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심초사 (勞心焦思)는 마음속으로 애를 쓰고 생각이 많아 속이 탄다는 뜻
<이 글은 28 체질의학의 발견과 연구, 의통의 전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민족 고유의 의통을 둘러싼 비밀과 음모, 천고의 비법 등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환단고기에서 동의수세보원에 이르기까지의 한민족 의통이 21세기에 세계 최고의 의학으로 대두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힌다. 각종 역병과 괴질, 난치병과 불치병을 고칠 수 있는 '의통과 해인'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을 찾는 사람이 천하를 구할 것이라는 예언이 실현될 것인가? 이 소설은 그 의문과 해답을 동시에 던질 것이다.>
53. 감정이 한쪽으로 쏠리면 노심초사가 된다.
“비법을 쓴다는 것이 무슨 뜻인가요?”
승학은 유림이 한 말을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무슨 이유나 목적으로 비법을 쓴다는 뜻인지를 알고 싶었다.
하지만 유림은 묵묵부답이었다. 승학이 재차 눈빛을 보내자 마지못해 말했다.
“산에서 수행을 많이 해서 제가 모르는 비법을 쓴 것 아닌가 싶어서 그랬어요. 이상하게 선생님을 만난 이후로 몸과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다 자꾸 생각나는 것이 너무 특별했어요.”
승학은 대략 무슨 뜻인지 이해는 되었지만 다시 물었다.
“비법이라는 것이 무슨 도술을 써서 사람의 마음을 흔들거나 빼앗는 것을 말씀하시는가요?”
“그래요. 그런 방술도 있지 않나요?”
승학은 유림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
“그런 말은 저의 사조님이나 사부님을 모독하시는 겁니다. 그런 것을 사술이라고 합니다. 사악한 무리들이 하는 짓입니다. 저는 그것이 실재하는지조차 모릅니다.”
“어머, 그래요. 죄송해요. 제가 잘 모르고 실언을 한 것 같아요. 어떡하죠?”
“모르고 말씀하신 것이니 한 번은 그럴 수 있지요. 다음부터는 그런 생각을 하지 마세요. 사악한 집단들이 하는 일종의 악마의식에 속하는 겁니다.”
유림은 당황해서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승학은 내심 불쾌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런 유림을 보는 순간 진짜로 모르고 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승학은 웃으며 말했다.
“몸과 마음이 편해지고 생각이 난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요?”
“그건 저도 첨 겪는 감정이라 설명하기 좀 그래요. 몸과 마음이 편해졌다는 것은 말 그대로입니다. 호흡곤란이나 공황장애 등은 그대로예요. 한데 불면증이나 극심한 불안증이 줄었어요. 여기서 체질진단에 대한 말씀을 듣던 그날, 5년 만에 처음으로 편하게 잠을 잤어요.”
“그렇다면 생각이 난다는 것은 어떻게 난다는 건가요?”
유림은 고개를 돌려 대나무 숲 쪽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을 했다.
승학은 그녀의 그런 모습을 보고 더욱더 궁금증이 일어났다. 어떻게 생각이 난다는 것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유림이 결심한 듯 말했다.
“좀 부끄럽지만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그냥 선생님이 자꾸 떠오르고 생각이 났어요. 이해가 안 될 정도로요. 태어나서 이런 경험은 첨 해봐요. 누군가가 내 가슴에 들어온 느낌과 비슷해요.”
그 순간 승학은 동시성의 원리를 느꼈다. 그는 유림에게 자세히 설명했다.
“동시성은 융이 1920년에 ‘비인과적 연관’이라는 뜻으로 창안한 원리입니다. 동시성(synchronocity)’은 원인이 결과를 낳는다는 뉴튼식 인과법칙과는 무관합니다. ‘비인과적인 연결’을 가리키는 것이 동시성 원리입니다. 한마디로 어떤 현상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게 동시성으로 일어나는 일도 있나요? 세상에는 수많은 길이 있잖아요. 그런데 하필 다른 길은 모두 보이지 않고 선생님한테 이어진 길만 보이는 걸까요? 그 길이 뚜렷히 보이고 느껴져요. 이것도 동시성에 속한다고 할 수 있나요?”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동시성이 있습니다. ‘동시성’이란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사건이나 요소가 시공간적 또는 개념적으로 일치된 형태를 보이는 것이지요. 인간 혹은 분자들이 서로 각기 다른 위치에서 동일한 반응을 일으키는 현상을 설명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우리도 동시성의 현상으로 느끼고 있다는 말씀인가요?”
“그렇습니다. 유사하거나 같은 감정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것이지요.”
유림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승학은 유림과 자신에게 일어난 동시성이 우연이 아님을 느꼈다.
자신들도 알지 못하는 깊은 필연성이 깔려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승학은 유림에게 다시 물었다.
“죄송하지만 그렇게 생각이 날 때 감정이 어떤 칼라였나요? 제가 확인할 것이 있어서 좀 그렇습니다.”
유림은 다시 얼굴이 붉어지며 말했다.
“저도 이해가 안 되지만 따뜻한 칼라인 것 같아요. 간절하고 뭔가 애가 타는 그런 느낌이었어요. 제가 그 현상을 느끼고 너무 혼란스러워 바로 그다음 날 집으로 돌아갔어요. 너무 당황스럽고 힘들었어요.”
“저와 유사한 동시성의 원리인 것 같습니다. 사실 저도 그와 유사한 감정을 느꼈어요. 아시겠지만 동시성 현상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왜 당황스럽고 힘들었나요?”
유림은 갑자기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힘겹게 말했다.
“사실 저는 제 마음대로 감정을 누릴 자유가 없어요. 그것 때문에 사생활에 대한 얘기를 못한 거예요.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집안환경과 사정이 있어요. 물질적으로는 풍요롭지만 감성적으로는 통제와 억제가 되어야 하는 그런 상태예요. 그 생각만 하면 가슴에 돌덩이를 올린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유림은 그 말을 하며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진정을 하고 있었다.
승학은 난감했다.
감정과 환자의 상담 사이에 균열이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사부가 당부한 연구와 승학의 내면에서 올라오는 불길이 엇갈리고 있었다. 승학 역시 그 생각을 하면 가슴이 무겁게 느껴졌다.
유림이 다시 마음을 다잡은 듯 말했다.
“일주일간 집에 가서 침대에 누워 있었어요. 몸이 아프기도 했지만 마음도 아팠어요. 하지만 감정을 억제해야 했어요. 선생님은 동시성의 원리라고 말씀하셨지만 저는 그런 것은 몰라요. 단지 마음이 끝없이 선생님을 향해 다가간다는 거예요. 생각은 도리질하고 반항했지만 감성은 무자비하게 몰려왔어요.”
“그러니까 그런 감정 때문에 집으로 가신 것이군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그런 감성 때문에 계룡산으로 갔었습니다. 저도 태어나서 처음 겪는 감정입니다.”
승학 역시 그렇게 말하면서 얼굴이 달아올랐다. 두 사람의 동시성은 이제 가까운 거리에서 더욱 선명해지고 있었다. 유림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당황한 빛이 역력했다.
유림은 다시 망설이는 표정을 짓다가 말했다.
“저는 일주일을 버텼지만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어요. 이런 말씀하긴 부끄럽지만 간절히 그리웠어요. 한데 이런 감정이 이해되거나 용납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저는 이 감정을 억제하고 이겨내야만 해요.”
“동시성의 원리는 설명하거나 이해하는 것이 아니죠. 그저 그런 현상이 있는 것이죠. 바람이 불면 바람을 맞고 비가 오면 우산을 받쳐 쓰고 걸어가는 거죠. 그런 생각이 나면 그것이 현실이 되는 거죠.”
“그래요. 제가 그랬어요. 결국 감정을 못 이기고 굴복했어요. 선생님을 만나러 돌아왔어요. 대청마루에 앉아 가슴 졸이며 기다렸어요. 그런데 하루가 가고 이틀, 삼일이 가도 나타나지 않는 거예요. 그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지고 애가 탔어요. 하지만 이런 감정을 저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어요."
승학은 가슴이 벅차오르며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유림이 다시 말을 이렀다.
“왜 그런지 수없이 생각해 봤어요. 그러다가 선생님이 무슨 방술을 쓴 것 아닌가 하고 생각했어요.”
“만약 무슨 방술을 누군가 썼다면 그건 우주에너지의 흐름일 겁니다. 우리 둘 중 누구도 우주에너지의 강력한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 뜨거운 침묵의 기류가 흘렀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에 유림이 다시 말했다.
“오늘 태어나서 첨으로 제 내면의 모든 감정을 다 발산했어요. 이건 절대 제 평소의 성격은 아니에요.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도록 가슴이 저절로 움직여요. 내일 저에 대한 연구에 도움이 되도록 솔직히 다 말씀드릴게요. 왠지 그래야 될 것 같아요. 이 힘든 상태에서 좀 벗어나고 싶어요. 도와주세요. “
유림은 그렇게 말하고 돌아갔다.
승학은 유림이 가고 난 뒤 한참 동안 석고상처럼 꼼짝도 않고 앉아 있었다.
가슴속에 회오리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스스로 엄청난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