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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인 밤, 다정한 대화를 연습한다

엄마도 지금 성장통을 겪는 중입니다

by 부엄쓰c


아침마다 반복되는 일이었다. 느릿느릿 밥상 앞에 앉아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아이를 바라보며, 내 마음은 점점 조급함과 초조함으로 가득 차올랐다.


“빨리 밥 먹어. 늦겠다.”


처음엔 다정한 목소리로, 다음엔 조금 더 단호하게, 그 다음엔 날카롭게 말이 튀어나왔다.

그렇게 여러 번 반복하다 보면 결국 내 마음의 인내심은 바닥을 드러냈고, 감정이 터진 뒤에야 아이가 움직였다. 언제나 이런 식이었다.


하지만 진짜로 나를 지치고 무너지게 만드는 순간은 따로 있었다.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다 내가 잘못된 행동을 지적하면, 아이는 그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꼭 한 번 더 질문했다. 때로는 변명을 하고, 때로는 끝까지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고 맞섰다. 처음에는 인내심을 갖고 다시 친절히 설명했지만, 점점 마음 한구석에는 답답함과 화가 쌓였다.


아이는 단지 궁금해서 물어보는 것이라고 했지만, 내 귀엔 사소한 문제에도 고집스럽게 끝까지 이기려 하는 모습으로 들렸다. 그럴 때마다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결국 화를 폭발시켰다.


“야, 도대체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어? 너 왜 이렇게 말귀를 못 알아들어?”


한 번도 입에 담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험한 말까지 터져 나왔다. 아이가 청소년이 되기도 전에, 내가 청소년 시절에도 하지 않던 거친 말들이 나의 입 밖으로 나왔다. 심지어는 겁을 주려는 의도로 발을 살짝 들기도 했다. 물론 정말로 아이를 다치게 할 의도는 없었지만, 내 행동의 잘못을 나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아이는 내가 진짜로 때릴 생각이 없다는 걸 아는지 살짝 웃으며 피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순간의 웃음은 내 마음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어 다시 화를 키우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나중에 왜 웃었냐고 물으면, 아이는 이렇게 대답했다.


“엄마가 진짜 때리려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어서요.”


그러면 잠시 내 마음도 진정되었지만,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이내 다시 아이가 나의 말을 듣지 않으면 화를 내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다른 엄마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대부분 아이와 싸우는 이유는 공부나 숙제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나의 경우엔 아이의 성적이나 공부가 문제였던 적은 거의 없었다.


나를 진짜로 지치게 한 건, 약속이나 배려 같은 사람으로서 꼭 가져야 한다고 믿는 가치들이었다. 사소한 일에도 고집을 부리고 끝까지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으며, 상대방의 입장과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아이의 태도가 나를 괴롭게 했다. 동시에 그 모습을 견디지 못하는 나 자신도 점점 미워졌다.


그러나 더 깊이 내 마음을 들여다보면, 내가 진짜 화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사실 나는 이미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회사 업무의 압박, 계속되는 허리 통증과 위염, 글을 쓰는 일에서 느끼는 무거운 부담감까지. 이미 한계까지 몰린 나는, 아주 작은 문제에도 쉽게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평생 내 감정을 삼키며 조용히 살아왔다. 어렸을 때는 마음을 표현하는 법도 배우지 못했고, 나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사람도 없다고 느꼈다. 성인이 되고, 아이를 키우면서야 비로소 내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어쩌면 지금의 이 격렬한 감정의 폭풍은, 아이를 키우며 다시 한번 나 자신이 성장통을 겪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억누르며 살아왔던 감정들이 이제서야 아이와의 관계를 통해 서툴고 낯설게 터져 나오는 것 같다.


그래서 오늘 밤, 혼자 조용히 나 자신에게 다정한 대화를 걸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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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지금의 너도 충분히 잘 하고 있어.

가끔 흔들리고 실수해도 괜찮아. 너도 성장 중이잖아.

지금 느끼는 혼란과 아픔은, 네가 진짜 너로 자라나고 있다는 증거야.”


마음을 다해 스스로에게 다정한 말을 건네자, 마음속의 응어리가 아주 천천히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아이만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인 나도 매일 조금씩 자라고 있다는 걸

이제야 진심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는 오늘도, 나답게 살아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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