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병투약(隨病投藥): 병에 따라 약을 쓴다는 뜻이다.
<이 글은 28 체질의학의 발견과 연구, 의통의 전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민족 고유의 의통을 둘러싼 비밀과 음모, 천고의 비법 등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환단고기에서 동의수세보원에 이르기까지의 한민족 의통이 21세기에 세계 최고의 의학으로 대두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힌다. 각종 역병과 괴질, 난치병과 불치병을 고칠 수 있는 '의통과 해인'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을 찾는 사람이 천하를 구할 것이라는 예언이 실현될 것인가? 이 소설은 그 의문과 해답을 동시에 던질 것이다.>
8. 산천에 널린 풀잎과 나무, 자연이 약이다.
“매일 산을 올라 보라색 도라지꽃을 매일 10송이씩 따서 꽂아두고 바라봐야 합니다.”
그가 처음 하는 말을 듣고 승학은 깜짝 놀랐다.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매일 산을 오르는 것이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다 보라색 도라지꽃을 어디에서 따야 할지를 몰랐기 때문이다. 승학의 마음과 아랑곳없이 그가 다시 말했다.
“앞으로 28일간 승학 군이 직접 산에 가서 그 꽃을 따고 도라지는 물에 씻은 후 씹어 먹어야 합니다.”
“선생님요. 아들이 산을 오를 수 있겠능교? 그건 힘들 것 같니더.”
“힘들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일입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의 단호한 말에 모자는 할 말이 없었다. 그는 계속해서 말했다.
“어머님은 논 고동과 다슬기, 민물조개, 민물 게를 구해서 매일 달여서 한 달간 먹이도록 해야 합니다. 씀바귀를 구해서 반찬으로 혹은 국으로 자주 끓여 먹이세요. 현재로선 이 방법이 약보다 훨씬 빠릅니다. 승학이는 온갖 약을 너무 잡탕 식으로 먹어서 약의 내성이 강합니다. 간과 신장의 기능을 맑게 하는 것이 우선이니까, 내가 시키는 그대로 하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
"씀바귀는 맛이 써서 어떻게 먹여야 되는지 모르겠니더. 그래도 몸에 좋다면 먹이겠심니더."
어머니는 대답을 하면서도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는 아랑곳 하지 않고 말을 계속 이어갔다.
“몸이 한약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야 약효가 나는 법입니다. 그동안 승학이가 많은 한약을 먹었지만, 차도를 보였습니까? 근본적으로 체질강화를 해야만 치료가 받아들여집니다.”
승학은 그의 말에 신뢰가 갔다. 그러나 어머니는 못내 미심쩍어하면서 말했다.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하면 우리 승학이의 병이 낫겠습니꺼? 2년 넘게 투병생활을 한다고 고등학교도 마치질 못했니더. 그렇게 해서 낫는다면 저야 뭣이든 못하겠습니꺼.”
그는 웃으며 말했다.
“자연은 병을 치료하는 약을 품고 있습니다. 그것을 잘 알고 쓰면 비법이 됩니다. 여기 오실 때 병이 나을 수 있기만을 바라셨죠?”
“예, 맞습니더.”
“그러면 그 마음만을 지니고 돌아가서 열심히 정성을 다하세요. 이것은 제가 다년간 연구한 체질강화의 비법입니다. 제가 내린 처방대로 충실히 하시면 간과 신장, 폐와 뇌의 의 기능이 어느 정도 회복될 겁니다. 그때 다시 아드님을 보내세요. 그때가 되어야 한약을 써도 효과가 납니다.”
승학은 그의 말을 믿었다. 그의 확신에 찬 말에서 희망을 느꼈다. 승학은 희망을 다시 찾은 것만 해도 이미 절반은 치유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다시 약방으로 돌아가자 어머니는 퉁명스레 말했다.
“사람이 죽어 가는데, 그깟 보라색 꽃이며, 도라지, 다슬기, 논 고동, 민물 게가 무슨 효과가 있다고 그러는지 모르겠네. 씀바귀도 그냥은 먹기 힘들끼다. 그 사람 하는 말이 진지하고 뭔가 믿을만한 데가 있는 것도 같긴 하네. 하지만 이해하기는 힘든 것 같데이.”
승학은 아무 말 없이 그냥 있었다. 어머니는 하룻밤을 묵고 그다음 날 내려갔고 승학은 며칠을 더 머물렀다.
승학이 떠나려는 날은 마침 토요일이어서 손 선생을 만나고 나오는 길에 혜린을 마주쳤다.
“어머, 승학 씨 많이 좋아지신 것 같아요.”
“예, 덕분에요.”
“저야 뭐, 우리 선생님의 뛰어난 의술덕택이죠.”
승학은 혜린을 만난 터에 그간 궁금한 것을 다 물어보고 싶었다.
“저. 궁금한 것이 있어서 그러는데, 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그러세요. 내가 모르는 것 빼고요. 호호호.”
그녀의 성격은 발랄했다. 승학은 처음 그녀를 볼 때부터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었다.
“제가 여기 왔을 때부터 이상한 점이 많았어요. 왜 내가 여기 왔는가 하는 겁니다. 또 선생님이 저한테 이렇게 잘해주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며칠 전에 우리 어머니가 올라오셔서 그간의 치료비를 드리려고 했는데도 선생님은 극구 사양했어요. 그 모든 이유가 궁금해요.”
그녀는 심각한 표정을 짓다가 살짝 웃으며 말했다.
“그런 생각하실 줄 알았어요. 이유는 간단해요. 선생님은 원래 그런 분이세요. 내가 곁에서 볼 때, 승학 씨는 선생님과 특별한 인연이 있으신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까지 신경 쓰시지 않죠. 제 느낌이 그래요. 그리고 그간의 치료비 같은 것은 생각하실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원래 선생님은 좋은 일을 많이 하세요. 그러시면서 전혀 보상을 바라시지 않는 분이거든요.”
“그래요. 왜죠?”
“그건 나도 몰라요. 다만 제가 아는 것은 선생님은 다른 의원과는 다르다는 거죠. 수행도 많이 하셨고 치료법도 독특하시죠. 체질에 대해 하시는 말씀 들어보셨어요?”
“참, 그렇지 않아도 제가 물어보고 싶었던 거예요. 저보고 소양인부체질에 태음인체질이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요. 체질은 사람이 타고날 때부터 정해진다고 해요. 그런데 선생님의 체질의학은 좀 특이해요. 이제마 선생님의 사상체질과는 달라요.”
“좀 쉽게 설명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승학은 처음 듣는 이야기 같아서 뭔가 생소함을 느꼈다.
“다시 더 자세히 말씀드릴게요. 기존의 한의학은 사람이 병이 들었을 때 약이 동일해요. 하지만 체질의학은 병이 들었을 때,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기 때문에 치료법도 다르고 약재도 다르다는 이론이죠. 이를테면, 사람마다 제각기 타고난 체질이 다르고 그 체질에 따라서 달리 치료를 해야 치유효과가 빠르다는 것이죠.”
“아. 그렇군요.”
승학은 어렴풋이 이해가 되었다. 혜린은 승학이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더 해 주었다.
“선생님은 체질의학뿐만 아니라, 천문, 역법, 사주, 관상에도 능하세요. 용호결을 연구하여 조식수련을 많이 하신 고수이시지요. 사람을 척 보면 아세요. 승학 씨를 만나기 전부터 천문을 살피면서 혼자 말처럼 걱정을 하셨어요.”
승학은 호기심이 생겼다.
“뭐라고 하시던가요?”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대략 천문을 보시면서 활인성 중의 하나인 무슨 별자리를 말씀하신 것 같아요. 28수에 대한 말씀도 하셨어요?”
승학이 독서를 많이 했지만 생소한 용어였다. 천문의 활인성은 무엇이며, 28수는 무엇인지 궁금증이 폭풍처럼 일어났다.
“활인성의 이야기는 들었어요. 저보고 활인성을 타고났다고 하더군요. 28수는 무엇을 뜻하는가요?”
“아. 그러셨어요. 그래서 선생님께서 대전역에 마중을 하러 간다고 말씀하셨구나. 일요일 제가 여기 있는데, 황토흙방을 좀 치우고 이부자리를 봐 놓으라고 했어요. 그 방은 평소에 잘 쓰지도 않는 방이거든요. 왜 그런가 싶어 물어봤죠. 오늘 누가 오시느냐고요? 그랬더니, 활인성을 지닌 사람이 올 것이라고 말씀을 하셨어요. 저도 활인성이나 28수의 자세한 뜻은 몰라요. 대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
“그런가요?”
승학은 참으로 이상한 일도 있다고 생각했다. 혜린도 의문점이 생기는 모양이었다.
“그럼 승학 씨는 선생님과 만나기로 약속하신 것 아닌가요?”
“아닌데요. 그냥 대전역 앞 벤치에서 우연히 만난 겁니다.”
혜린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어쩌면 선생님이라면 충분히 승학 씨가 그곳에 오실 것이라는 것을 아셨을 거예요. 우리가 알 수도 없는 신비한 일들을 선생님은 늘 쉽게 행하시거든요. 저는 그런 것을 여기서 여러 번 목격했어요.”
승학은 마치 신비한 도술의 세계에 온 느낌이 들었다. 그런 일이 가능한가? 아폴로 19가 달에 착륙하고도 한 참 후인 70년대에 이런 일이 가능한지 의문이 들었다. 혜린의 이야기는 어릴 때 어머니한테 들었던 신비한 도술의 세계와 다를 바가 없었다. 승학의 머릿속은 복잡해지면서 동시에 밝은 빛이 새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