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기 전부터 성장하는 우리만의 여행 준비법

여행은 벌써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

by 부엄쓰c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여행은 이미 시작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내 여행이 아니라 아이의 여행이 이미 시작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번 여행 중 하루는 네가 계획해볼래?”

내가 던진 이 작은 미션에 아이의 눈빛이 금세 반짝였다. 달력을 펼쳐 가장 여유로운 날을 꼼꼼히 골라낸 아이는, 가볍게 움직이며 휴식을 취하는 하루로 정했다.


숙소 주변을 산책하거나, 시차 적응을 위해 여유를 부리기로 한 날이었기에 아이의 부담도 덜할 듯했다.


“내가 다 정하면 정말 내 마음대로 해도 돼요?”

호기심과 기대가 섞인 아이의 질문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노트북 앞에 나란히 앉았다. 내가 괜찮은 페이지를 발견하면, 아이는 그것을 함께 들여다보며 하나하나 마음에 드는 장소를 골라 적기 시작했다. 어느새 손수 지도를 그리고, 숙소 주변의 가볼 만한 곳까지 꼼꼼히 기록하는 아이의 모습이 제법 진지했다. 스스로 채워가는 아이만의 여행 계획표를 보며, 나는 그 작은 어깨가 조금 더 단단해진 것 같아 흐뭇해졌다.


tempImageV8W0Ju.heic 숙소 주변 관광지를 표시한 아이의 손그림 지도. 함께 계획하며 조금씩 가까워지는 우리의 여행.


그 진지함이 귀여워 한참 흐뭇하게 바라보던 나는 문득 섭섭한 마음이 들어 물었다.


“근데… 계획을 짤 때 엄마랑 같이 가는 사람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엄마는 뭘 하고 싶은지, 뭘 먹고 싶은지 말이야.”


아이가 잠시 멈칫했다.


“아… 그런가?”

살짝 당황한 표정이 귀여웠다.


“그렇지. 함께 가는 여행이니까 서로 좋아하는 걸 배려해줘야지.”


나는 가볍게 움직이고 싶다고 전했고, 아이는 가우디 투어에 포함된 장소들을 미리 가보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지도를 펼쳐놓고 숙소 주변의 지리를 파악했다. 그러자 아이는 오전에는 숙소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오후에 숙소 근처의 람블라스 거리와 해변을 가볍게 둘러보는 일정을 짰다.


그러고 나서 아이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엄마, 이것밖에 안 했는데 하루가 다 끝났어. 시간이 왜 이렇게 빨리 가지?”


tempImageXh1JnI.heic 직접 일정표를 작성하며 설레어하는 아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하루 일정


자신이 만든 일정이 마음에 드는지 웃음 가득한 아이를 보니 나도 덩달아 흐뭇했다. 나는 해변에서 수영도 하며 여유롭게 보내자고 했다. 그리고 “이렇게 멀리 오는 여행은 평생 몇 번 없으니 충분히 여유를 즐겨야지.“라고 하자, 아이는 뜻밖의 이야기를 꺼냈다.


“엄마, 내가 어른이 될 즈음이면 통일이 돼서 기차 타고 유럽까지 빨리 갈 수 있을지도 몰라. 그럼 평생 한두 번만 오게 되는 게 아닐 수도 있잖아!”


아이의 말 속에는 설레는 상상과 진심 어린 기대가 가득했다. 그런 아이의 맑은 상상력이 나의 마음에도 작지만 따뜻한 울림을 남겼다. 여행의 시작이 아직 멀게만 느껴졌던 내게도, 오늘 하루의 준비와 아이의 이야기가 설렘을 조금씩 데려다주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나는 여행 준비의 일환으로 오랜만에 미용실에 가서 펌을 했다. 다음 주에는 가벼운 염색도 예약해 두었다. 특별히 긴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늘 미용실에 간다. 오랫동안 미뤄왔던 머리를 정리하며, 여행을 조금 더 실감하고 설렘을 찾으려는 의식과 같다. 아이 역시 오늘 머리를 다듬고 왔다. 출발까지 시간이 남아있어도, 여행은 그렇게 점점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여행을 아직 떠나지 않았지만, 우리의 여행은 이미 시작되었다.


tempImageLkBwoZ.heic 아이가 직접 그린 이베리아 반도. 우리가 찾아갈 바르셀로나를 표시하며 여행을 미리 상상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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