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와 적멸 17. 한의학은 원인치료를 하면 말기암도 완치할 수 있다네.
스승 청산거사의 질문에 대한 답은 알 수가 없었다.
의학에 대해 문외한인 승문이 답을 찾을 수 없는 것은 당연했다. 그는 빙그레 웃으며 천천히 말했다.
“자네 누이의 죽음은 급성맹장염일세. 급성 맹장염이 발생하면 엄청난 고통이 동반된다네. 그것을 모르고 처치를 못한 탓일세. 급성 맹장염은 배의 통증이 상상을 초월한다네. 그런데도 시골에서 그 병을 모르니, 방치하여 나중에 맹장이 터져서 사망한 것일세.”
승문은 그 말에 어떤 대답을 할 수도 없었다. 여전히 생각만 해도 그 엄청난 고통의 울음소리가 귓가를 맴도는 것 같았다.
마침내 그의 말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말은 죽을병이 아니었는데도 사망했다는 뜻이었다. 지금 시대로 보면 급성맹장은 죽음에 이를 병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한동안의 침묵이 흐른 후에 그가 다시 말했다.
“지금의 자네는 깨닫지 못할 수도 있어. 나중에 공부를 해 보면 알게 될 것일세.”
“스승님, 그러면 아버님은 왜 회생했을까요?”
“큰 병원에서 간경변 말기이면 위중한 병일세. 더욱이 2주 시한부 생명을 선고했다면 심각한 병일세. 그렇지만 그 진단만으로 죽지는 않는 것일세.”
“왜 그러신가요?”
“말기암이라도 해도 치료의 원리가 정확하고 체질에 맞은 치료를 하면 되기 때문일세. 인간의 몸은 그리 간단치가 않다네.”
승문은 그의 말에 깊이 매료가 되었다.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그는 진지하게 스승 청산거사에게 질문을 던졌다.
“왜 그러신지요? 서양의학의 진단이 전적으로 맞지 않다는 말씀이시지요?”
“서양의학의 진단은 오류가 많다네. 치료 역시 획일적으로 하기 때문에 완치가 힘들다네. 하지만 한의학은 원인치료를 하면 말기암도 완치할 수 있다네. 주변에 보면 말기암을 극복한 사례가 많지 않은가? 그런 난치병 치료가 가능하다네. 한의학에 명의라는 말이 있잖은가. 죽을 목숨을 살린 사람을 명의라고 하는 거라네. ”
“하지만 저의 아버님의 경우엔 너무 극심한 경우였습니다. 회생 가능성이 거의 제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완치가 되셨을까요?”
“그건 체질 때문일세. 시골의 민간의학인 조약 중에서 체질에 맞는 약초를 우연히 복용했기 때문이라네. 그 약초가 자네 아버님의 병을 완치시킨 거라네.”
“아. 그럴 수도 있나요?”
“흔한 일인데도 사람들이 믿지를 않는다네. 만약 믿기만 한다면 침술로도 암을 치료하고 각종 난치병을 다 치료할 수 있다네.”
승문은 다시 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침술이 허리나 관절통만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그 침술로 암을 치료한다는 말이 놀라웠다. 그뿐 아니라 각종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정말 침술로 암을 고치거나 각종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나요?”
“당연하지 않겠나? 침술은 기적을 만드는 치료술이네. 앞으로 자네가 연구를 해 보시게나.”
승문에게 그의 말은 운명의 파편처럼 심장에 박혔다.
그토록 많은 고통과 질병들이 모두 그 길을 향한 안내판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명은 방향을 지시했는데도 그동안 자신이 모르고 있었던 것이었다.