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치는 줄도 모르고
※이 이야기는 현실을 바탕으로 한 감성 소설입니다. Hans Zimmer의 'Time' 을 배경음악으로 틀어놓고, 천천히 감정을 따라가며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아침 9시에 출근해서 밤늦게까지, 때로는 새벽 2시까지 일을 하는 생활이 반복된 지 벌써 몇 년째였다. 나는 늘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가장이자 회사원이어야 한다는 무거운 생각을 품고 살았다. 이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조금이라도 느슨해지면 순식간에 뒤처질 것 같았다.
점심시간이 되어도 나는 자리에 앉아 일을 했다. 동료들은 함께 식사하고 잠시 커피를 마시며 웃고 떠들었지만, 나는 컴퓨터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생일을 맞은 동료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는 짧은 순간조차도 사치처럼 느껴졌다. 회식 자리는 숙제처럼 참석해서, 웃고 있지만 마음은 계속 불편했다. 주말에도 집에서 쉬지 못하고 사무실에 나와 일을 해야만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모두가 떠난 텅 빈 사무실에 홀로 앉아 있을 때였다. 책상 위에 쌓인 끝없는 서류 더미와 계속 울려대는 이메일 알림 소리가 갑자기 낯설게 느껴졌다. 나는 의자에 기대 한숨을 내쉬었다. 새벽까지 일을 하면서도 살아남기 위해 계속 달려야 한다고 스스로를 밀어붙였지만, 그 순간만큼은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
시계를 바라보니 자정을 훌쩍 넘겼다. 창밖의 어둠이 무겁게 내려앉았고, 내 마음에도 깊은 어둠이 번져갔다. 언제 마지막으로 가족과 웃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가족을 위해, 회사를 위해 달려온 길 위에서 나는 나 자신을 잃어버리고 있었다. 아파트 담보 대출금도 갚아야 하고, 아이들 학원비도 한 달에 적지 않게 나갔다. 회사 업무를 모두 해내야 했고, 야근 수당이 가득한 월급을 아내에게 가져다 주어야만 했다. 아니, 적어도 그래야만 한다고 나는 믿고 있었다.
"이렇게 살아가는 게 맞는 걸까?"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해도 동료나 윗사람들의 눈에 차지 않는 것 같았다. 나만큼 열심히 하지 않는 이들을 보면 답답함과 초조함이 마음 한구석에서 솟구쳤다. 가끔은 그들이 나약하고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살아남기 위해선 나처럼 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끊임없이 다그치며 버텼다.
그러나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사람들은 알아주지 않았다. 성과를 크게 외쳐야 했고, 때론 화를 내면서까지 존재감을 드러내려 했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나는 점점 더 사람들 사이에서 외롭게 멀어져만 갔다.
억울했다. 최선을 다하는 내가 왜 인정받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사람들이 내 노력을 몰라주는 것이 속상했고, 때로는 서러움까지 밀려왔다. 하지만 그 감정을 털어놓을 사람조차 없었다. 가족들조차 멀고 낯설게 느껴졌다. 나는 오로지 일을 더 많이 하고, 더 오랫동안 앉아 있는 방법밖에는 몰랐다.
어느 날 저녁, 회식 자리에서 나는 유독 술을 많이 마셨다. 술자리마저도 업무의 연장선이라고 여기며 억지로 참석했던 나는, 그날따라 마음 깊이 억눌렀던 감정이 조금씩 풀어지고 있었다.
술에 취해 집으로 돌아왔을 때, 집은 이미 깊은 밤의 고요 속에 잠들어 있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가족들의 숨소리마저 조용히 내려앉아 있었다. 나는 그 고요함을 오랫동안 바라보다가 힘없이 침대로 쓰러져 그대로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머리가 무겁고 속이 울렁거렸다. 피곤함이 온몸을 무겁게 짓눌렀다. 그 순간 나는 처음으로 깊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 정말 지친다."
그러나 나는 지쳐도 쉬지 않고 계속 일을 해야만 했다. 나는 그렇게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일해야 가족을 지킬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인정받고 싶었고, 나의 희생이 가족을 위한 것이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 믿음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나는 지쳐가면서도 계속 달리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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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의 서재에서도 연재를 새롭게 하고 있습니다. 지치는 줄도 모르고 계속 달리는 사람의 이야기를, 함께 느껴주시고 응원해주시면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따뜻한 응원과 밀어주기를 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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