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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마음을 다정하게 어루만지는 연습

힘내라는 말보다 필요한 것

by 부엄쓰c


이번 주는 유난히 크게 흔들렸다. 1차 고과권자가 휴가를 떠나면서 급하게 몇 가지 중요한 업무를 맡기고 갔다. 그중에서도 가장 긴급하고 책임이 무거운 일이 내 몫으로 떨어졌다. 마음이 바빠졌다. 오래된 허리 통증과 위염으로 병원을 가야 했지만, 나는 또 그 신호들을 애써 외면하고 말았다. 괜찮다고, 별일 아닐 거라고 스스로를 달래며 말이다.


힘겹게 업무를 마치자, 이번엔 2차 고과권자가 자신의 업무 일부를 부탁했다.

“숙제 했어? 글은 다 써놨어?”

말투는 부드러웠지만 부담은 무거웠다. 이미 지쳐 있었고 휴가도 앞두고 있었지만, 나는 또 거절하지 못한 채 몇 시간을 들여 자료를 준비했다. 부탁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 마음속으로 힘겨워하면서도, 끝내 ‘거절’이란 두 글자는 나오지 않았다.


겨우 일을 마무리하고 여행 준비에 몰두하려는 찰나, 아이가 갑자기 아프다고 했다. 여행을 며칠 앞둔 상황이라 불안과 초조함이 앞섰다. 순간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거친 말을 내뱉고 말았다.


“이번에도 못 가면 엄마 정말 너무 속상할 거야. 이게 벌써 두 번째잖아.”


아이는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엄마, 바이러스 때문에 아픈 건데 나한테 화를 내면 어떡해요.”


아이의 짜증 섞인 말투에 내 마음도 날카롭게 반응했다.


“네 탓이 아니더라도, 네 몸 때문에 생긴 일이잖아. 적어도 엄마한테 미안한 마음, 고마운 마음은 가져야 하는 거 아냐? 네가 없었다면 엄마가 이렇게 힘들 일도 없었을 거야.”


말을 내뱉고 나서야 깊은 후회가 밀려왔다. 사실 아이가 일부러 아픈 게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엔 내 불안과 섭섭함이 너무 커서 아이의 마음을 헤아릴 여유가 없었다.


서로 잠시 떨어져 마음을 진정한 뒤, 나는 아이를 조심스럽게 돌봤다. 따뜻한 음식을 먹이고 일찍 재웠다. 다음날 병원에 데려가 진료를 받고, 좋아하는 음식을 사 먹이며 쉬게 했다. 집에서 따뜻한 닭백숙도 끓여 챙겨주니, 아이의 컨디션이 점점 좋아졌다. 마음을 가다듬은 다음날, 아이와 마주 앉아 조용히 대화를 시작했다.


“엄마도 네가 아픈 게 네 잘못이 아니란 거 알아. 그냥 평소에 더 잘 씻고, 일찍 자고, 밥도 잘 챙겼으면 하는 마음에 걱정이 컸던 거야.”


아이는 잠시 망설이다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사실 평소에 제가 건강을 더 잘 챙기지 못한 건 미안해요.”


작지만 용기 있는 고백에 내 마음이 울컥했다. 나는 부드럽게 아이의 마음을 받았다.


“괜찮아. 약 잘 챙겨 먹고 푹 쉬면 좋아질 거야.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


아이는 그제야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엄마, 이제 많이 좋아졌어요.”


그리고 우리는 천천히 서로의 마음을 이야기했다. 아이가 어느 부분에서 이해하기 어려웠고, 어떤 부분이 섭섭했고, 무엇이 미안했는지 솔직히 들어봤다. 나 역시 내 마음을 털어놓으며, 서로가 진짜 바라는 게 무엇인지 편하게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작은 약속을 정했다. 앞으로는 서로가 기분이 상하기 전에 수신호를 보내기로 했다. 검지와 중지를 교차해서 만드는 작은 신호였다. 그렇게 서로 신호를 보내면 잠시 숨을 돌리고, 감정을 진정하기로 했다.


밖에서 아이가 말을 듣지 않거나 내가 화가 날 것 같은 상황이 오면 미리 정한 ‘핸드폰 초기화’라는 경고를 명확히 말해주기로 했다. 아이가 직접 제안한 방법이었다. 이런 대화를 통해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깊이 이해했고,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돌아보니 우리가 자꾸 부딪혔던 건 서로의 마음을 몰라서가 아니라,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이 서툴러서였다. 그리고 ‘힘내’라는 말보다 더 따뜻하고 필요한 말이 있음을 깨달았다.


“지금도 괜찮아. 충분히 잘하고 있어.”


이 말이 어쩌면 아이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가장 해주고 싶었던 말이었다.


마지막으로 나는 아이를 꼭 안아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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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데 엄마가 그렇게 말해서.. 좀 심했지? 미안해.”


아이는 언제 마음이 상했냐는 듯 내게 쪽쪽 뽀뽀를 해댔다. 우리는 서로를 보며 사랑한다고 속삭였다.


오늘도 여전히 흔들리지만, 조금씩 더 깊고 다정하게 나와 아이를 이해하는 방법을 배워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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