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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헌 Sep 26. 2024

3. 특이한 심장병의 증세

소설: 강호의림 3.  한국은 체질의학의 종주국이다.

 “전체적으로 건강하십니다. 한데, 전립선 기능이 매우 약합니다.”

그는 흠칫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어떻게 약한 것을 알 수 있나요?”

“이부자리 능력은 본인만 아는 것이니까 잘 아실 겁니다. 발기부전 약을 드셔도 큰 효과가 없을 겁니다. 소변이 좀 시원하지 않고 소변 후의 잔뇨감이 있습니다.”

“예, 맞습니다. 제가 좀 그렇습니다.”

의산의 주변을 감싸고 있던 그들이 그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는 매우 건장한 체격에 피부빛도 좋았다. 그가 전립선 기능이 저하되어 있을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던 듯했다.

“비뇨기과에도 가봤고 양약을 먹어도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 남들에게 말하기는 창피한 증상입니다. 어떻게 아신 겁니까?”

“병원에서는 각종 검사와 영상진단기들이 검사를 합니다. 전립선 비대나 전립선염은 알 수 있지만 전립선 기능저하는 잘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의학에서는 체질과 진맥을 하면 알 수 있습니다.”


“체질이나 진맥이 그렇게 정확한가요?”

그동안 과묵하게 지켜보던 사람이 말을 툭 내던지듯 말했다. 그는 의산의 진단이 소뒷걸음에 쥐새끼가 밟힌 정도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나머지 사람들은 침묵을 지켰다.         

한국은 체질의학의 종주국입니다. 전 세계에 체질의학은 한국 밖에 없습니다.  1894년 동무 이제마 선생께서 창시하신 이론입니다. 체질의학은 진단의 정확성이 생명입니다. 체질을 알고 진맥을 하면 정확한 진단이 나옵니다.”

“진맥은 신빙성이 있나요?”

“2200년 전 편찬된 것으로 알려진 고대 중국의 서 ‘황제내경’에 이어 ‘난경’에 진맥의 이론이 있습니다. 그 이후 진맥 역시 엄청나게 오랜 세월 연구되어 축적된 데이터가 많습니다. 만약 신빙성이 없다면 사라졌을 겁니다.”

“그런데 체질의학이 오직 한국에만 있는 것이 맞습니까? 중국에도 체질의학이 있지 않습니까?”

“중국은 조선족들의 사상체질을 보고 나름대로 흉내를 내는 것입니다. 체질의학의 종주국은 한국이고 중국은 아류입니다. 임상의학으로 사용하기엔 한계가 많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증거가 있나요?”

“세계 최초의 임상의학으로서의 체질의학의 종주국은 한국이라는 것을 중국도 인정합니다. 또 한 가지 아셔야 할 사실은 체질이라는 말은 중의학에 없습니다. 20세기 초 '동의수세보원'에 관심이 많았던 국문학자 이을호 선생이 처음으로 사용한 우리의 고유한 표현입니다.”

“사상체질의 창시자 이제마 선생이 사용한 것이 아닌가요?”

“아닙니다. 이제마 선생은 사상인으로 표현했습니다. 태양인, 소양인, 태음인, 소음인으로 구분했습니다.”

“그렇다면 중국이 체질의학이라고 하는 것은 확실히 한국을 따라 하는 것이 맞군요. 용어부터 따라 하는 것을 보면 확실한 증거가 되겠군요.”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을 하는 듯했다. 

그러나 그들은 더욱더 눈을 번뜩였다. 체질이나 진맥을 시험해 봐야겠다는 의욕이 솟구치는 듯 보였다. 가만히 지켜보던 사람까지 모두 진맥을 받고 싶어 했다. 마치 면접관과도 같은 표정으로 의산을 지켜보았다.

그간 줄곧 뚫어져라 쳐다보던 재벌회장이 말했다.

“내 체질과 진맥을 자세히 봐주시오.”

그는 화평한 표정이었으며 엄청난 위엄이 느껴졌다. 인터넷으로 대기업 회장을 검색하면 바로 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의산은 그런 일에 관심이 없었다.

단지 의술에만 몰입하고 있었다.

“특이한 심장의 증세를 지니신 것 같습니다. 심장이 보통 사람보다 3배 이상 강하지만 맥상이 조금 불규칙적입니다. 아주 특별한 심장을 지니신 것 같습니다.”

“아. 그래요. 구체적으로 어떤 상태인가요?”

“심장은 심뇌라고도 합니다. 심장과 뇌는 긴밀히 연결되어 있어 심장의 기능이 뇌의 기능을 결정합니다. 그래서 심장의 맥은 규칙적이어야 하고 힘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미세하게 불규칙적이면서 맥상이 강하면서도 특이합니다.”

그는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다른 부위는 이상이 없습니까?”

“심장엔진이 강하시니, 다른 부위는 아주 좋습니다. 병원에 종합검진을 하시면 아주 건강하게 나오실 겁니다. 그런데 회장님의 라이프스타일이 보통 사람과 다르실 겁니다.”     

“어떻게 다르다는 말이오?”

“보통 사람들은 24시간을 기준으로 8시간 전후로 잠을 잡니다. 그런데 회장님은 48시간을 기준으로 16시간 전후로 잠을 주무시지 않나요?”


그는 가만히 지켜보다가 말했다.

“어찌 그런 것을 아실 수 있소. 사실 그렇소만 어떤 의사도 이와 유사한 말을 한 적이 없었소.”     

주변의 사람들은 눈을 크게 뜨고 숨을 죽였다. 

의산은 주변의 공기를 신경 쓰지 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특이한 것은 취미나 몰입이 다른 사람들과 또 다르다는 점입니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생각하고 보지 못하는 것을 보실 겁니다.”

회장은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증세는 특이한 심장병입니다. 병원의 심전도나 각종 검사에는 이상소견이 없을 겁니다. 하지만 가끔 극도의 불안한 느낌이나 환각, 환청이 느껴지고 귀신도 보이실 겁니다.”

그는 아!! 하는 탄성을 나직이 내지르며 말했다. 

“지금까지 수많은 의사들을 만났지만 이렇게 정확하게 나만의 비밀을 아는 사람을 보지 못했소. 정말 놀랍소. 오랫동안 고민했던 문제를 족집게처럼 찍어내다니 너무 대단하시오.”

그는 좌중을 돌아보며 말했다. 

“더 이상 시험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지 않도록 해야겠소. 정말 큰 실례를 범했소. 진인을 앞에 두고 알아보지 못해 죄송하오.”

그의 말을 듣고 사람들이 긴장을 했다. 위엄이 있는 그의 목소리나 태도 때문이 아닌 듯했다. 그들이 그를 우러러 받드는 그 무엇인가의 비밀이 있는 것 같았다. 그들은 최상위 인사들이며 각기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엘리트 들이었다. 그런 그들을 휘어잡는 그의 숨겨진 비밀은 무엇일까?    


 강호의림(強豪醫林)

강호(強豪)는 실력이나 힘이 뛰어나고 강한 엘리트나 그룹을 의미한다. 

의림(醫林)은 의학의 숲이라는 뜻으로, 의학계를 일컫는다. 중국의 무협소설에 나오는 강호(江湖)는 허구의 세계이며 판타지이다. 또 무림(武林)은 무술의 세계지만 그 역시 허구의 세계이다. 그러나 강호의림(江湖醫林)은 실제적 현실이며 최첨단 과학의 세계를 나타내며 동시에 판타지도 있다. 기적이나 마술, 놀라운 치료의 세계는 그 자체가 판타지인 것이다. 나는 누구나 절실히 알고 싶어 하고 찾는 진정한 강호(强豪)와 의림(醫林)의 길라잡이를 위해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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