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체질의학 소설> 운예지망

운예지망(雲霓之望): 큰 가뭄에 비를 기다리듯 희망이 간절함을 뜻한다

by 백승헌

<이 글은 28 체질의학의 발견과 연구, 의통의 전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민족 고유의 의통을 둘러싼 비밀과 음모, 천고의 비법 등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환단고기에서 동의수세보원에 이르기까지의 한민족 의통이 21세기에 세계 최고의 의학으로 대두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힌다. 각종 역병과 괴질, 난치병과 불치병을 고칠 수 있는 '의통과 해인'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을 찾는 사람이 천하를 구할 것이라는 예언이 실현될 것인가? 이 소설은 그 의문과 해답을 동시에 던질 것이다.>


6. 한줄기 희망이 칠흑 같은 어둠을 밝힌다.


“선생님, 제게 아직 희망이 있을까요?”

“육체의 병은 빨리 나을 수 있다네, 하지만 마음의 병이 육체적 병으로 전환되면 쉽게 치유되지가 않아. 체질로 보면, 자네는 태음인으로서 마음의 병이 들면 슬픔의 기가 쌓여 쉽사리 빠져나오지 않게 되는 거야. 또 소양인 기질도 있어 과거의 기억에서 헤매고 있는 거야.”

“선생님 그게 무슨 뜻인가요?”

“모든 병은 제각기 원인이 달라. 병의 근원이 마음에 있다가 육체로 나타나면 그렇다는 것이지. 모든 병은 마음의 작용력이 반드시 있는 법이야. 하지만 일단 병이 들면 철저히 육체적 병을 고쳐야만 마음이 움직이는 거야. 육체가 건강할 때야 마음은 작용력이 강하지, 육체에 병이 들면 마음의 작용력은 약화가 되는 거야. 자네의 경우엔 육체의 질병부터 고쳐야 마음의 병도 낫는다는 뜻이야.”

“네, 그렇군요. 그런데 태음인의 슬픔의 기나 소양인기질의 과거의 기억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건 약간 전문적인 분야라서 이해가 어렵겠지. 자네의 체질은 태음인과 소양인기질이 같이 동반되어 있다는 뜻이야. 태음인은 폐가 약해서 슬픔을 잘 느끼고 소양인은 신장이 약해서 과거의 기억에 잘 얽매인다는 뜻이야. 실제 그렇다고 느끼지 않는가?”


승학은 내심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예 사실 그렇습니다. 슬픔이 몸에 쌓여 있는 것 같고 과거의 기억이 어제 일처럼 늘 맴돌고 있습니다.”

승학은 침울하게 그렇게 대답했다.

실제 그랬다. 그 밤의 누나가 죽어가는 신음소리가 아직 귓가를 맴돌고 있었다. 아무도 모르는 마음을 그가 알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또 한가지 놀라운 사실은 그의 말과 태도였다. 승학은 오랜 투병생활 때문에 의사들이 하는 말에 익숙해져 있었다. 하지만 그의 말과 태도는 뭔가 달랐다. 정중하면서도 따뜻했고 생소하면서도 공감이 되었다. 그때까지 무수하게 많은 병원과 한의원을 가보았지만 뭔가 완전히 달랐다.

그는 다시 말을 계속했다.

“자네의 체질과 골상, 관상을 보니, 특이한 점이 많아. 앞으로 큰일을 할 수 있을 터이니, 병을 치료하는데 전념하도록 하게. 우선은 마음의 병을 몰아내도록 해보게나. 그리 되면 치료는 한결 빠르게 나타날 것이야. 앞으로 3일의 시간을 줄 테니, 마음을 안정시키도록 노력해 보게, 치료는 그때부터 시작될 거야.”

승학은 그가 심각하지 않는 듯 치료에 대해 말하는 것을 느끼고 안심이 되었다.

병원에서는 그의 병을 중증으로 보고 난색을 표했다. 그런 표정들을 읽을 때마다 벼랑 끝에 선 느낌이 들었었다. 그러나 그는 밝은 표정으로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것은 캄캄한 밤길을 걸어가는데, 누군가가 등불을 켜고 마중 나와 주는 느낌과 흡사했다. 그의 말은 실낱같은 희망이 되었다.

가슴에 모였던 먹구름이 흩어지고 햇빛이 발산하여 눈이 부시는 것 같았다. 메마른 겨울나무 같은 승학의 병든 몸에 새싹이 막 돋아나올 것만 같이 느껴졌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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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학은 며칠 동안 편안하게 휴식을 취했다.

3일째 되는 날 점심식사를 하고 쉬고 있을 때, 그가 불쑥 나타났다.

예쁘장하게 생긴 젊은 아가씨를 대동하고 승학이 누워있는 방문을 열었다.

“이젠 푹 쉬었을 테니, 치료를 해야겠어. 3일 동안 쉬어도 집에서 있는 것보다는 나을 게야.”

우리 조상님들은 황토 흙으로 만든 집에서 살아서 기(氣)가 맑았지. 자네에게 3일을 쉬라고 한 이유는 황토 흙의 기운을 받도록 한 거야. 하늘과 땅, 인간의 3의 순환수가 필요했기 때문일세.”

“예, 그렇게 심오한 뜻이 있었군요. 저는 여기 쉬면서 기력을 많이 회복한 것 같습니다.”

“그럼. 침과 뜸으로 기(氣)를 순환시키려면 우선 몸의 원기가 회복되어야 하네. 일단 기(氣)가 순환되어야 약을 써도 약효가 있는 것이거든.”

곁에 있던 아가씨가 화사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참, 여기 이 아가씨가 혜린이야. 자네가 의식을 잃었을 때, 곁에서 다리를 잡고 방 안으로 들여놓았지.”

승학은 가만히 있다가 혜린을 향하여 고개를 꾸벅하며 인사를 했다.

“감사합니다. 초면부터 신세를 많이 졌습니다. 저는 유승학이라 합니다.”

“신세는 뭘요. 저는 여기 선생님한테 새로운 생명을 얻었어요. 저는 김혜린이라고 해요.”

두 사람의 인사를 지켜보던 그가 뭔가를 준비했다. 뜸과 침 같았다. 그는 침통을 내려놓고 승학을 눕게 했다.

혜린은 보조를 하고 있었다.

“음, 조금 아플 것이야. 침을 놓아야 할 자리가 있고 뜸을 놓아야 할 자리가 따로 있는 것이야. 오늘은 약간 아플지도 모르니, 참도록 해라.”

그렇게 말하고 그는 침과 뜸을 놓았다. 그의 침과 뜸은 어딘지 특별했다. 수많은 침과 뜸을 경험했지만 한 번도 맞아본 적이 없는 부위를 놓았다. 방안에 뜸 연기 냄새가 가득할 정도가 되자 문을 열고 그가 말했다.

“이제 잠이 올 것이야. 한 잠 푹 자고 쉬도록 하게.”

그들이 나가는 것을 지켜보다 승학은 스르륵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잠이 들었을까? 저녁식사를 알리는 종소리가 들렸다. 승학이 침과 뜸을 놓은 자리를 살펴보자 이미 침은 뺐고 뜸 놓은 자리는 말끔했다. 깊은 잠 속으로 빠져서 그 모든 것을 까맣게 몰랐던 것이다.



승학은 저녁식사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혜린과 마주쳤다.

“여기에 계시는 건가요?”

“아뇨. 오늘은 주말이어서 여기서 쉬어 가려던 참이에요.”

“여기 자주 옵니까?”

“제 마음은 늘 여기에 있는데, 몸은 학교에 가 있을 때가 많죠. 호호호”

그녀는 웃으면서 계속 말했다.

“저도 고등학교 때 몸이 아파 여기 선생님을 알게 되었어요. 불치에 가까운 백혈병이었어요. 병원에서는 소생불가능하다고 했지만 여기 와서 건강해졌어요. 그 후에 여기 선생님의 지도로 계속 기수련을 하고 있어요.”

“기수련이 뭔가요?”

“기를 닦은 마음공부죠. 여기 기와집의 저 태극무늬가 있는 곳이 기 수련실이에요. 저녁에 여기 오시면 몇 분이 기수련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거예요.”

승학은 그제야 기와집의 일부가 텅 비어 있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첫날 이후로 죽 황토 흙으로 된 초가집에 거주했기 때문에 집안 사정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저도 기수련에 참석해도 될까요?”

“그건 모르겠어요. 선생님께 물어보세요.”

그 말을 남기고 혜련은 기 수련실을 향했다. 승학은 멍하니 서 있다 다시 황토 집으로 돌아왔다.

방으로 들어오기 무섭게 바로 누웠다. 온몸에 구멍이 쑹쑹 뚫린 것처럼 허하고 기운이 없었다. 침과 뜸 치료를 한 몸이 천근만근 무겁게 느껴졌다. 죽음의 문턱에서 여전히 헤매는 느낌이 들었다.

‘희망이 남아 있는 것일까? 여전히 절망일까?’

승학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려고 했지만 졸음이 쏟아져 그대로 늪에 빠지듯 꿈속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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