎ 오프라인 매장은 잠시 사라져도 제주여행, ‘안물안궁’일상, DM으로 주문할 수 있는 상품 관련 소식들 꾸준히 받아 보실 수 있도록 할게요!
재충전하는 동안 ‘사랑과 낭만의 섬! 제주뽕’을 다시 채우고, 제주바이브 시즌2 고민할게요.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공부도 여행도 하고, 덕질도 하렵니다. 더불어 고급 인력 알바 찾는 사장님들 카톡 주세요.
시끌벅적하게 공지 쓰고 잠시만 안녕! 할 생각은 없었는데 최소한의 예의와 의무는 다해야 할 것 같아 주저리주저리 써보았습니다. 늘 그래왔듯 금요일까지 자리 지킬 거고요 토요일부터 조금 오래 쉬어 갑니다. 재충전 타임의 시작은 친구 결혼식 참석부터!
마지막 인스타도 아닌데 말이 너무 많았죠?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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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인스타그램 마지막 공지의 전문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매년 제주바이브의 마지막을 머릿속에 그리며 일했다. 자가 건물이 아니기에 ‘년세’를 지불하는 임차인의 삶에는 언제나 끝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왕이면 그 마지막은 타인이 아닌 나의 결정과 선택이길 바랐다. 그리고 결국 내 소원대로 되었다.
2023년 새해가 밝고 코로나 종식이 선언되었으며 사람들은 예전처럼 일상으로 돌아가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분명 나도 새 마음 새 뜻으로 심기일전하려 했으나 어쩐 일인지 에너지가 갈수록 분산되는 기분이었다. 집중을 하지 못했고 채워지지 않는 갈증 같은 게 생겼다.
출근이 싫진 않았다. 물론 날씨가 너무 맑은 날이면 ‘나도 놀고 싶어~’같은 마음은 있었지만, 내가 만들고 가꾸고 이끄는 제주바이브는 여전히 소중한 나의 아지트이자 일터였다. 그런데 이런 마음은 무엇일까?내 안에 나도 모르는 무의식의 어떤 끌림이 있는 걸까?
결론은 약 일주일 간의 고민 끝에 영업 종료를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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